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로 쓰는 앎Arm Nov 18. 2019

이만하면 괜찮은 삶에 대하여

종종 우울이 온다. 누구나 감정에 휘말리기 마련이니 그러려니 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나를 둘러싼 좋지 않았던 환경들에 대하여. 돌아보면 아프기 마련이니 앞만 보고 살았다. 최근 들어서는 종종 옛 일을 곱씹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게 뭔지 가끔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을지도 아주 가끔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어찌 되었든 나아가고 있구나. 살아가고 있고 나아지고 있다.


굳이 현상을 말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말이 많으면 일을 그르친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끼리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하는 사회, 조직 등에서는, 말을 않으면, 오해가 생긴다. 말을 안 해도 오해가 생기고 말을 해도 오해가 생기니. 그렇다면 말을 않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주의였지만, 적재적소에 말을 배치해야 할 필요는 있다. 나는 건조한 사람이라 다행히 그건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사람 속에 있는 것이 피곤한 것은 뭐 달리 해결책은 없는 일이리라. 그것이야말로 그러려니 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에 기대하지 말자 따위의 말 역시 순진해야 할 수 있는 말로, 그저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지금은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어야 사람이니, 그런 자잘한 짜증들은 이제 그냥 안고 가야 하는 것이란 거다. 고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고민이 되니, 과거처럼 그저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전화나 메시지 등이 오는 것이 싫은 이유는, 그래서 좋았던 연락이 별로 없기 때문일까. 메신저 알림이 울리면 심장이 쿵쿵거린다. 전화가 오면 그나마 편하다. 무언의 말들이 오가는 메신저보다는 전화가 나는 좋다. 상대의 말, 억양,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전화가. ㅎㅎ나 ㅋㅋ나 :)나 ^^ 따위의 것들로 나를 설명해야 하는 메신저는 어쩐지 매 말이 부담이란 말이다. 


이모티콘 따위의 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건조한 사람, 불친절한 사람으로, 일을 잘 하지 않는 누군가들은 오해하기 마련이고, 물결 따위의 것은 '이 사람 나이 들었구나' 하다가도 누군가는 물결이 없어 섭섭해 하니 이 모든 것은 관계 유지가 아니라 되레 관계를 해하는 결과를 낳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니 메신저는 부담이고 내가 허공에 흩뿌리는 공허한 하트들과 인사하는 이모티콘들이 문득 역겨워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어른의 마음을 먹어 애써 무시하는 것이다. 어른이란, 혼란스러워 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들의 기회, 여유를 가진 대신, 나이를 들어간다는 것과 성숙한 값을 해내고, 종종 찾아오는 고민 비슷한 것들을 그냥 그러려니 하고 꿀떡 삼킬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매일을 꿀떡 꿀떡 삼키고 그러면서 그렇게 삼키는지 갸우뚱 하다가 또 힘이 빠졌다가 다시 들었다가 그러는 것이다.

이전 01화 1인분의 달콤한 삶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