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대다 떠올린 쓸데없는 생각들, 그 세번째
2014년 11월 4일
어릴 적부터 과일을 잘 안 먹었다. 과일을 자발적으로 먹질 않아서인지, 스물일곱 먹은 여지껏 과일을 못 깎는다.
이런 건 좀 창피한 일인 것 같다.
간만에 사과가 먹고 싶어져서 과도를 들었는데, 깎다가 손목 나가는 줄 알았다.
언젠간 거실에 정좌하여 창피하지 않게 과일을 예쁘게 깎으며 오손도손 웃는 그 풍경을 나도 실현할 수 있겠지.
이런 걸 쓰는 의도는, 다 큰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소한 부분에서도 서툰 게 있곤 하더라, 뭐 이런 거.
댓글
HY Kim : 나는 과일을 좋아하는데도 잘 못깎아 (토닥토닥)
HJ Kim : 잘 못 깎는 사람 여기 한 명 더 있어용 헤헤
SK Son : 난 과일껍질 좋아해. 못 깎아서가 아니야.
HN Park : 난 고구마껍질도 까기 귀찮아서 그냥 먹는데...?
MJ Kim : 난 과일깎으면 엄마한테 혼남
YI Mok : 난 잘깎는데 ㅎㅎ
2018년 12월
'나중에 (예비)시댁 가서 과일 깎으라고 하면 난 망했다. 사과 깎는 꼬라지 보고 시어머니가 나 싫어하실 듯.'
뭐 이런 생각은 사실 저 때 포스팅에서 생략됐다.
세상에 별 걸 다 걱정하는 애였다.
그렇지만 난 아직도 과일을 못 깎는다.
잘 깎는다고 한 마지막 댓글러만 남성이고 나머지는 다 여성이 남긴 댓글이다.
내가 지레 성역할에 갇혀 있는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아직도 과일 못 깎는 어른이구나 싶어 창피하기도 하다. 언젠간 잘 깎는 날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