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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Apr 27. 2024

오늘 입은 옷이 나의 하루를 결정한다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여러분들은 출근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시나요? 저는 보통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진짜 오래 걸리죠? 아침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기도 하고, 아침밥을 꼭꼭 챙겨 먹는 스타일이라 아무리 빠르게 준비해도 1시간은 넘기는 편이에요.


머리 감고, 아침밥 먹고, 설거지하고, 커피 마시고, 메이크업하고... 정말 많은 일을 하지만 의외로 아침 시간을 많이 뺏는 일은 '옷 고르기'입니다. 전날 밤에 다음날 입을 옷을 골라놓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막상 다음날 아침이 되면 전날 밤에 골라놓은 옷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많아서 그날 입을 옷은 그날 아침에 고르고 있어요. 어떤 옷을 걸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은 20분 넘게 옷을 고르기도 합니다(그렇다고 옷을 잘 입는 것은 아니지만요).  


비즈니스 행사 현장 및 회사에서


제가 이토록 옷 고르기에 진심인 이유는 저의 하루가 그날 입은 옷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우선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입고 나간 날에는 하루 내내 기분이 엉망이 돼요. 웃옷과 아래옷이 영 안 어울리거나, 핑크색 옷을 입었는데 오늘따라 너무 튀어보이거나, 그냥 그날따라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입은 날에는 위축이 돼요.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러한 기분이 태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거예요.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사람들 앞에 나서기도 싫고, 표정도 어둡고, 미팅 자리에서도 움츠러들게 되죠. 반대로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은 날에는 어깨가 활짝 펼쳐지고, 표정도 밝고, 한 마디라도 더 적극적으로 말하게 됩니다.


또한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비즈니스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외부 관계자와 미팅이 있는 날에는 셔츠와 슬랙스로 격식을 갖추는데요. 이렇게 격식을 갖추어 입은 날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매너 있게 대하고, 한 마디를 하더라도 전문가처럼 말하게 됩니다. 회사 워크숍이 있거나 특별한 외부 미팅이 없는 날에는 청바지에 편안한 티셔츠 차림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날에는 왠지 동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게 되고, 농담도 편안하게 하고, 개구쟁이 같은 분위기를 풍기게 됩니다. 


제가 평소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은 비즈니스 캐주얼인데요. 아주 딱딱하진 않더라도,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태도와 분위기를 잃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격식은 차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동료들은 저에게 "수진님 첫인상은 다가가기 쉽지 않았어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차가운 인상도 한몫을 했겠지만, 늘 비슷한 비즈니스 캐주얼 옷차림이 지금의 제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이미지가 꽤 마음에 듭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친해지면서 저의 진짜 (웃기는) 성격을 알게 되겠지만, 회사에서의 첫 이미지가 만만해 보이거나 정돈되어 보이지 않는 것은 결코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JTBC 뉴스룸 앵커를 맡고 있는 강지영 아나운서는 한 신입사원에게 "뉴스를 하고 싶으면 옷차림도 앵커처럼 입어야 한다"라고 조언한 적이 있습니다. 옷이 그 사람의 태도를 만들기 때문에 본인 역시 평소에도 깔끔한 정장 차림을 입으려고 했다고 말했죠.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슬리퍼에 트레이닝복을 입고도 일 잘하는 사람도 있다고. 물론 밖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에 별 관심이 없거나 관련이 없는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한국의 한 카페에서 동네 마실을 나온 것처럼 옷을 입고 포착된 억만장자 '이더리움' 창시자처럼 말이죠. 


한국의 한 카페에서 포착된 '이더리움' 창시자, 부테린


중요한 건 좋은 옷을 입거나 옷을 잘 입는 게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이상향과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 아닐까요? 일 잘하는 회사원이 되고 싶다면 일 잘하는 회사원처럼 입고, 옷 고를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일을 하고 싶다면 스티브 잡스처럼 깔끔한 검정 목폴라 티를 여러 장 구비해두고 입는 겁니다. 그러한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면 진짜로 그 옷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 오늘 입은 옷이 나의 평생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입니다. 일글레 구독 하시면 매주 수요일마다 이메일로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일글레는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회사원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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