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자연스럽게 읽는 것이 가능하게 하는 기초 문법 2개
아이가 자음, 모음, 받침을 조합해서 읽고 쓸 수 있게 되더라도, 막상 그림책을 펼치면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별로 없습니다. 써진대로 발음하지 않는 단어가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아기 때나 보던 쉬운 그림책을 펼쳐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음 글은 만 1-2세 수준의 쉬운 그림책에 나올 법한 문장입니다. 한 번 소리내어 읽어 보세요.
기린은 딸기가 좋고, 사슴은 포도가 좋대.
내용은 만 3-6세 아이의 사고 수준에서 너무나 단순하고 쉬운데, 소리나는대로 읽을 수 있는 어절보다 소리나는대로 읽을 수 없는 어절이 두 배 많습니다.
기리는 딸기가 조코, 사스믄 포도가 조태.
아이는 써져 있는대로 읽을 수 없는 부분에서 막힙니다. 그래서 처음 이 문장을 읽는 아이는 이렇게 읽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기린, 은, 딸기가, 조, 고, 사슴, 은, 포도가, 조, 대.
한글 파닉스를 다 뗀 후에도 막상 가장 쉬운 그림책을 읽혔을 때 상황이 이러하니 엄마는 당황스럽습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일단 한글을 뗐으니 되었지,뭐. 문법은 그림책을 많이 읽는 경험이 쌓이다보면 자연스럽게 터득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책을 읽는 경험이 많이 쌓이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문장을 처음 읽기 시작한 저희 아들을 관찰해보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스스로 수정해 나가더라고요.
한글파닉스를 갓 뗀 아이가 문장을 읽는 과정
“기린은 딸기가 좋고, 사슴은 포도가 좋대.“
1. 기린, 은, 딸기가 졷, 고… 사슴, 은포도가, 졷, 대.
2. 기린은, 딸기가, 졷고, 사슴은, 포도가, 졷대.
(잠시 생각하며 의미를 생각한 후, “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3. 기리는 딸기가 조코, 사스믄 포도가 조태!
이렇게 수정해 나가는 아이를 보면 참 대견합니다. 의미를 알아채면 문법을 몰라도 자연스럽게 말할때 어떻게 말하는지를 생각하여 말합니디. 그래서 아이가 문장을 읽을 때 어색하게 읽으면 이렇게 조언해주곤 합니다.
그래, 잘 읽었어. 이제 자연스럽게 한 번 더 읽어 봐.
이 때 아이에게 꼭 알려주셔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띄어쓰기 단위로 읽는 것입니다. 어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 문장을 읽는 아이는 자기가 읽을 수 있는 부분까지 한큐에 읽어요. 그래서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아버지’라는 단어는 알고 있는 단어라 한 큐에 읽고, 그다음에 나오는 ‘가’는 문자해독을 하며 읽어서 그렇습니다.
띄어쓰기 단위로 잘 읽게 된 후에는 의미 단위로 잘 끊어 읽게 하여야 문해력이 좋아집니다. 이 단계까지 가는 것은 아마 초등학생이 된 이후일 것이라 여기서는 자세히 풀어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의미단위로 끊어읽기는 초등학교 중학년 아이들도 언어 능력이 우수한 경우에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림책을 읽을 때에는 여전히 제가 90%이상을 읽어줍니다. 문장 읽기는 그림책의 재미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소수의 문장만 시킵니다.
그래도 매일 꾸준히에서 오는 힘인지, 아들의 문장 이해력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만 4년 11개월인 아들은 이제 두세개의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수학 문제를 여러 번 읽으면서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엄마가 옆에서 봐주어야 안정감을 느끼긴 하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읽기가 더 정교해지고 있으며, 반복해서 읽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주 나오는 문구는 자동읽기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읽습니다.
최근에는 한글 공부 시간을 따로 갖지 않기 때문에 수학 공부 시간에 하루에 세 문제 정도를 읽고 풀게 하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수준의 문장입니다.
민영이네는 강아지가 2마리 있습니다. 새끼를 3마리 낳았다면, 민영이네 강아지는 모두 몇 마리 일까요?
이처럼 같은 문장을 여러번 읽게 하면서 의미를 생각하게만 해도 독해력은 자연스럽게 좋아집니다. 그런데 조금 더 쉽게 읽게 하기 위해서 두 가지 문법을 알려주면 좋습니다. 이동글자나 한글자석교구 등을 사용하여 꾸준히 연습하면 문장 읽기가 한결 자연스러워 집니다. 정확한 발음으로 읽히니 문장에 대한 이해도 더 쉬워져요. 물론 처음엔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복연습하면 자동읽기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유아에게 문법을 가르친다고 하면 ‘그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파닉스 자체가 아주 기초적인 문법입니다. 글자를 읽는 규칙을 가르치는 것이니까요. 간단한 문법은 유아에게 가르쳐도 해가 되지 않습니다. 논리력을 기르는 데에도 좋습니다. 규칙을 적용하는 능력도 향상될 것입니다. 다만 아이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판단된다면 일단 멈추시고 수 개월 후에 다시 시도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이해력 수준이 맞을 때 가르치는 것이 적기 교육이니까요.
보통은 한글 파닉스를 다 떼고, 문장을 띄어쓰기 단위로 끊어 읽으면서, 글자가 쓰여진대로 소리내며 잘 읽게 되었을 때가 다음 문법 두 가지를 가르치는 적기입니다. 한글 파닉스를 다 뗐더라도 단어나 문장을 더듬더듬 천천히 읽는 수준에서는 좀 더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읽을 때를 말합니다.
토끼가 동굴,에… 숨,었,어.
문자의 쓰기와 발음이 일치하는 ‘토끼에’는 한 숨에 읽는데, ‘동굴에’와 ‘숨었어’를 ‘동구레’와 ‘수머써’로 발음하지 못하기에 이 단어들은 한 자, 한 자 끊어 읽습니다. 그래도 문자해독의 속도가 빨라서 끊어읽는 느낌은 있지만 문장 읽는 속도 자체는 아주 답답하진 않습니다. 또한 띄어쓰기가 된 단위로 쉬면서 읽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이를 잘 적용해 읽습니다. 이 때가 바로 앞으로 설명드릴 문법 두 가지를 알려주실 때예요.
자동읽기를 앞당기는 쉬운 문법 두 가지!
첫째는 받침이 자음 소리없는 자음 ㅇ을 만나면, 받침이 자음의 자리로 가서 소리를 내준다는 것입니다.
받침 + ㅇ = 자음자리에서 ㅇ이 사라지고 받침이 그 자리로 가서 소리를 낸다.
예) 동굴에 -> 동구레, 기린아 -> 기리나
아이를 지도할 때에는 이동문자나 한글자석교구를 사용하여 쉽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다음 사진과 같이 적용하시면 됩니다.
지도의 예
엄마 : ‘기린아’에서 받침 ㄴ이 소리없는 자음 ㅇ을 만났네! ㅇ은 소리없는 자음이니까, (ㅇ을 떼고, 그 자리에 ㄴ을 붙이며)ㄴ이 와서 “내가 대신 소리내줄게~”하고 대신 소리를 내줘. 그러면 뭐라고 읽어야 할까?
아이 : 기리나
엄마 : 잘 했어! (다시 ‘기린아’로 한글교구를 원상복귀 해 놓는다.) 이번에는 ㅇㅇ이가 혼자 해볼래?
아이 : (‘기린아’에서 ㅇ을 뗀 후, 받침 ㄴ을 떼서 ㅇ이 있던 자음 자리에 붙인다.) 기리나!
엄마 : 다른 것도 해볼까? 받침이랑 소리없는 자음 ㅇ이 만나는 곳을 찾아서 해보자! (그림책을 펼쳐서 단얼 찾게 하고, 한글교구로 구성해 본 후, 문법을 적용시켜 읽는 연습을 한다.)
아이가 자주 접할법한 단어들로 익숙해 질때까지 매일 연습하게 해 주세요. 좋아하는 그림책을 활용하셔서 아이가 스스로 찾게 한 후 연습하는 것도 좋습니다.
받침이 복자음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왼쪽의 자음은 받침소리로 남고, 오른쪽의 자음이 ㅇ자리로 가서 소리를 냅니다. 이것은 심화된 내용으로, 아이의 인지수준을 고려하여 제시할지 생략할지를 판단하세요.
예) 앉아, 핥아, 읽어
둘째는 소리없는 받침 ㅎ이 ‘ㄱ, ㄷ, ㅈ’을 만날 때 거센소리인 ‘ㅋ, ㅌ, ㅊ‘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소리없는 받침 ㅎ + ㄱ,ㄷ,ㅈ = ㅋ,ㅌ,ㅊ
’좋다‘라는 단어는 아주 어린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에도 자주 나오는 말입니다. ’좋고, 좋다, 좋지‘등으로 변형되어 사용되죠. 그럴 때 적용될 수 있는 규칙입니다. 다음 사진과 같이 적용하시면 됩니다.
지도의 예
엄마 : ‘좋다’는 소리없는 받침 ㅎ이 ㄷ을 만났네! 이런 경우에는 ㅎ은 소리가 안 나지만, 뒤에 있는 ㄷ의 소리를 센 소리로 바꿔주지. (ㅎ을 떼고, ㄷ을 ㅌ으로 바꾼다.) 읽어볼래?
아이 ; 조타
엄마 : 잘 읽었어! (‘좋다’를 원래대로 만들어 놓고) 이번엔 ㅇㅇ이가 혼자서 해보자.
받침이 복자음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왼쪽의 자음은 받침소리로 남고, 오른쪽의 자음인 ㅎ이 ‘ㄱ,ㄷ,ㅈ’의 자음에 영향을 주어 ‘ㅋ,ㅌ,ㅊ’으로 발음하게 합니다. 참고로 알아두시고, 아이의 이햐 수준이 못 미친다면 제시는 생략하세요. 저는 굳이 제시하지 않고, 그림책에 나와서 읽기가 막혔을 때에만 참고삼아 한글자석교구를 해보게 하였습니다.
예)앓고, 잃다, 않고
오늘 다룬 내용은 3-6세 어린이들에게는 심화 과정으로 띄어쓰기 단위로 문장을 소리나는대로 잘 읽는 어린이에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좌뇌가 충분히 준비되어 규칙을 적용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을 때 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자동읽기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좋은 기술이지만, 아이가 몇 번 알려주었는데도 이해하여 새로운 단어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아직 시기가 아닌 것입니다. 이해를 못하는 아이를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주면서 가르치지는 마세요.
이 글로 한글 파닉스를 익히고, 단어와 문장을 자연스럽게 읽게 하는 프로젝트인 <한글 파닉스 떼기> 프로젝트는 일단락됩니다. 적기에 한다면 보통 두세달 정도면 한글 파닉스를 뗄 수 있지만, 단어와 문장을 자연스럽게 읽게 되는 것은 별개이며 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합니다.
아이들마다 발달 수준과 속도가 다르므로, 관찰을 통해 적기를 판단하셔야 하는데, 보통은 만 4세 정도라면 한글 파닉스를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만 3세라면 모래글자 등의 교구를 활용하여 보다 느긋한 속도로 도입하여 파닉스를 가르치는 것이 가능합니다. 파닉스를 떼도 문장을 자연스럽게 읽게 되는 것이 더 오래 걸리므로 만 5세 정도까지 한글 파닉스를 익힌다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 문장 읽기를 연습할 시간이 충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