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 8일차
기상 시간 5:30AM
요즘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운동은 아니고 그저 이동수단으로써 자전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 동네는 걸어가는 시간과 버스 타고 가는 시간이 같은 이상한 동네이기 때문이다. 운전도 못하고 풀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으로 옮긴 후 출퇴근 할 일이 없어지자, 나는 완벽히 집에 고립되었다.
고립을 깨기 시작한 것은 '책'이었다. 책을 사는 돈이 급격하게 늘어가자, 이거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에 도서관을 다시 찾았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공원 안에 있는데 걸어가면 15분, 버스를 타면 13분(그중 6분은 걸어야 한다)이지만 자전거를 타면 5분이었다! 평소에는 걸어가도 괜찮지만 요즘 같은 더운 여름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퀵하게 다녀오려면 자전거! 자전거가 필요했다.
다행히 요즘에는 서울시 따릉이의 성공으로 시마다 자전거 대여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자전거를 대여해서 탈 수 있었다. 20분에 500원! 처음 앱을 다운받고 등록하기까지 조금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크게 어렵지 않게 자전거 대여에 성공했다. 자전거 라이프의 시작이었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탔던 기억을 떠올려보니, 대략 20년 전이었다. 세상에! 꼬맹이때 외에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굳어버린 몸은 자전거를 탔던 몸의 기억이 있어도 어쩐지 어설프고 이상했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막 페달을 밟으려는 순간이 어려웠는데, 비틀비틀 술 취한 사람 마냥 핸들이 여러 번 돌아가고 나서야 앞으로 똑바로 나갈 수 있었다. 그래도 똑바로만 나아가기 시작하면 바람을 가르며 속력을 내는 자전거와 나를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들이 가슴을 펑! 하고 터트렸다. 마치 마구 흔들었던 맥주캔처럼, 마음이 쏟아져 나왔다. '해방감' '자유' 이런 단어들이 같이 터져 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어른이 되었는데, 겁은 늘어서 사소한 순간에도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이 많아졌다. 아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은 겁이 많아진다는 걸까. 바쁜 부모님 덕분에 수도 없이 넘어지면서 자전거를 혼자서 독학했던 10살 꼬맹이는 넘어지는 것도, 넘어지는 것을 쳐다보는 시선들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서른 살이 넘은 나는 넘어질까 봐 무섭고, 넘어지는 걸 사람들이 볼까 봐 더 무섭다.
그래서였다. 어설프고 비틀비틀 거리는 글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준다는 것이 못 견디게 어려웠다. 늘 하얀색 커서만 깜박이던 화면에서 쉽게 글이 써지지 않았던 것은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였다. 시작은 비틀비틀거리고 어설퍼도 일단 쓰기 시작하면 미끄러지듯 나아갈 수 있었을 텐데. 그걸 이상한 미라클모닝 일지를 쓰면서 깨닫는다.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지 않고 일단 써 내려간 글. 일단 시작하는 글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매일이 기대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