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나는 친구 사귀는 법에 서툴렀다. 다른 여자애들은 두세 명씩 금방 짝을 지었다. 어딜 가든 한 몸처럼 팔짱을 끼고 다녔다. 화장실마저 같이 들어가는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신기했다. 나는 혼자였다. 다른 애들보다 한 발 늦게 움직이는 게 나았다. 조금씩 뒤쳐졌다. 짝꿍 운도 없었다. 새초롬하게 따지길 좋아하는 애였다. 선을 그어 내 자리, 네 자리 나눴다. 책상에서 옴짝달싹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나마 창가 자리라 다행이었다. 왁자지껄한 교실 안에서 나는 가만히 앉아 운동장을 보거나 볕을 쬤다.
2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늦여름, 쉬는 시간에 부반장이 생일파티 초대 카드를 돌렸다. 짝꿍이 뒷자리로 몸을 돌려 동네에 새로 생긴 맥도날드에 가게 됐다며 시시덕댔다. 나도 가고 싶었다. 말로만 듣던 햄버거가 무슨 맛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카드를 받지 못했다. 시무룩해졌다. 짝꿍이랑 얘기하던 뒷자리 친구가 나를 불렀다. "부반장 생일파티 초대받았어?" 말보단 몸짓이 편했다. 고개를 두어 번 저었다. "같이 갈래? 부반장한테 얘기해줄게."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가는 길에 생일선물도 골랐다. 갖고 싶었던 연필세트였다. 생일파티라니, 맥도날드라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며칠 잠을 설쳤다.
토요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반장 주변으로 모였다. 나도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이번에는 뒤쳐지기 싫었다. 열댓 명 무리에 껴서 함께 걸었다. 맥도날드에 도착하자 신기한 사람들이 자리로 안내했다. 놀이동산에서 만날 법한 삐에로가 생각났다. 번들거리는 하얀 의자에 앉자 햄버거와 콜라를 갖다 줬다. 수북이 쌓인 햄버거를 앞에 두고 생일 축하 노래를 큰 소리로 불렀다. 너도 나도 생일선물을 건넸다. 내 선물이 제일 볼품없는 것 같아 마른침을 삼켰다. 부반장은 선물을 하나하나 풀었고 고맙다며 먹자고 했다. 햄버거와 콜라를 하나씩 받았다. 따뜻하고 말캉했다. 포장지를 뜯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달면서 짭조름하고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다. 빵과 고기가 뭉개지는 식감이 향긋했다. 콜라 특유의 똑 쏘는 짜릿함도 좋았다.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황홀했다.
나도 맥도날드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싶었다. 내 생일은 12월이라 한참 남았지만 초대 카드를 몇 달 전부터 정성 들여 만들었다. 가방에 넣고 다녔다. 결국 아무에게도 주지 못 했다. '누구에게 줘야 할지, 초대해도 안 오면 어쩌지' 고민하고 걱정하느라 타이밍을 놓쳤다. 그렇게 5학년이 지났다. 6학년이 되면서 친구가 하나둘 생겼다. 주로 혼자 있는 애들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보다 금방 친해졌다. 나도 무리를 지어 팔짱을 끼고 화장실을 함께 다녔다. 별 것 아닌 일을 과장되게 표현해서 주목받으려 노력했다. 종종 햄버거도 먹으러 갔다. 그때만큼 황홀하지 않았다. 이상했다. 먹을수록 맛이 없었다.
이젠 더 이상 햄버거와 콜라를 먹지 않는다. 입이 텁텁하다.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된다. 목 넘길 때의 따가움에 기분이 나쁘다. 나이가 들수록 내 몸에 맞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게 된다. 관계도 그렇다. '우리' 안에 끼기 위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으려 애썼다. 누구에게든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내가 없어지는 것 같은 스트레스로 바닥을 치고 난 뒤에야 그런 마음이 나에게 독이라는 걸 알았다. 속이 편한 음식을 먹듯 내가 보다 자연스러워지는 방식으로 관계 맺고 싶다. 매 순간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