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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마음(2)

by 은자루

*

만화책이 이렇게 재밌는 것이었나?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속으로 만화란 애들이 보는 거란 생각이 강했던지라 더더욱.


일본은 만화를 보는 것에 어떠한 편견도 없는 나라다. 지하철에서도 어른들이 만화를 읽을 정도이니.


지금은 K-콘텐츠가 강해지고, 드라마나 영화도 웹툰, 웹소설 기반으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지만

내가 어릴 적엔 달랐다.


만화는 별로 유익하지 못한 것. 애들이나 보는 것. 어른들은 잘 안 보는 것.


뭐 그런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옅게 깔려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 만화가 영유아타깃인 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명탐정 코난’을 본 처음 그날,

스스로가 가진 ‘편견’을 깨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다.

그래서 빠져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몇 권 안 되는 책을 읽다 보니 뒷 내용이 궁금했다.

그때까지는 학교 친구들끼리 가끔 메일이나 주고받던 컴퓨터를 켜고,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애니도 보고 싶어졌다.

사람들이 블로그에 올려놓은 애니메이션 영상이 있었다. 신나는 마음에 재생버튼을 눌렀다.

나의 덕질 인생 시작이었다.





중학교 시절의 나를 이야기해보라면 단 세 가지로 말할 수 있겠다.

1. 애니

2. 독서

3. 일본어

책 중에 일본소설을 많이 읽은 것도 1번의 영향이 컸다.

책을 좋아했지만, 책만큼이나 애니를 좋아했다.

하지만 처음 내가 ‘명탐정 코난’을 볼 때만 해도

일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명탐정 코난’을 몇 편이나 ‘음소거’ 상태로 두고 보았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듣기 싫어서.’


내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말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영어만 익숙했던 나였다.

처음 듣게 된 일본어의 나열. 일본 사람들이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광경 (비록 성우들이 녹음을 한 것이지만)

그건 내게 꽤나 충격이었다.

처음 듣는 일본어는 시끄러웠다. 느낌상 ‘다다다 다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다다다닷!’

‘다다다,다다다다?’

‘다닷다!’

알아듣지 못하는 건 1차원적인 문제이고, 이미 나는 그 말소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떽떽거리는 것 같아…’


코난은 보고 싶고, 소리는 듣기 싫었다.

더빙판을 찾아 인터넷 망망대해를 찾아다녔지만, 저작권 문제로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더빙으로 나온 이후의 이야기는 모두 일본어판이었다.

이미 ‘명탐정 코난’이라는 작품이 몇백 편 넘게 나온 일본 국민 만화라는 것. 그것을 일본어 편으로 볼 수는 있지만 더빙은 언제까지 기다릴지 모른다는 것.

만화책도 있지만 이미 움직이는 애니에 빠져버린 것.

초반에 열심히 음소거로 보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답답했다...!!!

’명탐정 코난’이 추리물인 만큼 말소리와 함께 강제 음소거되는 배경화면, 효과음의 부재는 극의 재미를 확 떨어뜨렸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소리를 조금씩 키우기 시작했고,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더 이상 처음처럼 듣기 싫은 일본어는 감각을 달리 했다. 어느 순간 듣기 싫지 않았다.

코난의 목소리는 매력적이었고, 그에 무척 잘 어울렸다. 다른 인물들도 말이다.

거기서 시간이 더 지나자 이런 말들을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혹시 보신 분은 알 것입니다. 메인 인트로에 항상 나오는 그 유명한 대사ㅋㅋ)

"体は小さくなっても頭脳は"同じ! 迷宮なしの名探偵、真実はいつも一つ!

(몸은 작아졌어도 두뇌는 그대로! 미궁 없는 명탐정, 진실은 언제나 하나!)

(발음까지 다 적어드리고 싶지만, 참도록 하겠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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