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대다 떠올린 쓸데없는 생각들, 그 두번째
손끝이 시려오는 늦가을이다.
출근길이면 어김없이 손을 코트 자락에 감추느라 바쁘다. 그럼에도 잊지 않고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서 손이 곱아 빨개질 지경이
되어야만 그제서야 나는 얼음 없는 그냥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그 마저도 따뜻한 카페 실내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며 손바닥 뒤집듯 오늘은 따뜻한 음료를 마시겠다는 결심을 바꾸고 만다. 그러니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건 내겐 연중행사인 셈이다.
왜 그리 나는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집착하는 걸까? 이전까지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로 뜨거운 음료를 빨리 마시지 못한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하면 곤란하다. 손과 입이 델 것 같아 한참을 들고 서서는 과히 미지근해져야만 마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빨대'다. 빨대를 입에 물고 다닐 정도로 집요하지는 않지만, 빨대로 음료를 마신다는 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 그리고 행동과 말 사이의 공백을 잠재우는 역할도 한다. 누군가는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이 빨대나 사탕 막대 같은 것을 물고 있기 좋아한다는데, 그런가 싶기도 하고.
최근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생겼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하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그랬다. 네가 아이스음료에 집착하는 건 네 속이 답답해서, 속에서 열이 나서 그런 거라고.
나는 마음 속에 쌓이는 걸 잘 분출하지 못하는 타입이다. 나도 모르던 이유를 저 자는 어떻게 알았는지, 나의 속을 완전히 간파당한 것 같아 마음 쓰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