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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상담소 양희조 Sep 06. 2021

4회기. 나를 아끼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기

(멜로가체질) 내 주변에 누가, 어떤 마음으로 있었는지 돌아보는 은정

(가상상담)

멜로가 체질의 은정의 방문 

 '사별 애도상담'으로 다루기 4회기 



 지난 시간 은정(전여빈) 씨는 자신의 기분을 살피고 필요한 것들을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자신과의 관계를 복구하기 시작했죠. 이번 시간에는 그간 은정 씨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살펴보려고 해요. 때때로 우리의 고통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순간에는 나의 시야가 현재의 내 고통에만 집중되어 시야가 좁아질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려 애쓰는 노력들과 그들이 나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어 느끼는 무력감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지요. 내 주변 사람들과 거리감을 유지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닌데, 내가 너무 괴로울 때는 남들이 나의 고통과 함께 하지 못해 서운하고 괴로운지 알아차리기 어렵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면 소중한 사람들과 허물지 못할 것만 같은 벽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현재의 삶을 굳건히 다지기 위해서는 주변에 안전한 지지대들이 그 자리에 있음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래서 오늘은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과 일상에서 어떤 것들을 공유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 내가 힘들 때 이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를 다루어보려 해요. 






  사회적 지지망 연결하기  


 우리가 애도의 시기를 격렬하게 겪는 동안에는 자신의 애도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나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보기 어려워요. 아주 친밀한 친구의 부모님 장례식장을 처음 방문했던 때를 기억해볼까요? 마음은 이미 저 멀리 앞서서 친구를 다독여주고 안아주고 있는데, 현실에서의 나는 차마 그 친구를 보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지, 얼마나 함께 있어줘야 하는지 잘 정리되지 않아 머리가 복잡해지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내 마음처럼 그 아이를 위로해주지 못해 굉장히 답답했고요. 


출처: JTBC, 멜로가 체질


 내가 큰 상실을 겪고 있는 시기에, 내 주변의 사람들은 늘 그런 마음일 거예요. '얘가 밥은 잘 먹었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매일 이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한 마디도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 한마디가 얼마나 어렵게 내뱉은 말인지 내가 아주 크나큰 상심에 빠져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아요. 그렇게 나를 돌보기 위해 애쓰는 지인이, 자신의 노력이 닿지 않는다는 무기력감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된다면 아무래도 여러 차례 좌절감을 느끼고 화가 날 수 있죠. 방법을 모르는 자신에게, 그리고 너무나도 멀리 있는 것 같은 저 사람에게 말이에요. 그렇게 분노가 누적된다면 이는 관계에서의 거리감으로 전환될 수 있어요. 내가 아주 외롭고 혼자 고군분투하는 시기에 지속적으로 손을 뻗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건 아주 중요한 작업일 거예요. 



 중요한 타인을 초대하기 

 

 오늘은 은정 씨 삶에서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진행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해요. 은정 씨는 그 대상으로 상담을 권유해줬던 동생 효봉 씨를 선택하셨네요. 좋아요. 효봉 씨를 우리의 상담에 초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게요. 


출처: JTBC, 멜로가 체질


 효봉 씨,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은정 씨의 상담사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시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텐데요, 이 자리에 와주셔서 고마워요. 아마도 은정 씨의 애인인 홍대 씨가 떠나고 난 다음, 은정 씨에게 굉장히 많은 변화들이 있었을 텐데요. 그 사이에 효봉 씨 역시 많은 변화들을 함께 겪게 되었을 것 같아요. 은정 씨와 함께 지내면서 어떤 점들을 느끼고 경험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그게 효봉 씨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은정 씨의 애인이 떠나고 후, 효봉 씨는 어떤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는지 우리에게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군요, 효봉 씨는 홍대 씨가 떠나고 나서, 누나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했던 걸 처음 발견한 사람이네요. 그간 누나가 정말 괜찮은 건지 내내 궁금했지만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길래 잘 견디고 있다고 좋게 생각하려고 했었는데, 그게 내가 누나를 잘 챙기지 못한 건 아닐까 자책을 많이 했군요. 엄마 아빠가 해외로 떠난 것도 실은 부모님이 나를 받아들이는 게 힘드셔서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누나가 나 때문에 엄마 아빠를 잃게 된 건 아닐까, 죄책감도 느끼고 있었네요. 여전히 혼자 집에 남아있을 누나가 걱정이 되고 불안해서, 또 누나를 잃고 싶지 않아서, 누나의 친구들을 집에 함께 살도록 제안하기도 했고요. 효봉 씨가 누나한테 상담을 권유하기까지도 꽤 많은 고민이 있었겠어요. 변화하는 삶에 적응하면서 겪었던 효봉 씨가 느꼈던 좌절감과 무력감이 있었네요. 


출처: JTBC, 멜로가 체질


 좋아요, 자, 은정 씨. 동생인 효봉 씨에게는 이러한 변화들이 있었네요. 은정 씨는 이 얘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느껴지셨을까 싶어요. 그래요, 동생이 자기 탓을 이렇게 하고 있을 줄은, 그리고 집 밖을 나가면서 나의 걱정을 이만큼 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내가 나의 생의 허무함과 무망감과 고투하는 동안 효봉 씨는 또 다른 좌절감과 무력감을 견디고 있었고, 이를 알게 되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내가 동생을 살피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군요. 동생인 효봉이를 내가 이제는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군요. 효봉이 덕분에 누나가 상담을 받게 되어서 나를 챙기고 보살피는 법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고 그 힘으로 이제는 동생을 보호해주고 싶다고요. 동생의 마음, 그리고 동생과의 관계가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네요. 자 그럼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을 앞으로는 어떻게 다르게 선택할 수 있을지, 둘이서 함께 뭔가를 같이 할 수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지를 나눠보려고 해요. 우리는 지금 아니면 온전히 누릴 수 없는 것들이 있지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출처: JTBC, 멜로가 체질


  효봉 씨가 은정 씨를 아끼고 챙기고자 하는 마음은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그래도 은정 씨를 케어하는 기능이 효봉 씨에게만 집중되어 있으면 안 돼요. 효봉 씨가 진주 씨와 한주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처럼, 은정 씨 삶의 인간 망이 다양하게 로테이션되는 게 중요해요. 은정 씨가 효봉 씨의 시간들을 다시 확인하게 된 것처럼, 진주 씨와 한주 씨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죠. 효봉 씨의 음악을 두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시간도 만들 수 있겠고, 그리고 진주 씨, 한주 씨와 함께 넷이 나란히 모여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준비해서 하루의 노고를 푸는 시간을 마련할 수도 있겠네요. 그간 서로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나누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지지원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거예요. 그점에 대한 상상력을 우리 키워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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