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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Mar 11. 2022

마드리드에서 쿠바 아바나로

쿠바 여행기 02 : 스페인 마드리드

비행기 탑승까지 30여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비행기를 바라봤다. 친구가 숙소에 대해 물었다.

"이지야, 우리 마드리드 숙소 예약했어?"

"맞다! 아직 안 했어. 지금 할게."

1년 전 스페인, 포르투갈을 한달간 여행했었다. 그때 마드리드에서 1주일 정도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내일 마드리드에 도착하는데 혹시 남자 2명 자리 있을까요?'

'오랜만이에요. 2자리 있어요. 내일 봐요!" 


비행기 안은 고요했고 조명은 대부분 꺼져 있었다. 배가 출출하여 승무원에게 컵라면을 요청했다. 솔솔 나기 시작한 라면의 향기에 승무원들이 부쩍 바빠졌다. 라면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라면을 주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 쿠바 여행 책을 읽다 보니 마드리드 공항에 금방 도착했다. 스페인 현지 시각으로 저녁 시간이었다. 공항 열차를 타고 마드리드 시내로 향했다. 한 번 왔던 곳이어서 그런지 모든 게 익숙했다.


솔 광장에는 트리가 높이 솟아 있었고 주변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솔 광장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 1층에는 그 당시 자주 방문했던 캠퍼 매장이 그대로 있었다. 매장 옆의 큰 문의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탁 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낡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랐다. 숙소는 그대로였다. 문을 두드리자 사장님이 문을 열어 주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1년 만에 무슨 일이에요?"

"쿠바 여행 가는 길에 들렸어요. 마드리드 경유여서 1박만 하고 내일 떠나요."

“저도 쿠바는 꼭 가보고 싶었어요. 가면 사진 보내주세요.” 

한사코 숙박 요금을 거절하시는 사장님께 숙박비를 드리고 나서야 짐을 풀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다. 솔 광장을 중심으로 둥글게 예쁜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거리는 거미줄처럼 솔 광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1년 전 마드리드에서 자주 가던 레스토랑이 있었다. 체인점으로 마드리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가격이 꽤나 저렴해 12유로에 스테이크, 와인 한 잔, 식전 빵, 샐러드, 감자튀김, 후식이 포함된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B는 만족스러워했다. 식사를 마치고 핸드폰에 와이파이를 연결하자 카톡이 울리기 시작했다. 

"형, 뭐해?"

"나 지금 쿠바 가려고 마드리드에 도착했어."

"형, 나도 마드리드야. 지금 어디에 있어?"

동생이 며칠 전 유럽 여행을 떠났고 우연히 그날 마드리드에 있었다. 곧장 동생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동생은 마드리드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행을 하고 있었다.

"형, 여기 근처에 생선 튀김 맛집 있어. 내일 꼭 먹고 출발해."

바쁜 일정에 동생과 짧은 인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에서 조식을 먹고 길을 나섰다.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는 시간이 좀 있어 어제 동생이 추천해준 레스토랑을 들릴 생각이었다. 레스토랑이 문을 열 때까지 마드리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스페인 광장의 세르반테스 기념비를 구경하고 바로 옆에 위치한 마드리드 왕궁으로 향했다. 마치 가이드인 것처럼 B에게 동네를 구경시켜주었다. 구경을 마치고 동생이 추천해준 생선 튀김 레스토랑에 방문했다. 꽤 괜찮은 식당이었다.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없었고 간단히 서서 먹어야 하는 곳이었다. 의자가 없는 높은 테이블이 여기저기 있었다. 사람들은 테이블 앞에 서서 생선 튀김과 맥주를 마셨다. 대부분 관광객인 듯했다.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하고 친구와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쿠바행 비행기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서양인으로 가득 찬 비행기에서 동양인은 우리 둘 뿐이었다. 마드리드를 떠난 비행기는 5시간 만에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빠져나오자 여느 공항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캐리어를 찾고 여행자 카드(비자)를 제출하여 입국 심사를 마쳤다. 공항은 남부터미널보다 작아 보였다. 공항 가운데 넓은 홀을 중심으로 양옆에 에스컬레이터가 한 개씩 있었고 건물은 3층 정도로 아담했다. 3층에 위치한 환전소에서 미리 준비한 '달라'를 '쿡'으로 환전했다. 공항 안에는 환전소가 2개뿐이었고 방금 도착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환전을 하는 듯했다.


짐을 챙겨 공항을 빠져나왔다. 공항 앞은 어수선하고 분주했다. 붉은색과 노란색의 강렬한 페인트는 쿠바가 공산주의 국가라는 것을 뽐내는 듯했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택시? 25 쿡."

우린 뭔가 어색하고 무서운 기분에 가격을 흥정할 생각도 하지 않고 택시에 올랐다. 쿠바로 들어가는 길에 한국인을 만나 정보를 공유하려고 했던 계획은 어긋났다. 스페인을 경유하여 쿠바로 들어가는 한국인 여행자는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멕시코나 캐나다를 거쳐 쿠바로 들어오기 때문인 것 같았다. 친구와 나는 첫날 묵을 숙소도 예약하지 않고 비행기 티켓과 캐리어 하나만 들고 아바나 시내로 향하는 택시에 올랐다. 


스페인 마드리드, 솔 광장
스페인 마드리드, 게스트 하우스 조식
쿠바 아바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
쿠바 아바나, 공항에서 출발하는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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