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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 蚵仔煎_커자이찌엔

by Kwan Aug 30. 2024


굴을 계란과 고구마전분, 파와 같이 부쳐냈다. 투박한 굴전이다.


푸젠성(福建省)과 타이완(台湾)의 요리다. 보통화로는 하이리지엔(海蛎煎)이라 하고 지역에서는 커자이지엔(蚵仔煎)이라 한다. 커자이(蚵仔)와 하이리(海蛎)는 모두 굴을 뜻한다.


우리의 굴전은 굴 한 두 개를 곱게 계란으로 감쌌다. 굴은 작지도, 크지도 않다. 노란 계란이 고소함과 포근함으로 굴의 향을 안았다. 한 점 한 점이 따사롭고 굴의 향은 진득하다. 그래서 우리의 것은 귀족적이다. 샛노란색의 몇 점은 고명과 함께 치장해 눈도 입도 즐겁지만 일상적 음식은 아니다.


커자이지엔은 투박하다. 작은 굴이 무리 지어 들어가 계란과 전분 사이에 임의로 박힌다. 대충 부쳐놓은 모양새라 생김은 곱지 않고 정성은 미흡하다. 젓가락으로 전을 찢으면 계란과 굴이 많은 부분은 흩어지듯 떨어지는데, 전분이 많은 쪽은 반대로 찰져, 찢어지는 모습만으로 쫄깃하다.


굴의 향은 진하기보다 향긋하다. 알이 작은 굴의 탓인지, 타이완 지역의 굴이 그러한지는 묻지 못했다. 굴의 향은 익숙하게 계란과 어울리고, 전분의 쫄깃함은 식감을 더했다. 달큰한 장(소스)이 더해져 맛은 더 풍부해진다. 굴과 계란, 고구마 전분과 파,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뭉개지듯 어울려 넘어간다. 굴의 향도 파의 맛도 날카롭지 않다.  


한 점이 아닌 한 장의 굴전은 은근히 허기를 채운다. 타이베이의 골목, 퇴근길엔 한 장의 전을 서둘러 먹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많다. 커자이지엔은 길거리 음식이다. 거칠게 부쳐낸 굴전은 그 모습만큼 서민적이다. 길거리 노포에서는 3천 원 내외의 돈이면 충분한데, 그 맛은 건넨 가치가 미안할 만큼 넉넉하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 기근의 시기에 백성들이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전한다. 풍부할 굴에 구황작물 고구마가 주 재료였을 테다. 1661년 네덜란드가 타이난(台南, 타이완의 남쪽 도시)을 점령했던 시절을 기원으로 보기도 한다. 네덜란드 군에 의해 보급로가 끊긴 민병이 허기를 채우고자 굴과 전분으로 전을 부쳐 끼니를 해결했다는 유래다.  


먹을 것이 없어 굴을 먹었다는 아이러니에 변화하는 시대의 가치를 생각한다.


2018년, 푸젠성(福建省) 10대 요리로 선정되었다.   




2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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