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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 炸酱面_자쨩몐

by Kwan


짜장면은 중식이자 중식이 아닌 음식으로, 특히나 우리에겐 그 함의가 깊다.


나이 든 세대에겐 특별한 날의 만찬이자, 그리움의 향수일 테고, 중년의 누군가에겐 이삿날의 음식이자 부담 없는 외식거리다. 더 어린 세대에겐 값싼 배달 음식이자 짬뽕의 대체제로 충분하다. 낯선 외국의 음식이 어느 순간 서민을 위로하는 먹거리로까지 의미가 확장됐다. 물가가 수십 배를 올라도 여전히 5-6천 원의 짜장면을 찾을 수 있는 끈질김이다. 삼선, 유니, 보통 짜장으로 스스로의 계급을 나누어, 여전히 모두의 입을 만족시키는 것 역시 그 맛의 질긴 생명력을 웅변한다.


알려진 대로 짜장면은 중국의 춘장을 기본으로 하되, 거기에 캐러멜을 넣어 우리 식으로 변형된 맛을 낸다. 주역인 사자표 춘장은 짙은 검정색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일반적으로 검정색은 식감과는 거리가 먼 색이지만, 짜장면은 예외다. 춘장의 달달함이 검정이 주는 거리감을 무색게 한다.


중국의 자찌앙미엔(炸酱面)은 베이징이 출발점이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허베이(河北), 랴오닝(辽宁) 등 동북지역의 음식이라 봐도 무방하다. 면 위에 오이, 당근, 무, 콩 등 야채를 올리고 춘장을 곁들여 비벼먹는다. 우리처럼 장의 양이 많지 않아 면에 장이 살짝 묻어있는 느낌이나 싱겁진 않다. 물론 우리의 달달함은 없다.


자찌앙미엔은 지역 음식이다. 전국적이지 않을뿐더러 고향인 베이징에서도 일상적인 면요리라 보긴 어렵다. 중국의 수많은 면요리 중 하나일, 라오베이징(老北京)이라 추억하는 옛 음식일 뿐, 그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오히려 퇴색하는 느낌이다. 찾는 사람이 적어지고, 파는 음식점도 줄어드는 외향과 함께, 딱히 맛있는 것도 아니어서 시골 방 노인네와 같이 궁상맞다.


최근 몇몇 식당을 중심으로 자찌앙미엔이 새롭게 단장했다. 고명은 다채로워져 그 색만으로 눈이 즐겁다. 춘장도 단맛을 추가해 그 맛의 범용성을 넓혔다. 고집 센 노인네가 시류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구석진 방을 나온 모양새다. 그 변화가 반갑다. 전통은 고집이 아니다. 간사한 입맛은 변하면 돌아올 줄 모르기에, 억울해도 그 변화를 수용함이 전통을 새롭게 잇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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