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라는 우리에게 낯설다.
아프리카, 인도를 원산지로 중국 남부 지역에 고르게 퍼져있다. 중국어로 치우쿠이(秋葵)라 한다.
단단한 껍질안에 굵은 씨가 별처럼 박혀있다. 연근, 토란과 같은 점액(무틴)이 있어 실처럼 흐른다. 각이 진 고추의 형태이나 맵지 않고 담백하다. 질긴 듯 아삭거리는 식감과 함께 알이 큰 씨가 입을 돌아다니고 끈적한 점액이 혀를 덮는다. 생소한 식감이다. 고소하며 진득한데 날카로운 맛이 없으니 식감이 맛을 압도한다.
오크라 본연의 맛을 살리려 끓는 물에 살짝 삶아냈다. 바이줘(白灼)는 광동 지역의 요리법으로 펄펄 끓는 물에 재료를 넣어 데치듯 삶는 조리법을 말한다. 원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함이다. 본연의 식감은 유지하되 질기고 거친 식감은 완화했다. 질 좋은 스테이크를 육즙이 살아있게 미디엄으로 구워내듯, 재료는 본래의 맛을 농축해 안에 가뒀다. 익혔지만 살아있듯 신선함이 남았다.
데친 오크라에 간장을 베이스로 한 양념을 살짝 얹었다. 싱거운 듯 간을 맞춰 짜지 않다. 양념도 재료를 앞서지 않는다. 요리의 주인은 당당히 오크라다.
러차이(热菜, 따뜻한 본 요리)이나 식전 입맛을 돋구며 먹어도 좋다.
*오크라는 꼬치에 꿰어 구워먹어도 맛있다. 삶아 익혀 새콤하게 초를 곁들여도, 우리식 장아찌를 담가 먹어도 색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