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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Nov 18. 2021

서른 즈음에

스페인 한 달 살기 02 : 톨레도

마드리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때마다 나오는 기내식을 먹고 잠을 잤다. 다행히 몸은 한결 가벼웠다. 약을 먹은 효과도 있는 듯했다. 새벽 6시 50분, 공항에 도착하여 마드리드 시내로 들어가는 열차 티켓을 구입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한 달 살기 여행 콘셉트에 맞게 마드리드는 10일 일정으로 여유롭게 잡았다. 특히 많은 미술관과 근교 도시를 한 곳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근교 도시들을 다녀온 후 미술관이나 궁전 등 마드리드 시내를 여유롭게 둘러볼 작정이었다.


톨레도


마드리드에 도착하여 호텔에 짐을 맡기고 바로 톨레도로 향했다. 톨레도는 마드리드 남서쪽에 위치한 근교 도시로 기차를 타면 1시간 정도 걸리는 가까운 도시이다. 기차역을 빠져나오자 높은 언덕에 세워진 마을이 보였다. 이정표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 다리를 건너자 톨레도로 오르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보였다. 계단을 걸어올라 톨레도에 도착했다. 톨레도는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었다. 톨레도 구시가지 성채에서 내려다보는 신시가지와 주변은 어떤 풍경보다 아름다웠다.


지도가 켜져 있는 휴대폰을 든 손이 새빨개지고 말을 듣지 않았다. 잠시 쉬며 몸을 녹이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 예쁜 간판의 카페를 발견하여 고민할 새도 없이 바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판에는 먹음직스러운 추로스와 핫초코 사진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추로스를 핫초코에 찍어 먹었다. 달짝지근한 추로스와 핫초코를 한입 베어 물자 입에 침이 가득 고였다. 잠시 쉬며 몸을 녹이기에 딱인 간식이었다. 애피타이저 마냥 식욕을 돋웠다. 생각해보니 새벽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먹은 기내식과 이 핫초코가 전부였던 것이다.


카페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빠에야 하나를 주문했다. 한국으로 치면 해물 볶음밥인 빠에야는 12유로(약 15,000원)로 생각보다 비쌌지만 나름 입에 맞았다. 샹그리아 한 잔을 주문하여 식사와 함께 하니 잘 어울렸다. 샹그리아는 와인에 과일과 소다수를 섞어 만든 스페인의 전통적인 음료로 얼음과 함께 시원하게 마시면 맛이 일품인 술이다. 스페인의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렸다. 해산물, 육류 가리지 않고 함께 하면 좋은 술이었고 스페인 여행 내내 나는 샹그리아를 마셨다.


스페인에서의 첫 음식은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톨레도는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듯했다. 톨레도는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길을 걸으면 마치 중세의 도시를 다니는 듯했다. 연말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동네를 구경했다. 시끌벅적한 광장에서는 퍼레이드가 열렸고 나는 정신없이 구경하기에 바빴다.


스페인 톨레도
스페인 톨레도, 레스토랑
스페인 톨레도, 추로스와 핫초코
스페인 톨레도, 빠에야


마드리드


톨레도 당일치기 여행을 마치고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솔 광장에는 올해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인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틈 사이에 껴서 나는 서른 살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 근처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가이드 책자에 추천하는 음식들을 주문하고 샹그리아와 함께했다. 음식을 먹으며 창밖으로 거리의 사람들을 보는 것이 나름 운치 있고 좋았다. 어두운 조명이 테이블을 비추고 있었고 밖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스페인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다. 20대의 끝 무렵, 30대가 되면 스무 살 내가 갖고 있던 자유로움과 순수함은 끝이 날 것만 같아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앞으로는 재미있는 일도, 새로운 일도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30대의 책임감과 성숙함이 자연히 생기는 줄로만 알았다.


서른 살의 마지막 날, 이곳에서 먹는 음식과 샹그리아는 난생처음 먹어 보는 것들이었고, 톨레도는 그 어떤 도시보다 아름다웠다. 아직 새롭고 재미있는 것이 있다는 게 신이 났다. 30대, 나이가 나를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1년이 지나고 또 10년이 지나더라도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은 어디에나 있을 것이었다. 내 나이에 맞는 삶이 찾아오면 그것을 온전히 즐겨보기로 했다. 지금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나를 성숙하게 할 것이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여행이라는 '여정'을 즐겁게 그리고 무사히 마치고 나는 또 성숙해질 것이었다.


스페인 마드리드, 버섯 요리
스페인 마드리드, 감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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