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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인 Aug 12. 2021

4일만 버티세요, 그럼 우리가 뭐든 다해줄 거예요

샤니를 기다리며..

2020년 12월 31일 22주 0일


구급차를 타고 ㅅ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내가 누워있던 침대가 응급실로 들어가자 일곱 명 정도 되는 의료진들이 날 맞이했다. 뭐랄까.. 이제 살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계속 나왔는데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도 계속 눈물 흘리고 있는 나를 다독여줬다. 나도 눈물은 나오지만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너무 많이 울게 되면 몸과 정신이 울음에 함몰되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이런 위급상황에서 정신을 놓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어떤 일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입을 열면 울음이 터져 나올까 봐 입을 다물고 의료진이 나에게 하는 말 하나하나 모두 명확하게 이해하고 대답하려고 애썼다. 망할 코로나 검사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금방 고위험 산모실에 입원할 있었다. 많은 의사 간호사들이 상태를 보러 왔고 확인했다.


"22주 4일에 낳으면 여기에 있는 소아과 선생님들이 뭐든 다 해줄 수 있어요. 엄마는 4일만 버티세요."

산부인과 교수님께서 보통 양수가 빠지면 50% 정도는 일주일 안에 자궁수축과 함께 출산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4일만 버티라고 했다. 소아과 의료진에 대한 산부인과 교수님의 확신에 찬 믿음이 날 안정시켰다.


처음으로 목표가 생겼다. 순간순간 눈물이 나와서 머리가 아팠지만 울지 않으려 노력했다. 엄마가 스트레스받으면 뱃속 아기도 스트레스받아서 빨리 나오려고 한다고 했다. 이미 양수 없이 찌그러져 있는 것도 아이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인데 내가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줄 수 없었다.


양수를 만들어주는 수액, 애기 심장박동을 확인하는 모니터기, 내 몸에 산소가 부족하면 아이 뇌에 이상이 생길까 봐 달아 놓은 산소, 다리 붓는 걸 막아주는 마사지기까지.. 칸막이가 쳐진 침대에 누워 산소호흡기가 만들어내는 물 끓는 소리가 기괴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일차 목표는 4일, 그리고 생존확률이 90%라는 28주, 그다음은 3개월.. 3개월 동안 이곳에 누워있을 있다면 정말 행운이겠지


뱃속 아기는 이제 500g이다. 너무 작아서 그런지 양수 없이도 뱃속에서 계속 돌아다녔다. 아기 심장 모니터 기는 내 배 쪽에 달아놨는데 내 심장소리와 혼동되지 않으려면 아주 가까운 신호만 감지할 수 있게 해야 했다. 따라서 아기 심장과 조금만 멀어져도 다시 위치를 찾아서 달았다. 내가 놀 때 잘 때 먹을 때 조금이라도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간호사 선생님이 1분 안에 달려와서 다시 달아주셨다.



2021년 새해라고 많은 메세지가 왔지만.. 답장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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