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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상담소 양희조 Oct 16. 2021

8회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

 (멜로가체질) 보낼 수 없던 연인 홍대에게 하고픈 말을 전하는 은정

(가상상담)

멜로가 체질의 은정의 방문

 '사별 애도상담'으로 다루기 8회기



  오늘은 8회 차 만남이네요. 며칠 전 은정 씨는 홍대 씨를 처음 만나고 그와 자주 시간을 보냈던 카페가 사라지게 될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되셨군요. 빛 좋은 날에는 큰 유리창을 통해 나무들의 푸르스름한 신선함이 잘 느껴지는 곳이었는데 말이에요. 처음에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아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많이 흔들렸네요. 그러다가 문득 처음 이곳을 홍대 씨와 방문했을 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그리고 은정 씨 스스로도 많이 변화했다는 걸 느끼게 되셨나 봐요. 시간이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것처럼, 이곳도, 은정 씨도 변화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속 한구석이 단단해짐을 알아차리게 되셨군요. 그 공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함께 이제는 그곳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싶은 두 마음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네요. 그리고 정말로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음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가 되었음을 인지하게 되었나 봐요. 그 마음을 홍대 씨에게 전하고 싶어 지셨네요. 좋아요, 오늘은 이 자리에 홍대 씨를 마음으로 초대하여 은정 씨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어요. 


출처: JTBC, 멜로가 체질



  빈 의자에 그 사람을 초대하기  


  내 안에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또는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얹혀있는데 때로는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여겨질 때가 있어요. 얘기를 들어줄 상대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요, 혹은 그 대상이 내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할 때에도 그렇지요. 그럴 때 종종 상담에서는 '빈 의자'를 사용하곤 해요. 여기 은정 씨와 저 사이에는 빈 의자가 하나 놓여 있지요. 이 빈 의자에 마음의 눈으로 홍대 씨를 초대해 보려 해요. 마치 홍대 씨가 그곳에 앉아 실재하는 것처럼 대화를 해볼 거예요. 자, 시작해볼게요. 




 은정 씨가 원하신다면 앞에 놓인 이 의자에 홍대 씨를 초대하여 그간 전하지 못했던 마음에 대해 다뤄보려고 해요, 한 번 해보시겠어요? 좋아요. 두 사람의 대화가 충분히 진행되고 난 후에는 저와 그 대화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에요. 먼저, 지금 이 공간에 홍대 씨를 이 초대할 수 있을까요? 은정 씨 앞에 마주 보는 자리에 놓인 빈 의자가 홍대 씨가 오시는 자리예요.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며 제게 알려주세요. 


 좋아요. 홍대 씨가 도착한 것 같아요. 앞서 저도 먼저 홍대 씨에게 인사를 나누도록 할게요. (빈 의자를 바라보며) 홍대 씨, 안녕하세요. 저는 은정 씨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상담사입니다. 이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잘 오셨어요. 은정 씨가 홍대 씨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고 용기를 내어 그 마음을 나누려고 이 자리를 마련했어요. (은정 씨에게) 은정 씨, 오늘 홍대 씨가 어떤 모습으로 오셨는지 제게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푸른색 셔츠와 셔츠보다 더 짙은 색의 푸른 재킷을 입고 계시군요. 표정은 어때 보여요? 낯선 자리라서 살짝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할 생각이 들뜬 모습도 엿보이시나 봐요. 그래서인지 손을 계속 주물럭 거리기도 하나 봐요. 좋아요, 그런 홍대 씨를 바라보니 은정 씨는 지금 어떤 것들을 경험하고 있나요? 


 좋아요, 그간 홍대 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고 하셨죠. 한번 용기 내어 질문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야기해보시겠어요? (은정의 답변) 카페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은 날, 은정 씨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네요. 그래서 그간 기부를 해오던 해외의 한 재단에 직접 방문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씀해주시네요. 그런데 그 결정을 하기까지 홍대 씨가 많이 마음에 걸린다고요. 이 공간을 떠난다는 게, 홍대 씨로 하여금 자신을 잊는다고 느끼게 할까 봐, 서로를 영영 잃어버리는 것처럼 생각할까 봐 두렵고 무서우시다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홍대 씨는 뭐라고 하시나요? (기다림) 홍대 씨는 지금 어떤 말을 하고 계시나요?


 긴 여행이 될 것 같다고 대답하셨나 봐요. 은정 씨가 서운하냐 묻자, 홍대 씨는 '너만 행복하면 난 그거면 돼. 돌아오면 여기도 없고, 나도 없는 거야.'라고 대답하셨네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은정 씨 마음은 어떤가요? (은정의 답변) 아, 그래요. 홍대 씨가 나의 마음을 오해하지 않는구나. 그리고 홍대 씨도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구나 느낄 수 있어 안심이 되었네요. 그리고 홍대 씨라는 존재는, 비록 그가 이 세상을 떠났더라도 내가 영영 잃어버릴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내가 어느 공간에 있든 어떤 기분이든 무엇을 하고 있던 내 안에 어떤 단단한 것으로 영영 남아있는구나, 하고 믿게 되었군요. 좋아요. 홍대 씨에게 은정 씨의 마음을 충분히 전했다고 느껴지신다면 인사를 하셔도 좋아요. 그리고 홍대 씨가 떠나시고 나면 제게 알려주세요. 





 좋아요. 홍대 씨와는 인사를 잘 나누었을까요? 그래요. 오늘의 시간을 마무리하기 전에 조금 전 은정 씨가 홍대 씨를 만나 대화를 나누셨던 장면들을 함께 주욱 돌아보려 해요. 마치 그 대화를 관찰한 사람처럼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본다면, 은정 씨가 보시기에 둘 사이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그리고 어떤 대화들이 중요하다고 느껴지셨는지 한 번 바라볼까요? 좋아요. 마치 관찰자는 둘 사이의 대화를 그렇게 바라봤을 수도 있겠어요. 그렇다면 은정 씨는 대화를 나누며 어떤 부분이 중요하다고 느끼셨을까요? 


 오늘 은정 씨가 용기 내어 홍대 씨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은정 씨가 앞으로 나아갈 많은 힘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함께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끈끈하게 존재할 수 있는 무언가를 획득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다음 이 시간에는 우리의 상담을 종결하는 작업을 진행해보도록 할게요. 오늘도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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