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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마음(1)

by 은자루

어느 날 회사 선배와 이야기 하다 이런 말을 들었다.


“나는 일본에 대한 모순된 감정을 느끼고 있어”


듣는 순간 생각했다.

….이거다! 하고, 말이다.


*

나 스스로를 예로 들자면, 사람에 따라 대화주제를 선택하는 편이다. 그 사람이 최근에 흥미가 있을법한 이야기로, 상대방이 내게 속내를 꺼내지 않는 한 기왕이면 가벼운 스몰토크를 하는 편. (너무 계산적인가? 파워 F인데, 쓰고보니 무척 이성적인 것 같기도 하다)

선배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무릎을 탁 쳤다.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의 정의를 찾아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맞아요! 저도요! 나도 그래!!!

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방정맞을 듯 하여 그만두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강한 동조를 보냈을 뿐.

그렇다. 나는 일본에 대해 모순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모순’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나의 오타쿠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글을 통틀어 그 마음에 대해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이 자리에서 고백하지만,

나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어린이였다.

심지어 ‘만화’를 보는 아이들을 우습게 여기는 마음도 은근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모습의 내가 더 우습다ㅋㅋ)

초등학교 저학년때 보았던 드라마는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TV를 꺼놓으면, 그 조용한 집안의 고요함을 참지 못하는 아이였다.


중학교에 가기 전 어느 날, 동생이 학교에서 만화책을 빌려왔다.

“이거 뭐야?”

“친구가 빌려줬어. 언니도 읽어 봐.”

만화책은 애들이나 보는 건데.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손에 쥐고 본 만화책의 이름은 ‘명탐정 코난’

얼마전 TV에서 광고하던건데?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보면 똑똑해지는 만화’라는 캐치프라이즈(였겠지?)가 독특해서 기억에 남아있었다.

물론, 볼 생각은 없었지만.

그때까지 내가 본 만화라고는 짱구는 못말려. 아기공룡 둘리. 신데렐라 정도였다.

그 마저도 뒤까지 궁금해하는건 없었고, 그냥 시간되면 보는 정도였다.


그때까지 만화란 내 관심사를 크게 벗어나는 분야였다.

동생이 줬으니 한 번 읽어볼까?

그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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