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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Oct 30. 2022

삼삼오오 차를 마시는 기쁨

'차'와 '공간'과 '사람'에 대한 기록 쌓아가기

런던 여행에서 찻자리의 경험에 매료된 이후, 서울에 있는 다양한 찻집들을 취미 삼아 찾아 다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서 주말마다 찻집을 신나게도 들락날락했다. 나만큼이나 차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여행하듯이 티룸 투어를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글과 사진으로 그 순간들을 차곡차곡 기록했다. 차와 공간에 대한 경험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단순히 감각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나의 차의 세계가 조금씩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낯선 사람들과 삼삼오오 소규모로 모여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차회(다회)'에 까지 발을 들였다. 차는 집에서 혼자 우려마셔도 너무나 맛있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재료였는데, 같이 마시면 그 맛과 향과 이야기가 더없이 풍성해지는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다. 차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새롭고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해서 혼자 알아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아차 싶어서 그 후론 혼자 마시는 시간과 같이 즐기는 시간을 적절히 섞어갔다.


찻자리가 좋은 이유. 무엇보다 나에게 집중하며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다는 것. 타인, 정확히는 세상의 수많은 제3자가 가벼운 안주거리가 되고 하루의 피로를 푼답시고 모여 한탄하는 술자리는 나와 너무나도 맞지 않았다. 오히려 더 피곤하게 만든다. 지나친 알코올은 몸에도 해롭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동안 에너지는 온전히 내 안으로 모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찻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때도 신기하리만큼 남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의 취향, 나의 취미, 나의 꿈, 나의 삶에 대해 서로 나눈다. 찻자리에서는 ''와 '너'가 있을뿐이다. 그렇게 다른 '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고, 그 속에서 다시금 나를 알아갈 수 있어서 좋다.


커피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지만 "나는 차를 마셔. 나는 차를 좋아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 손에 꼽는 것 같다. "차 마시러 갈래?"라는 말이 지금보다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찻자리가 더 많아지고, 주변에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차를 경험하면 할수록 내가 느낀 차의 맛과 향과 즐거움, 건강한 차 문화를 알리고 싶은 사명감까지 솟는다. 차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오늘도 연구하고 있을 찻집 사장님들도 응원하게 된다. 나도 깊이 공부하고 언젠가는 나만의 티룸을 차리고 싶은 마음에 지금은 티소믈리에 과정도 공부하고 있다.


가까운 서울의 찻집들을 찾아다니며 시작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여행'''를 접목시키 점점 넓혀갈 계획이다.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즐길 수 있는 수단으로 '차'라는 인생의 좋은 친구만나게 되어 행복하다.


삼삼오오 차를 함께 마시는 사람들이 더더욱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나라 곳곳에 숨은 찻집들, 전 세계의 다양한 찻집들을 다니면서 차 마시는 기쁨을 기록하고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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