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모순된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건 분명 모든 한국인이 공감하고 느끼는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식민지로 오랜 세월 고통을 받았다. 그들이 행한 행동은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일본 공식적인 입장으로 우리는 사과받지 못했다.
그 사실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나보다 더 윗세대 어른들은 일본에 대한 악감정이 많았다.
나 역시 자라나며 ‘왜놈들’이라는 단어를 한 번 이상 들어봤다. '일본 놈들', 'X바리' 등의 단어 속엔 일본사람들 뿐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사람들의 원한이 담겨 있다. 욕설이 나쁘다는 것을 떠나 그 단어에 담긴 응어리진 감정을 알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역사를 알수록 그 감정에는 이해심이 들어갔다. 공감이 들어갔다.
겪지 않았다 하여 모른 척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일본문화를 좋아하고 애니를 즐겨보던 나에게는 언제나 모순된 마음이 존재했다. 좋아하면서도 싫어하고 싫어하면서도 좋아했다. 가끔은 일본애니를 좋아하는 나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날도 있었다.
대체 왜, 하고많은 나라 중 일본이란 말인가.
그럴 때면 내가 보고 듣고 배워온 모든 것을 나 스스로 부정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배은망덕한 놈. 우리나라 사람들을 그리도 못살게 한 일본의 잔재가 좋으냔 말이다.
그러면서도 좋은 건 배워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버린다. 이 또한 모순 마음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시장을 보자면 일본은 그 당시 압도적이었다 ( 내가 학생이던 2000~2010년대에는 더더욱 말이다 )
가끔 너무 괴기할 정도로 취향에 벗어난 것도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런 상상력을 사람들 눈에 보이게 할 정도의 아웃풋이 나온다는 건 그 시장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만한 일이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애니의 주인공들이 울고 웃고 성장하는 것을 보며 자랐다. 그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했고, 그 세계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나아가 나도 아이들에게 그런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 모순된 마음이 해결되었을까? 단연코 아니다.
여전히 일본문화에 대해는 우호적이면서도, 과거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인지할 때,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아직 우길 때, 일본 덕분에 조선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어느 누군가의 폭력과도 같은 소리를 들을 때, 애국을 담은 영화를 볼 때.
나는 항상 분노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본문화를 좋아하는 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냥 이 모순된 감정은 어린 시절부터 쌓여서 자리매김한 내 감정이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오히려 좋은 점이 있는데도 싫어할 수 있다는 게. 싫으면서도 좋은 점이 한구석에 있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마냥 좋기만 하고 마냥 싫기만 하지 않는 게.. 꼭 사람을 대하는 자세 같기도 하고 말이다.
나처럼 모순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책해 봤자 남는 건 없더라. 그냥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미울 때는 미워하며 좋을 때는 또 좋은 점에 집중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모순 마음은 오늘도 계속되지만 평화로운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