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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상담소 양희조 Oct 11. 2021

6회기. 꿈, 그리고 생존자 죄책감 다루기

 (멜로가체질) 연인이 나오는 꿈을 통해 자신의 애도 과정을 살피는 은정

(가상상담)

멜로가 체질의 은정의 방문

 '사별 애도상담'으로 다루기 6회기



 꿈 분석, 꿈 해석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꿈은 우리의 무의식이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므로 이를 살펴본다는 거지요. 꿈은 자신의 마음에 대한 통찰을 돕고 핵심적인 문제에 좀 더 빨리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연구가 되어왔어요. 


출처: JTBC, 멜로가 체질


 특히, 애도 과정을 겪고 있는 와중에 생생하게 꾸는 꿈을 우리는 의미 있게 살펴봅니다. 고인에 대해,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해 지금의 내가 어떻게 경험은 지가 꿈을 통해 드러나기도 하고, 때로는 꿈을 통해 애도 작업이 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인데요. 애도 과정이 시작된 초반과 후반의 꿈의 내용이 달라짐을 알아차리며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요. 여기서는 꿈의 내용과 의미 자체를 분석하기보다는 그와 관련된 연상은 무엇이 떠오르는지,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그 꿈을 다시 체험하면서 느끼는 현재의 정서가 무엇인지를 주요하게 다루려 해요. 오늘 꿈 이야기로 시작한 건, 은정 씨가 최근 상담을 받으며 아주 생생한 꿈을 꾸었다고 말씀 주셨기 때문인데요. 그 꿈을 들어보면서 오늘의 상담을 시작해보려 해요. 





(은정의 꿈) 

- 소파에 누워있는 은정과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홍대. 

은정: 나 몸이 좀 이상해. 나 좀 일으켜줘. (침묵) 일으켜달라고. 

홍대: 그냥 누워 있으라고. 왜 어디 가게? 그래서 이제 내가 필요 없어?

은정: 무슨 말이야. 네가 왜 필요 없어. 

홍대: 넌 나 안 보고 싶었어? 안 보고 싶은 것 같은데. 

은정: 보고 싶어, 매일. 

홍대: 그럼 봐야지. 왜 내가 없다고 해?

은정: 없으니까. 

홍대: 나 여기 있어.

은정: 거기가 어딘데? 

홍대: 나랑 같이 있기 싫어?

은정: 같이 있고 싶어. 

홍대: 그럼 너도 죽으면 되겠네. 

은정: 네가 여기서 기억해달라며. 

홍대: 그 말을 믿어? 죽으면 되잖아. 안 그래? 죽어.

- 은정 목을 조르는 홍대. 숨이 막히지만 저항하지 않는 은정. 


- 점차 홍대의 존재가 흐렷해지기 시작한다. 

홍대: 왜 내 말 안 믿어? 잘 믿었었잖아. 




 


  꿈을 활용하기  


 요즘 은정 씨의 꿈에 홍대 씨가 자주 나타나는군요. 아무 말을 하지 않거나 지독하게 화를 내는 모습으로요. 그런 모습을 이전에는 본 적이 없었는데. 항상 웃고 응원해주는 헌신적인 사람이었는데 말이에요. 이와 관련하여 연상되는 게 있는지, 오늘 이 자리에서 저와 이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금 느껴지는 감정은 무엇인지 여쭤보자 은정 씨는 미안하다고 대답하네요. 은정 씨는 여전히 그분이 필요하고 보고 싶지요. 하지만 그간 상담을 통해 더 이상 제자리에만 주저앉아 있을 수 없다고 느끼며 홍대 씨의 부재를 인정하고 남은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고 느끼고 있기도 하네요. 고인의 부재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의 강도가 점차 옅어지는 게 마치 그와의 관계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은정 씨의 꿈에서 홍대 씨가 한 아주 아픈 말, 심장에 아주 날카로운 도구를 찌르는 듯한 고통스러운 말들은 실은 홍대 씨가 아니라 은정 씨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사별한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때로는 처절하기 때문에 우리의 이성적인 뇌로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듯해요. 머리로는 그 사람이 떠난 게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그 사람의 죽음을 내가 방지할 수는 없었을까, 그 사람이 아팠을 때 그 고통을 내가 더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그때 잠을 줄여서라도 곁에 있었어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 사람의 죽음은 나에게 잘못이 있고 나는 나를 벌줘야 한다는 마음이 들 수 있어요. 그래서 그때로 돌아가 보면 나의 잘못이 있었을 거라며 끊임없이 그 상황을 반추하고 나를 벌주는 선택을 오늘 여기서 하기도 해요. 내가 어떻게 뜨신 밥을 먹을 수 있겠나 하는 죄책감에 따뜻한 밥을 나에게 제공하지 않기도 하고요, 푹신한 잠자리를 거부하고 맨바닥에서 자야 그나마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기도 해요.  


 사별의 고통은 굉장한 스트레스 사건이죠. 굉장히 화가 나는데, 참을 수 없이 분노가 내면에서 치밀어 오르는데, 화를 낼 곳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그 사람이 일부러 나를 떠난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을 잃은 나의 무의식은 그 사람에게 굉장한 화를 낼 수도 있고요. 혹은 그 분노가 내면으로 삭혀 들어가 나의 생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다치게 해 우울증이 찾아올 수도 있고요. 이 삶 자체에 신물이 나서 더 이상 삶을 유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 수도 있지요. 그 사람이 없는 이 세상에 자신이 여전히 살아 숨을 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걸 생존자 죄책감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어쩌면 은정 씨의 꿈은 홍대 씨 없는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느끼는 첫 장애물이 무엇인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은정 씨의 빛나는 모습을 기억하는 홍대 씨는 자신 때문에 스스로를 벌주는 은정 씨를 바라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얘기가 은정 씨에게는 어떻게 들릴까요? 자신이 없는 이 세상도, 자신이 없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은정 씨도, 은정 씨가 다정하게 바라봐줄 거라는 걸 믿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래요, 은정 씨도 점차 느끼고 있는 것 같네요. 두 사람이 연결되었던 경험은 죽음마저도 빼앗길 수 없는 체험이 되어 은정 씨 안에 더욱 분명하게 남아있다는 걸요


출처: JTBC, 멜로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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