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도서관으로 점심은 햄버거.
오전 졸음이 쏟아진다. 책을 읽다가 고개가 절로 꾸벅꾸벅 위로 아래로 분주하다. 잠에서 깨나 싶으면 다시 잠들고, 다시 깨나 싶으면 잠든다. 한 페이지를 넘기는데 졸고, 깨었다가 읽고, 다시 졸고를 반복하니 뭔가 불편한 상황이다. 오후라면 배가 불러오는 졸음이라 생각하겠건만 아직 오전에 머물러 있으니 이 상황을 당최 이해할 수 없다. 이놈의 몸뚱어리는 왜 이런 건지. 그렇다고 분해해서 확인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환절기도 아닌 이때 이 졸음의 이유는 뭘까? 혼자 이리저리 고민해 봐도 답은 늘 없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깊이 생각한다 해도 졸음이 깨는 것도 아니니 그냥 생각을 멈추기로.
얼마나 그렇게 시간을 보냈을까? 조금 깨는가 싶었는데 점심시간이다. 졸음은 이제야 달아났다. 배가 고파서였어? 이 졸음이. 이렇게 생각해 보니 그것도 조금 어이가 없다. 그럴 리가 없지.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았으니 점심을 고민한다. 만날 하는 이 먹을 것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덜 했으면 하는데 이것 또한 그럴 리가 없다. 뭘 먹을지는 하루 2번 이상은 하게 되는 고민이고, 생각이다. 무사히 선택하고 식사 후 만족한다면 좋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여러 메뉴가 머릿속에서 지나간다. 햄버거가 떠올랐다. 따스한 국물의 칼국수나 국밥도 떠올랐다. 가정식 백반도 떠올랐다. 그 외도 많은 메뉴가 떠오르지만 떠오른 메뉴가 맘에 차진 않는다. 그 맛을 떠올려 보지만 그게 정답일 리는 더더욱 없으니까. 상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생각을 멈추자니 또 졸음이 쏟아질 것 같다. 일단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짐을 하나하나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공기에 따가운 햇살은 참 어울리지 않는다. 그늘에 숨어있던 바람이 숨바꼭질이라도 하듯이 뛰쳐나왔다가 들어간다. 저것에 걸려 내가 감기에 걸린 것이야. 그럴 것이야. 혼자 중얼거렸다.
길은 한적했다. 시간은 점심시간. 식당만 분주하다. 공사장 근처의 식당에서 웅성 거리를 소리가 식당 밖으로 뻗어 나온다. 그들의 식사는 그렇게 현장처럼 시끌시끌했다. 그 와중에 나는 뭘 먹을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걷는다, 남쪽으로. 모든 걸 지나 결국 도착한 종착지는 햄버거집이다. 여기도 아직 점심시간인가 보다. 복작복작한 소리가 식당을 채운다. 소란스러움은 식당의 맛을 보여주기도 한다. 주문하고 기다렸다. 테이블에 올려진 한 끼 식사. 쟁반에 담겨온 햄버거는 정갈한 모습을 하고 있다. 벌려진 브리오슈 속에 야채와 고기 패티, 소스들이 잘 담겨 있다.
한입 먹고는 고민에 빠졌다. 내가 먹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었나? 맛을 다시 음미하며 먹어보지만 도통 모르겠다. 햄버거는 계속 사라지고, 허기는 계속 채워졌다. 나는 이걸 먹고 싶었을까? 답은 알 수는 없지만 배는 충분히 불렀다. 졸음은 이미 사라졌고, 배는 부르다. 다시 길 위. 어디로 갈지를 고민한다. 길에는 아직도 점심시간의 풍경이 남아있다.
'아! 오늘은 도서관에서 시작했으니 그냥 도서관에 있는 게 좋겠지....'
결국 나는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