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수교육의 시작, 1대 1 대응

숫자를 아는 것과 수개념이 있는 것의 차이

by WAYSBE

아이가 만 2세 즈음이 되면, 말하기 능력이 폭발적으로 발달합니다. 어제와 오늘 아는 단어가 다르다고 느껴질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하죠. 이 무렵 숫자를 보고 읽는 아이들이 꽤 있습니다. 숫자에 관심을 보이고, 0-9까지의 숫자를 정확하게 식별해서 읽어내죠. 더 나아가 그 이상의 숫자도 읽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본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이과적 재능이 있나? 수학에 흥미를 느끼나?’라고 생각하시기도 하는데, 실은 수학보다는 언어 쪽의 관심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숫자를 보고 그 모양을 기억하고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그림을 보고 그 이름을 말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입니다. 숫자는 그림과는 달리, 문자처럼 사람들의 약속으로 만들어진 것이란 면에서 숫자를 좋아하는 아이는 문자에도 관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숫자를 읽는 능력은 수학적 능력보다는 언어적 능력에 더 가깝다.


숫자에 관심을 가지고 그 이름을 기억하여 말할 줄 아는 아이라면 자음이나 모음의 소리 음가를 알려주면서 지속적으로 보여주면 문자의 낱자도 식별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낱자를 보고 읽는다는 것은, 문자의 모양을 보고 그 이름인 소리의 음가를 기억한다는 것이지, 문자로 조합해서 읽을 줄 아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낱개의 문자를 보고 음가를 아는 것은 이르면 18개월에서 두 돌에도 가능하지만 이는 통문자 교육과 비슷한 맥락으로 우뇌를 통해 그림을 인지하여 이름을 말하는 것입니다. 파닉스를 규칙에 맞게 조합하여 쓰고 읽어내는 파닉스 교육은 보통 좌뇌가 발달하기 시작하는 만 3세 이후에 가능합니다.


저희 둘째는 첫째가 한글과 영어 파닉스를 처음 공부하던 시기에 자연스럽게 함께 문자에 노출이 되었습니다. 그 무렵이 18개월 즈음이었는데, 벽에 걸린 한글과 영어 포스터를 보면서 음가를 들려주면 정확히 짚어내었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던 때라 더 신기했죠. 22개월 즈음에 단어를 조금 말하게 되면서부터는 ‘ㄱ’을 짚으면서 "이거 뭐야?"라고 물으면, "그그그!"라고 대답을 하더라고요. ‘h’를 짚으면 "흐흐흐"하면서 숨을 헐떡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물론 천재라고 믿고 싶은 건 엄마의 마음일 뿐, 이러한 능력은 많은 아이들에게 나타나며, 곰 그림을 보고 "곰"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계열의 능력입니다.




지금까지는 숫자를 식별해서 그 이름을 말하는 것은 수개념이나 수학적 능력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일, 이, 심, 사, 오, 육, 칠, 팔, 구, 십”,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즉 기수와 서수를 말할 수 있다면 수 개념이 있는 것일까요?


이 능력은 차례 혹은 순서를 인지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숫자를 읽는 것보다는 수학적 능력과 연관은 있습니다. 기계적으로 “일, 이, 심, 사, 오, 육, 칠, 팔, 구, 십”을 말하는 단계라면 수학적 능력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엄마가 “일, 이, 삼”이라고 했을 때, 다음 수인 “사, 오,…”를 자연스럽게 이어서 말할 수 있다면 수학적 능력과 연관이 있지요. 즉, 기수와 서수를 단지 암기해서 말하는 것인지, 생각해서 차례대로 말하는 것인지 잘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차례대로 말하는 정도로도 수개념이 생겼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기수와 서수를 말할 줄 아는 것도 수개념과는 별개의 일이다.




그렇다면 수개념이란 무엇일까요? 사탕 3개를 보고 ‘삼’ 혹은 ‘셋’이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사탕 4개를 하나씩 짚어가며 세어 ”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수개념과 양감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 능력은 숫자를 보고 이름을 말하는 것이나 기수나 서수를 차례대로 말하는 것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구체물을 추상적인 수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이것은 아이의 수개념의 시작을 말하는 것이고 수학적 측면에서는 엄청난 혁명적 사건입니다.


수개념은 언제부터 발달하기 시작할까요? 보통 18개월 이후라고 하며 두 돌부터 더욱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수개념의 발달을 위해 첫째를 키울 때에도, 둘째를 키울 때에도 늘 하던 일이 있습니다. 매일 머리를 묶어주고, 비타민이나 과자를 줄 때마다 개수를 소리 내어 세었습니다. 두 돌 무렵이면 이미 수천번 들은 셈이지요. 두 아이 모두 두 돌이 되기 전부터 3-4개 정도의 양감이 생겼습니다. “비타민 두 개 먹을래? 세 개 먹을래?”라고 물어보면 말을 처음 시작한 때부터 “세 개”라고 하였습니다. 머리를 묶을 때에는 어느 순간 같이 수를 세더라고요.


수개념은 이처럼 구체물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에서 발달하며, 보다 추상적인 숫자나 기수나 서수를 말하는 것과는 다른 영역입니다. 물론 영유아 시기에는 언어적 능력과 수학적 능력이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사탕을 하나씩 세는 것이 혁명적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바로 구체적인 경험과 추상적 언어가 결합을 하여 수학적 경험을 하는 첫 발이기 때문입니다.




수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은 수교육에 들어갈 수 있는 뇌가 발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활동은 바로 1:1 대응 활동입니다.


저희 아들과 딸을 비롯하여 주변의 많은 아이들을 관찰하였을 때, 양감이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바로 1:1 대응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양감이 발달하면서 다섯 개 이하의 물건을 아이에게 주면, 아이는 직관적으로 한눈에 많고 적음을 인식합니다. 하나보다 둘이 많고, 둘보다는 셋이 많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 선택합니다. 그림처럼 한 개, 혹은 두 개를 인식하고 "일", "이" 혹은 "하나", "둘"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때, 아이가 양감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발견하시고, 1:1 대응 활동을 시작해 보실 수 있습니다.


이때, 작은 물체를 가지고 활동을 하면 좋은데, 사탕이나 미니카 등을 아이 앞에 하나씩 놓으면서 개수를 세면, 아이는 그동안 기계적으로 들어왔던 수가 물건의 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순서와도 상관이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두 돌 아이가 이것을 배우고 바로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한 번씩 1:1 대응을 하면서 세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면 좋습니다. 가르친다는 마음보다는, 경험을 하게 한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생각날 때마다 꾸준히 보여주시면, 세 돌 즈음이면 10까지의 1:1 대응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공깃돌을 세어 보라고 했을 때, 1:1 대응이 가능한 아이는 하나씩 짚어가며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하고 셉니다. 1:1 대응이 불가능하다면, 공깃돌 하나를 짚으면서 “이, 삼”을 한꺼번에 세기도 합니다. 공깃돌을 엄마를 따라 손으로 짚긴 짚는데, 수를 세는 속도와 따로 노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보통 만 2세의 아이들에게서 관찰할 수 있는 모습이지요.


고정된 자리에 있는 물체를 1:1 대응을 하며 세지 못한다면 한 그릇에서 다른 그릇으로 물건을 옮기면서 세어보게 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 활동을 잘하게 된 후에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으며 세기를 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아이가 수개념이 생기기 시작해서 하나와 둘, 셋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면, 1:1 대응을 하면서 수를 세는 연습을 먼저 하시길 권합니다.




아이가 적은 수의 1:1 대응은 하지만 5 이상의 수로 넘어갈 때 두세 개를 한꺼번에 세고 1:1 대응이 무너진다면, 효과적인 교구로 추천드리는 것은 몬테소리 교구인 수막대 입니다.


저는 아들이 만 두 돌 무렵 공깃돌로 1:1 대응을 하며 수세기를 가끔씩 함께 했는데요, 매일 한 것은 아니지만 수개월동안 아이가 완전히 1:1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몬테소리 수 영역 수업을 듣고 수막대를 알게 된 후, 이거다 싶어 아들을 위해 각목을 주문해서 수막대를 직접 만들어 주었습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수막대의 가격이 너무 비쌌고, 알리에서 검색하니 1/2 사이즈만 싸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서 만들었지요. 몬테소리 수업을 들을 때 사이즈도 중요하다고 들어서 정사이즈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직접 만든 수막대


결과는 매우 놀라웠습니다. 공깃돌로 수십 번 제공해도 못하던 1:1 대응을 수막대를 준 첫날부터 해내더라고요!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정말 놀라웠습니다. 수막대로 1:1 대응을 성공한 후에는 공깃돌로도 1:1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첫날부터 10 막대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만 2.5세에서 만 3세부터 제공하는 이 막대는, 처음에는 1-3 막대 정도만 제공하고, 점차 수를 늘려나갑니다.


그러나 모든 부모님들이 비싼 수막대를 들이지는 않을 것이고, 만드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라, 몬테소리 수막대는 이런 교구가 있다는 차원에서 소개드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1:1 대응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큰 물체로 가르치고 차츰 공깃돌과 같이 작은 물체로, 그림이나 학습지는 마지막에 제공하시길 바랍니다.


처음에 큰 물체로 가르치는 이유는 한 물체에 한 반만 세는 연습을 하는데에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물체가 크면 한 개의 수를 말하면서 물건 두 개를 한꺼번에 가리키기가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의 한 손 가득 들어갈만한 크기의 물건으로 1:1 대응을 가르치세요. 몬테소리 수막대도 한 칸의 크기가 10cm입니다. 아이가 손으로 짚었을 때 한 칸만 짚일만한 큰 크기이지요. 10 막대는 무려 1m나 되고, 아이가 두 손으로 들어야 할 만큼 무겁습니다. 길이와 무게에서 온몸으로 양감을 수와 연결하여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이즈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은 물체를 1:1 대응하며 셀 때에는 손가락으로 짚으며 세기 전에 한 그릇에서 다른 그릇으로 옮기는 활동을 먼저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처음부터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세게 하면 아이가 헛갈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1 대응과 숫자의 연결


0-9까지의 숫자는 1:1 대응과는 별개로 언어 영역으로 가르칠 수 있습니다. 1:1 대응과 함께 제시해도 되고, 따로 제시해도 됩니다. 무엇을 먼저 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흥미와 발달 수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숫자에 더 관심이 있는 아이도 있고 물건을 세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가 흥미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제공하시고 추후에 이 두 가지를 연결시켜 주면 됩니다.


구체물과 숫자의 연결


숫자를 만 2-3세 아이에게 처음 도입하는 상황이라면 숫자카드도 좋지만, 모래숫자로 도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모래숫자는 쓰기를 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며, 촉감의 민감기인 2-3세의 아이들이 흥미를 가집니다. 만 4세 이후라면 흥미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저희 큰 아들의 경우에는 숫자를 두 돌 이전에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숫자를 읽을 수 있었기에 1:1 대응과 함께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18개월에서 두 돌 사이에 먼저 숫자를 알고 있었고, 2.5세 경에 1:1 대응을 수막대로 익혔습니다. 그리고 3.5세 경에 숫자 쓰기를 연습하면서 이 두 가지를 연결시켜 주었는데,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여서 아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로 넘어갔습니다. 후에 둘째 출산으로 맥이 끊겼다가 수교육은 한참 뒤인 4.5세경에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 숫자 쓰기도 제대로 가르쳤습니다. 가지고 있는 수개념에 비해 숫자를 쓰는 실력(운필력)이 부족해서 처음에는 진도가 느렸습니다.


아직 두 돌이 안 된 딸의 교육을 계획한다면, 2.5세 경에 1:1 대응을 가르치면서 모래숫자로 숫자를 연결해 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모래숫자를 통해 수 쓰기 준비를 하고, 만 3세 이후에 숫자 쓰기를 가르치려고 합니다. 수교육은 숫자 쓰기가 수월하게 된 후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래야 수개념에 더욱 집중하고, 문제를 푸는 것보다 숫자를 못써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은, 수교육에 앞서 1:1 대응을 하며 수 세기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 2-3세부터 구체물을 통해 1:1 대응을 충분히 연습하신 후 아이가 1:1 대응을 완벽하게 할 수 있을 때 수교육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1:1 대응이야말로 수교육의 시작이며, 1:1 대응이 불가능한 아이는 수교육도 블가능합니다.


만약 아이가 아직 1:1 대응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면 이 글을 다시 한번 정독하시면서 수교육 준비를 해주시면 좋을 것입니다. 보통 만 2-3세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keyword
수, 금 연재
이전 17화통문자 교육을 받은 아이가 한글 파닉스를 어려워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