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대한 내 사랑이 부족한걸까?
세상에 ‘엄마’가 되는 일처럼 이미지와 현실이 다른 일도 별로 없을 겁니다. 여러분은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를 상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곤하게 엄마 품에서 자거나 꺄륵 웃으며 옹알이를 하는 아기, 그리고 아기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어주는 엄마. 보통은 그런 이미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으면 맞닥드리는 현실은 어떨까요? 밤새 두 시간에 한 번씩 깨어나서 수 개월 간 밤에도 잠을 자지 못하게 되지요. 아기에게 24시간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커리어, 취미, 사회 생활 모두 차단한 채, 보통 짧으면 3개월, 길면 3년을 보내게 됩니다. 몇 달 잠을 못잔 상태로 아기를 안은 엄마의 표정은 보통 ‘비몽사몽’입니다. 온화한 행복의 미소는 어쩌다 한 번 나오는 이상일 뿐, 현실은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라는 표정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즉흥적으로 구글 이미지에서 ‘엄마와 아기’라는 키워드를 넣어 검색해 보았습니다. 역시, 우리의 상상을 벗어나지 않는 그림들이 뜨네요.
음, 그런데 이런 이미지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바로 성당입니다. 그래요. 우리가 생각하는 모성의 이미지는 거의 성모 마리아상에 가깝습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이처럼 불합리한 일도 없어요. 인구의 절반인 여성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한데 거의 신적인 사랑을 당연한 것처럼 그들에게 요구해요. 우리 엄마가 나 때문에 우울하고 괴로웠다? 나로 인해 희생을 해서 불행했다? 상상만 해도 상처가 되잖아요.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요구를 또 당사자인 엄마들 역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보통은 누군가가 나에게 불합리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면, “너라면 할 수 있겠어? 이건 불합리해!“라고 말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엄마들은 ”미안하다. 내가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힘든 마음이 드는 자신을 자책해요. ”너를 두고 우울한 마음이 들어 정말 미안해…“
저 역시 그런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아기를 안고 공원을 거닐다가 문득문득 눈물이 난 날들이 정말 많았어요. 누군가가 “너 힘들었지?” 조금만 공감해주어도 또르르 눈물이 흘러 창피했던 적도 있었죠. 그러면서도 내가 눈물이 날만큼 우울하고 힘들다는 것에 대해 마음 속 깊이에서부터 수치심과 죄책감이 들었어요. 나의 우울과 힘듦이 아이데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인 것 같아서, 힘든 만큼 미안했어요. 자고 있는 신생아를 쓰다듬으며, 말도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속삭인 날들이 많았습니다.
혹자는 모성은 본능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아요. 모성은 본능입니다. 그러나 본능은 ‘어떠한 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경향성’일 뿐이지, ‘당연히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엄마들이 성모 마리아, 즉 거의 신적인 존재에 가까운 요구를 받아들이며, 내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경향성은, 그렇게 아이를 잘 돌보고 싶은 사랑과 본능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일을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는건 아니예요. 이것은 비단 엄마의 일에 국한된 힘듦이 아닙니다. 수많은 다른 본능들에도 해당되는 말이예요.
대표적인 본능들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보통 본능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떠올려 보지요. 식욕, 성욕, 수면욕. ‘본능’이라고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입니다. 그렇다면 먹는 것, 사랑을 나누는 행위, 잠을 자는 것은 처음부터 쉬웠을까요? (어떤 심리적 원인으로 이 본능들을 거부하게 된 경우는 차치하고 말해 봅시다.) 우리가 먹고, 잠을 자고,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쉽다 느끼고, 쾌락과 연결짓는 이유는 수없는 반복을 통해 익숙해진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일로 따지자면 경력직! 베테랑! 이라는 말이예요.
그러면 그 본능들을 처음 행하게 되었을 때를 떠올려 보도록 하지요. 먹는 것과 자는 것을 배운 순간들이 기억나지 않기에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다 여기는 것이예요. 그런데 신생아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신생아가 먹는 것과 자는 것을 완전히 습득하는 데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요! 아기들마다 편차가 크지만, 보통 편안하게 먹고 자게 만드는 데에 24개월 정도는 걸립니다. 스스로 하게 만드는 데에는 더 오래 걸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기는 재워 주어야 잡니다. 스스로 잠들지 못해 졸리면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웁니다. 아기가 별 이유 없이 자지러지게 울면 보통 피곤하거나 배고픈 것이예요. 먹는 것은 어떤가요? 아기들과 이유식 전쟁을 하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가요? 먹는 것은 본능이고, 쾌락인데 밥을 먹지 않겠다고 도망다니거나 편식하는 아이들과 그것 먹이겠다고 쫓아다니는 부모가 많지요. 이 일은 당연한가요?
이번엔 조금 민망하지만, 처음 사랑의 행위(SEX)를 나누던 때를 떠올려 보세요. 마냥 좋기만 하셨는지요? 처음에는 그런 욕구를 느낀다는 것 자체가 민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좀 더 성숙하면 그 욕구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기대와 환상을 품게 되기도 하죠. 그러나 그 행위를 처음 할 때에는 상상처럼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쾌락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은 경험이 많이 쌓이고 나서일 거예요. 하지만 처음부터 즐겁지 않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껴야 마땅한가요?
다른 본능의 처음이 쉽지 않은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모성의 처음이 쉽지 않은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처음 엄마가 된 당신이(혹은 아빠가 된 당신이), 힘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모성(혹은 부성)은 본능이지만, 그 본능에 익숙해지고, 그것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가 잠들지 못해 괴로워 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하나요? 둥가둥가를 하며 잠드는 것을 도와주고, 그 도움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잠드는 것을 점차 배워갑니다.
그런데 만약 잠드는 방법을 알지 못해 괴로워 하는 아기를 다그치고 혼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기는 잠드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더 자지러지게 울고, 결국 울다 지쳐 잠은 들지만, 잠이 부족해집니다. 결국 깨어 있는 시간에도 피곤해서 짜증스러워져요.
처음 엄마가 되어 힘든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죄책감이 아닙니다. 잠 못 드는 아이를 둥가둥가 해주는 것처럼, 어떻게 엄마가 되는 것인지 몰라 어쩔 줄 몰라하는 당신에게도 둥가둥가가 필요해요. 친절한 안내가 필요한 것입니다. 시간이 쌓이면 괜찮아 질거라는 따뜻한 위로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멘토가 필요합니다. 만약 여러분을 둘러싼 환경이 여러분에게 친절하지 않다면, 스스로라도 위로를 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시길 바래요.
아이를 낳고 힘든 엄마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저의 경험담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 당시 저의 마음 속에는 마치 천사와 악마처럼 두 가지 마음이 싸우고 있었어요.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과 힘들어 죽겠다는 마음. 때로 아이가 사랑스러운 마음보다 내가 힘든 생각이 더 커질 때면, 저 자신이 나쁜 엄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 아이로 태어난 아이가 안쓰럽다느 생각도 들었었어요. 더 사랑이 많은 엄마에게 태어났다면 너도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텐데, 하고요.
그 시기의 저는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의무감이 더 컸습니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지는 않았습니다. 모성애는 본능이라는데 왜 나에게는 그런 감정이 넘쳐나지를 않을까하고 걱정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만 2-3년 키우고 어느날 문득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는데, 너무나 사랑스러운 거예요! 그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충만한 감정이었습니다. 다른 엄마들과 이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많은 엄마들이 저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 때, 깨달았어요. 모성애도 배워 가는 것이라고. 경험을 통해 성장해 가는 것이라고.
아이를 낳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분들도 물론 있을 것입니다만, 모두가 첫눈에 반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엄마력’이 높아질수록, 아이와 정이 들수록, 더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낳았다고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엄마가 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엄마가 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때로는 인내해 가며 배워야 할 일들도 많습니다.
우울한 마음을 아이에 대한 사랑을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우울과 사랑은 공존할 수 있는 감정입니다. 내 아이를 너무나 사랑해도 처음 엄마가 된 상황에서는 우울할 수 있어요. 그것은사랑이 부족해서가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그 죄책감은 당신의 사랑에서 기인한 것이예요.
물론, 아이에게 그 우울이 영향을 미치지 않게 노력을 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당신에게도 위로가 필요해요. 그 감정은 부정당해야 마땅할 나쁜 감정이 아니라, 여러분의 힘듦을 알려주고 그것을 치유하도록 이끄는 ‘알리미’ 같은 것이예요. 아이와 있을 때에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되, 그와 별개로 당신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 주세요. 힘듦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존중하고, 건강한 자신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세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우울한 당신, 당신의 우울은 이유가 있고, 당연한 것입니다. 처음이기 때문이예요. 그러나 다른 본능이 그렇듯, 모성 역시 경험이 쌓이고 잘 배워 나간다면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보편적인 힘듦이니 자책하지 마시고, 아이를 돌보면서 엄마인 자신도 함께 돌보세요. (혼자서 힘들다면 누군가에게 돌봄을 요청하세요.) 엄마가 되어 가면서 ‘힘들지만 성장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먼저 느끼고, 그 결과 어느날 문득 모성의 기쁨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