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자루 Aug 09. 2024

4. 에세이는 누가 쓰나요

어려워


세상은 넓고 재치 있는 에세이를 쓰는 사람은 많다.
보통 직장인의 글쓰기, 직장인인데 책을 냈습니다, 류에는 암묵적인 장르가 정해져 있다.
바로 에세이다.

에세이의 정의를 살펴보자.

에세이(essay) 「명사」
「1」『문학』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 보통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뉘는데,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유머, 위트, 기지가 들어 있다. =수필. [나무위키 참고]

에세이는 가볍게 읽힌다. 우리네 사는 이야기는 공감이 가고, 때로는 웃음을, 눈물을 준다.
위로가 되고 힘이 난다.
단순히 글 하나 읽었을 뿐인데 내 마음이 다독여지고 나아갈 힘을 얻는다니,
실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에세이 쓰기는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
어릴 적부터 일기를 썼다. 만화나 영화 드라마 책 상관없이 어떠한 콘텐츠를 보면 그 기분이 사라질까 감상문을 썼고,
매해 누군가에게는 꼭 손 편지를 남기곤 했다.
하지만 에세이는 내게 있어 어려운 영역이었다.
일기와 비슷하지만 일기와는 다르다.
나의 경험과 특정주제를 접목시켜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가끔은 유치원생이 썼나 싶을 정도로 단순한 일기와는 전혀 달랐다.
더군다나 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소설 속 화자는 '내'가 아니다.
사실 작가는 이야기와 인물을 창조해 낼 뿐, 그 사람이 나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그 인물에 대해 가장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소설을 쓰면 쓸수록 지극히 날것의 '내'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라는 사람은,

책을 좋아해서 여러 간접경험이 있지만 그러기에 실제 경험은 적은,
살던 동네에서 매일매일 출근하고 글을 쓰는,
누군가 보면 '대체 넌 무슨 재미로 사니'라는 말을 듣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더군다나 회사에는 글을 쓰는 것을 아주 오랫동안.. 아마 지금도. 굳이 나 스스로 말하지는 않고 있으니까)

*
기왕이면 소설로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소설 속 화자의 말을 빌려, 조곤조곤 속삭인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의 생각은 어때?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게 필요하지는 않다.
나는 소설을 읽으며, 그 소설을 쓴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디선가 이 글을 써 내렸을 그 마음가짐에 대해. 소설 속 인물들이 행복하게 살아나가기를, 나아가 글을 읽는 독자를 생각하는 마음까지도.
하지만 소설로만 모든 것이 전달된다면 세상에 장르는 하나만 필요할 거다.
세상에 필요 없는 글은 없다. 그래서 에세이 역시  내가 어려워했을 뿐 세상엔 필요한 글이다.  

*
그래서 생각을 해봤다.
퇴근 후 소설을 쓰는, IT개발자와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내가 쓸 수 있는 에세이도 있을까 하고.
소설가로만 도장을 꽝! 찍고 싶었지만, 어느덧 꽤 굳건하게 자리 잡은 직장생활도 인정해야 했다.
그러고 나니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쓰기'라는 주제로 글을 써볼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가장 '잘'이 아닌 '많이' 얘기하고, 쓸 수 있을 이야기.
결국 '쓰기'였다.
그래서 전문가도, 제대로 된 교육가도 아니지만 온갖 '쓰기'에 대해 써보려고 쓰기 시작했다.
(포부에 대해서 이 챕터에서 설명을 하고 있고..ㅎㅎ)
나처럼 소설을 쓰고 싶거나
낮과는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하나의 직업이 아닌 여러 개의 직업으로,
나를 정의하고 살아가는 게 삶을 좀 더 선명하게 만들고, 시선을 높이는 방법임을 알고 있어서 더더욱 얘기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은 에세이가 아니다.
그저 주저리주저리 읊조리는 말이다.
그 말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가진다면 감사한 일이고.
앞으로의 '쓰기'여정에 누구든 작은 발자국을 남겨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퇴근 후 소설가의 환상문학 <세벽>

이전 03화 3. 소설이 대체 뭐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