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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한 끼 '케밥'

시칠리아 여행기 12 : 카타니아

by 이지
시칠리아 카타니아

새벽에 출발하는 첫차를 타고 카타니아로 향했다. 잘 차려져 있는 조식은 먹지 못한채 버스를 놓칠세라 캐리어를 들고뛰었다. 버스 정류장에 간신히 도착하여 버스에 탑승했다. 아침 일찍부터 카타니아로 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카타니아는 팔레르모 다음으로 큰 도시이며 시칠리아의 동쪽 끝에 위치해 있다. 카타니아까지는 2시간 거리로 버스는 카타니아 국제공항을 지나 카타니아의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아침을 먹지 못하고 긴 시간을 이동해 배가 너무 고팠던 탓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레스토랑을 찾았다.

"형, 케밥이 너무 먹고 싶어요."

"케밥?"

형은 내키지 않는 것 같았지만 내 의견을 따라 케밥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케밥에는 각종 야채와 고기가 들어가며 맛까지 훌륭하다. 칠리소스를 뿌리면 매콤함까지 느낄 수 있으며 여기에 할라피뇨를 넣으면 금상첨화이다. 케밥을 먹으면 한식을 먹은 듯 힘이 났다. 1주일이 넘게 계속된 강행군과 난방이 잘 되지 않았던 아그리젠토 호텔 덕분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며 몸살 기운이 있었다. 이렇게 몸이 좋지 않을 때, 또는 한식이 먹고 싶을 때면 케밥을 찾아 먹곤 했다. 다행히 버스 터미널 근처에 케밥 레스토랑이 있어 캐리어를 끌고 바로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나 한국의 김밥천국처럼 흔하게 케밥집을 볼 수 있다. 파스타, 피자, 스테이크, 슈니첼 등 맛있는 요리도 많지만 힘든 여행을 하다 보면 언제나 한식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여행을 다니며 많은 음식을 먹다 한식의 대체제를 찾았다. 한식이 먹고 싶을 때나 건강하게 야채가 먹고 싶을 땐 케밥이 제격이었다.


시칠리아 카타니아, 케밥 레스토랑


90년대 분위기의 올드한 인테리어를 한 식당이었다. 빨간색, 노란색의 원색 타일이 벽과 바닥을 꾸미고 있었고 빨간색 테이블에 의자가 고정되어 있었다. 케밥은 물론 햄버거, 치킨, 감자튀김까지 팔지 않는 것이 없었다. 할라피뇨를 추가하고 칠리소스를 넣은 케밥을 주문했다. 우린 아무 말 없이 먹는데 집중했다. 10분 만에 케밥을 먹어 치운 형이 말했다.

"와, 케밥이 이렇게 맛있었어? 처음에는 케밥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맛있다."

시칠리아 카타니아, 피자

뒤늦게 출발한 친구 B가 카타니아로 오는 날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길을 나섰다. 친구가 올 때까지 뭐라도 먹고 마시며 친구를 기다리기로 했다. 분위기 좋은 와인 가게를 찾기 위해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술집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거리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사람이 굉장히 많은 바 옆에 매우 작은 화덕 피자 가게를 발견했다. 가게 안에는 테이블 4개가 전부인 식당이었다. 계산대 뒤로는 큰 화덕이 보였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 작은 식당에 앉아 피자와 와인을 주문했다. 작은 피자는 한 명이 먹기에 충분했고 와인은 잔에 가득 담겨 나왔다. 와인 2잔에 피자 1판은 10유로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맛은 최고였다.


피자와 와인을 마시며 A형과 수다를 떨다 보니 친구가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거리를 걸으며 카타니아 주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메인 거리와 바에는 주말을 즐기기 위해 나온 젊은이들로 가득 찼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의 다른 조용한 도시들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거리의 레스토랑과 바에는 사람이 넘쳐났고 활기가 가득했다.


사람으로 가득 찬 발 디딜 틈 없는 바에 들어가 칵테일을 주문했다. B와 오랜만에 재회했다. 팔레르모, 몬델로, 체팔루, 아그리젠토 4개의 도시가 모두 아름다웠고 좋았기 때문에 친구가 뒤늦게 합류하는 것이 아쉬웠다. 10년 동안 같이 여행을 다닌 친구였지만 이번엔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우린 시끌벅적한 바 안에서 앞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얘기를 나누며 새벽을 보냈다. 깨끗한 거리와 넘치는 사람들이 있는 대도시를 여행하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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