어쩌다 화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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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이 끝나기 전,
1학년 교실이 조용해진다.
두근두근 뽑기가 시작되면
아이들 모두 긴장 모드에 진입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번호가 뽑힌 아이는 당당하게
교실 앞으로 걸어 나와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세상 당당한 미소를
짓는다.
그럼 화가쌤인 나는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다.
지나가는 한 마디로 시작된
1학년 교실의 캐리커쳐 화실은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마무리된다.
"선탱님, 왜 ♡이는 눈에 뭐 콕 찍어줬어요?"
눈이 큰 아이의 눈동자에 젤펜을 찍어준 걸 말하는 거다. 관찰력이 대단한 아이들이다.
"음...♡이는 7번째로 그렸잖아. 기다린 만큼 뭔가를 더 해줘야지!"
"아하! 그럼 저는 가장 마지막에 뽑혔으면 좋겠어요! 그럼 선생님이 엄청 많이 이것저것 해줄 거잖아요!"
"그렇지......"
이렇게 오늘도 그림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가 덧대졌다.
시작은 소소했지만, 그릴수록 아이들의 응원에 힘을 얻고 더 잘 그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우리 반 다 그리면 그때는 뭐 그려요?"
"그때는 얼굴 그렸던 걸로 다시 예쁘게 그려서 반티 만들어 줄 거야!"
"우와! 제 얼굴이 여기에 그려져요?"
"그럼!"
말을 내뱉었고, 우리 반 아이들은 기억력이 좋으니... 반티도 곧 현실화될 것이다.
그래도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면 힘듦보다는 힐링이 되는 시간들이다.
어쩌다 화가, 어쩌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게 생긴 1학년 담임의 교단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