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해독 수준에서 자동 읽기 수준으로 가기까지
<한글 파닉스 떼기>를 잘 마치셨나요? 만 4세를 기준으로 모음, 자음, 받침, 그리고 복잡한 모음과 복잡한 자음의 순서로 따라오셨다면 두세 달, 길어도 6개월 안에는 한글 파닉스를 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 3세의 경우는 모래문자와 병행하여 하는 것이 좋으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만 5세라면 더 빨리 마스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글 파닉스를 뗐다는 것이 곧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닙니다! 한글 파닉스 떼기는 운동으로 말하자면, '준비 운동 단계'일뿐이에요.
저도 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쳐보기 전에는 한글 파닉스만 떼면 아들이 그림책을 스스로 읽게 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조금만 가르쳐보아도 알 수 있어요. 한글의 낱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곧 단어를 읽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란 걸. 그리고 단어를 읽을 수 있다는 말이 곧 문장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라는 걸요. 더불어 단어와 문장을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다고 그 의미를 바로 파악할 수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한글 파닉스를 떼면, 문해력 기르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우리 아이 처음 공부>에서는 한글 공부의 첫 단계인 '한글 파닉스 떼기'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기에 문해력 기르기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드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 한글 떼기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실 부모님들을 위해 몇 가지 안내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이가 문해력이 생기는 단계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단계들은 제가 아들을 관찰하며 정리한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참고만 해 주세요.
아이의 문해력 발달 단계
1. 암호 해독 단계
암호 해독 단계에서는 아이가 한 글자, 한 글자, 떨어뜨려 읽으며, 읽은 후에도 단어의 뜻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몇 번 더 단어를 반복하여 읽어본 후에야 자신이 읽은 단어의 뜻을 인지하고 발견했다는 듯이 기뻐합니다. 예를 들어, '코끼리'라는 단어를 읽게 하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엄마 : ('코끼리'라는 글자를 보여주며) 이 단어를 한 번 읽어 볼래?
아이 : 크오...... 끄이....... 르이......
엄마 : 다시 한번 읽어볼래?
아이 : 코...끼...리...
엄마 : 네가 방금 읽은 단어가 뭐야?
아이 : (기억을 못 하고 다시 처음부터 읽는다.) 코.... 끼....리...
엄마 : 다시 한번 읽어볼래?
아이 : 코,끼,리. 아! 코끼리!(드디어 코끼리의 이미지를 연상하며, 자신이 읽은 글자가 무엇인지 알아채고 기뻐한다.)
위와 같은 시기를 지나면, 아이는 단어를 천천히 읽을 수 있으나 읽음과 동시에 무슨 뜻인지는 이해할 수 없는 시기가 옵니다. "코끼리." 하고, 바로 읽으나, 뜻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잠시 생각을 한 후, "코끼리!" 하고 이미지를 연상합니다. 글자를 처음 읽는 아이들에게 글자 읽기는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조음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뜻과 연결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죠.
이 시기에는 그림책이나 간판, 메뉴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단어들을 읽어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좋아요. 아이가 읽고, 그 뜻을 스스로 알 때까지 반복해서 읽어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받침이 없는 한글 읽기부터 시작해 보세요. 남자아이라면 공룡책을 하나 펼치시고, 공룡 이름을 읽어보게 할 수도 있어요. 공룡이름이 대부분 받침이 없습니다. 시중에 받침 없는 한글 동화도 검색하면 나오니, 그런 동화책을 이용하는 것도 좋겠지요. 더불어 하루에 2-3 단어라도 써보게 하면 좋습니다. 저는 보고 쓰는 활동이 아니라 제가 불러 주는 단어를 아이가 받아쓰게 했어요.
추천 활동 : 받침 없는 단어 읽기와 쓰기, 공룡이름 활용, 받침 없는 한글 동화. 장보기 활동(장보기 리스트를 주고, 아이가 마트에서 물건을 담아 오게 하기)
2. 단어 이해 단계
단어 이해 단계에 오면, 아이는 2-3개의 음절로 이루어진 단어를 읽으면서 바로 무슨 뜻인지 이해합니다. 그러나 음절이 많아지거나 문장 단위가 되면 한 번 읽고 제대로 기억하거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짧은 문장을 읽을 때, 단어를 하나하나는 기억하고 뜻을 말하지만, 두 단어가 합쳐졌을 때의 의미를 연결 짓지 못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짧은 문장을 읽게 하고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다시 처음 단어부터 읽습니다.
엄마 : 이 문장을 읽어볼래?
아이 : 코끼리....가고, 양이....를, 안,아.... 줘요.
엄마 : 한 단어씩 끊어서 읽어볼까?
아이 : 코끼리가, 고양이를, 안아줘요.
엄마 : 그래서 그 문장에 뭐라고 쓰여있어?
아이 : 코끼리가...... 몰라!
엄마 : 다시 한번 읽어볼까?
아이 : 코끼리가 고양이를 안아줘요. 아! 코끼리가 고양이를 안아줬대!
문장을 처음 읽는 만 4-5세의 아이들은 띄어쓰기의 개념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유명한,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의 예시가 딱 들어맞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아마 짧은 문장을 읽어보라고 하면 단어를 하나씩 읽지 않고, 자기가 자신 있는 부분까지 쭉 이어서 읽고, 한숨 들이쉰 후에 아무데서나 끊어가며 읽는 경우가 많아요. 위의 예시에서 '가고양이'와 같이 읽으면 아이는 자신이 고양이라는 단어를 읽은 것을 해석해 내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띄어쓰기'가 되어 있는 부분은 끊어 읽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단어별로 끊어 이해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저의 경우는 그림책의 제목을 아이에게 읽게 하고, 그림책을 읽을 때에 한 장에 한 문장 정도는 아이가 읽어보게 하였습니다. 수학 연산 학습지를 풀 때에, 1문장으로 이루어진 지시형의 문제는 아이가 읽도록 하였습니다. 수학 연산 학습지에 나오는 문장들은 같은 단어와 지시기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이 시기의 아이가 읽고 해석해보게 하기에 좋았어요.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자주 접하는 문장들을 자연스럽게 읽어보게 하는 것입니다. 지나가다가 길에서 자주 보는 안내문이나 간판 등을 읽어보게 하는 것도 좋겠지요.
추천 활동 : 그림책의 제목 읽고, 그림책 읽기 통장에 제목 적기. 길가의 안내문이나 간판 읽기. 메뉴판 읽기. 자주 푸는 학습지의 문제 읽기. 짧은 문장 받아쓰기
3. 2-3 어절의 문장 이해 단계
이 단계의 아이들은 2-3개의 어절로 이루어진 문장을 읽고 기억해서 말합니다. 처음에는 잠시 생각한 후 문장의 뜻을 말합니다. 시간이 차츰 지나가면서, 생각을 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문장을 읽고 나서 바로 문장의 내용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긴 문장이나 여러 개의 문장은 읽고 종합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한 문장, 한 문장 끊어 읽으면서 그 뜻을 파악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그림책을 읽더라도, 문단 전체를 읽게 하기보다는 중간중간 한 문장 정도를 읽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선 단계에 비해 수월하게 읽어내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중간에 아이가 문장을 읽어도 그림책 읽기의 흐름이 크게 깨지지 않습니다. 물론 문장의 길이나 단어의 난이도는 엄마가 조정해 가며 읽게 해야 합니다.
추천 활동 : 함께 그림책 읽기 활동, 단순한 지시를 나타내는 문장을 읽고 지시 수행하기(게임이나 학습지 등)
4. 긴 문장/짧은 문단 이해 단계
이 단계에 온 아이는 긴 문장을 읽고 잠시 생각한 후, 핵심 내용을 말할 수 있습니다. 2-3개의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제도 읽고 연결 지어 해독할 수 있지요. 이 단계에 와야 수학 학습지의 문장제 문제 풀이가 가능합니다.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의 수준도 높아지겠지요. 그러나 긴 문장 하나, 짧은 문단 하나를 읽고 해석하는 데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여전히 높기 때문에, 그림책은 여전히 엄마가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만4년 10개월인 아들은, 이 단계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아들은 한글 파닉스를 뗀 지 약 4개월이 되었습니다. 하루 40분 공부를 20분은 언어영역, 20분은 수학영역으로 나누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요즘은 언어 공부 시간에 영어 파닉스를 공부하고 있어서 한글 독해 연습은 순수하게 일상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음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2-3 문장으로 이루어진 수학 문장제 문제를 스스로 푸는 데 성공했습니다. 4-5번은 반복해 읽어가며 해석해 낸 결과입니다. 한 번 성공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더 쉽지요. 곧 이런 문제는 수월하게 풀어낼 거라고 예상합니다.
추천 활동 : 그림책에서 한 단락 읽고, 핵심 내용 말하기. 2-3 문장으로 이루어진 수학 학습지의 문장제 문제 풀기.
5. 자동 읽기 단계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아이는 글을 읽음과 동시에 뜻을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처음에는 한 문장, 한 문장씩 멈추며 생각하여 읽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멈추지 않아도 해석이 됩니다. 이 단계가 되면, 문단 단위로 질문을 하여도 대답이 가능하지요.
자동 읽기는 문해력의 시작입니다. 자동 읽기가 된다는 것은 글을 읽음과 동시에 그 글의 의미를 안다는 것입니다. 문해력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문해력:문장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
사전적 정의만 보면 자동 읽기가 되면 문해력이 되는 것 같지만 진정한 문해력은 자동 읽기 이상의 능력을 요구합니다. 문단의 중심내용을 파악하고 각 문단의 중심내용을 연결하여 글 전체의 중심내용을 파악하며, 그 글의 주제와 함의까지 읽어내는 능력. 그리고 그 글을 비판적으로 읽을 줄 아는 판단력까지 큰 의미의 문해력에 포함됩니다.
문해력의 큰 뜻을 염두에 두고 자녀가 자동 읽기 단계에 들어 서기 시작했다면 다음과 같은 활동을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추천 활동 : 문단의 중심내용 파악하기, 그림일기, 짧은 그림책 읽고 책의 내용 요약하기
국어 학습의 기본은 문해력!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문해력!
문해력은 국어 학습의 기본일 뿐만 아니라 모든 학습의 기본이며,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문해력은 쉽게 생각하면, 글을 읽고,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요약하는 것입니다. <한글 파닉스 떼기>는 가장 기초가 되는 암호를 해독하는 기술에 해당하며, 암호 해독이 자동 읽기로 나아가기까지의 과정이 더 길고 복잡합니다.
앞서 말했듯 자동 읽기도 문해력의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책 읽기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문해력 때문인데, 문해력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에 걸쳐 장기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므로 유치원에서 초등학생 기간에 가장 중요하게 길러져야 할 학습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점을 참고해 주시고, 일단은 초등학교 입학 전, 한국 나이로 7세에(만 5-6세) 자동 읽기 단계에 들어설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