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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Oct 26. 2022

'가로수길' 찻집 : 고요하고 싶은 날에

강남구 신사동 <맥파이앤타이거>

차분한 분위기에서 명상하듯 음미하는 차맛

가로수길 프라이빗 티룸


매일매일이 평온하게 지나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유난히 속시끄럽고 어지러운 날이 있다. 내면의 소란함을 가라앉히고 극도로 차분해지고 싶은 그런 날. 강남 한복판 가로수길을 조금만 지나면, 고요한 차()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젊은층 사이에서 꾸준하게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맥파이앤타이거 신사티룸>. 맥파이앤타이거는 조선시대 민화 「호작도」의 두 주인공인 까치(Magpie)와 호랑이(Tiger)를 내세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동아시아차'를 소개하는 브랜드다.



모던한 그레이 벽돌 건물 2층에 위치한 티룸. 입구에서부터 동양의 미가 물씬 풍기는 흰천으로 프라이빗하게 공간을 구분해두었다. 조심스레 천을 걷고 들어가면 먹색의 인테리어와 여백이 느껴지는 공간감, 낮은 조도와 채도, 벽의 질감마저 이곳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명상하는 곳에 들어온 듯 잔잔한 분위기에 평정심이 우러난다.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차를 즐길 수 있도록 예약제로만 운영되는데, 최대 3인의 3팀이 90분 동안 이용 가능하다. 일렬로 앉는 바 테이블 구조지만 간격이 어느 정도 있고, 조용조용히 말하는 분위기라 소음에 민감한 이들에게는 최적의 장소이지 싶다. 이제껏 가본 일반 카페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 전체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갔던 은 주전자다. 뚜껑 손잡이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예쁜 금속성 주전자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어릴 때 자주 듣던 물 끓는 주전자의 달그닥달그닥 뚜껑 소리. 가만히 듣고 있으면 ASMR처럼 힐링도 되고 찻집에 온 기분이 제대로 난다. 자리 잡고 앉으면 물수건과 웰컴티가 제공된다.  


이제 주문을 해보자. 우리나라 하동차와 중국 운남차들을 다룬다. 백차, 홍차, 보이차, 하동에서 난 녹차, 쑥차, 우엉뿌리차, 헛개나무열매차 등. 각각 어떤 맛을 느낄 수 있는지 메뉴판에 친절한 한 줄 설명이 표기되어 있다. 내가 고른 2017 운남백차는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바삭한 하루에 잘 어울리는 은은한 꿀맛'. '급할 것 없는 느슨한 날에 떠오르는 차'. 주문한 차를 내어줄 때는 차에 관한 정보(향, 산지)가 적힌 작은 카드가 따라나온다. 정확히 알고 마실 수 있어 좋다. 이토록 조용한 티룸에서 일일이 소리내어 설명하는 것도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일일 것이다. 정보 전달 목적으로 서로에게 좋은 방법이지 싶다. 오픈형 구조라 티소믈리에가 차를 우려내는 모든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우려진 차가 담긴 다관을 받으면 숙우에 따라서 찻잔에 마시면 된다. 세 번 정도 우려준다.

- 우리나라 주요 차 생산지 : 하동, 보성, 제주


디저트 메뉴로는 '계절 플레이트'를 추천한다. 단호박 밤스콘, 찹쌀호두과자, 유자&팥 양갱, 쑥말차양파이, 검은깨강정. 다섯 가지 다식이 직사각형의 긴 접시에 나온다. 바깥에서 안쪽으로 갈수록 당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인공적이거나 지나친 단맛이 아닌 전통 재료 본연의 단맛으로 맛도 모양도 정갈하고 깔끔하다. 양은 다소 적지만, 차와 곁들여 먹기에 딱 알맞다. 차 이외의 메뉴로는 백차 소주, 말차 맥주 등 알코올이 들어간 티 칵테일도 있다.



90분의 티 코스가 끝나고 반대편 흰천을 걷고 나오면 카운터 옆에서 차와 관련된 제품을 시향 및 구매할 수 있다. 차 도구 코너도 있는데 맥파이앤타이거 대표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차를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나면, 떨어진 찻잎 하나도 줍게 됩니다. 차 도구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나면, 차를 마시는 시간과 태도가 달라집니다.”


주말이면 어딜가나 북적이는 강남 한복판에서 온전히 차에 집중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 지난 한주간의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싶다면, 따뜻한 차와 함께 고요한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최근에는 성수동에 2호점이 생겼다니 가봐야겠다.



우리의 오감을 깨우고, 예리하게 다듬는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맥파이앤타이거 신사티룸>

주소  강남구 신사동 555-12

SNS  @magpie.and.tiger

#신사동 #가로수길 #계절플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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