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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Jan 20. 2024

나의 태국 치앙마이 집과의 랜선 첫 만남

초록색 정원의 녹음을 품은 그 곳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들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기 위해 떠날 곳을 정하고,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는 것은 여러므로 신나는 일인 것 같지만, 챙겨야 할 것, 알아봐야 할 것, 새로 사야 하는 것 등이 너무 많아 ‘귀찮음’과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데… 이 짓을 왜 시작했는가? 하는 ’ 후회스러움‘ 그리고 여러 사안들을 챙기고 준비하면서 경험하는 경미한 ’ 걱정’, 그리고 '불안' 이를테면, '비행기 티켓에 여권 번호와 성명을 잘 못 입력한 것은 아닐까?' 또는 예약한 숙소가 사진과 다르고 말도 안 되는 컨디션이면 나는 어떻게 할까?' 등의 감정을 끓임 없이 수용하는 행위 같다. 그리고 나의 가치와 다소 동떨어진 가족들의 반응을 수용하는 것 또한 혼자 태어나서, 혼자 뒤돌아 운명하는 것이 명백한 인생이라는 여정의 '의외성''이질적인 경의로움' 또한 느껴야 하는 일인 것 같다. (젠장, 개 복잡한 내 인생....


나의 '태국 한 달 살기'결정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

 글로벌 사회지만, 30 넘어 결혼도 안 한 처자가 회사 휴직계 내고 혼자 타국에서 ’한달살기‘라는 것을 한다고 했을 때, 나는 가족들의 은근한 거부 반응과 마주하는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태국 출국 전 외가 친지들과 함께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 ‘나의 태국 한달살기‘ 계획을 엄마에게 전해 들은 아빠는 나와 사진을 찍지 않으셨다. 글을 쓰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웃긴 상황이지만, 국가 대표 츤데레 답게 은근한 '섭섭함''화' 그리고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남자 친구도 없고 혼자 나이만 야금야금 먹어가는 딸에 대한 '걱정' 여러 가지 감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었으리라, 때마침 한 살 어린 사촌동생이 결혼도 하고 임신까지 하여 가족 여행에 참여한 터라, 경상도 토박이에 유교사상이 녹진한 우리 아빠는 속에서 '천불'이 났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험난한 사회생활을 꽤 하기도 했으니, 그 '고단함'과 '애씀'이 어느 정도였을지? 등에 대해 헤아리며, 딸에 대한 '안쓰러움'이라는 감정 또한 느끼셨으리라

 엄마, 이모, 사촌언니, 사촌동생 모두는 여자 혼자 간도 크게 남의 나라에 한 달이나 살러 가는 나의 간 큼에 '놀라워' 했다. 그리고 아무것에도 메여 있지 않은 나의 자유로움과 홀가분함을 '부러워' 하는 뜻 했다.

 아프리카 우간다 도로 한복판에 떨어져도 금방 적응하고 살아갈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해외여행 경험도 많은 여동생과 남동생은 "언니, 동남아시아는 태국보다 베트남이 최고인 거 같아!! 베트남 쌀국수 먹고 싶다!!!" , "누나, 나는 대만이 가고 싶어!"라며 본인들의 다음 여행지에 대한 기호를 말하곤, 나의 태국 한달살기 계획에는 '노관심'이었지만, 묵묵한 경상도식 '응원'을 해주었다.

 

출처) 구글 '아프리카 우간다의 어느 길'

그렇게 나는 제주도 외가 친척 가족여행에서 집안에서 아무도 해보지 않은 짓만 골라서 하는 간 크고 자유롭게 요망한 인물이 됐다. 하지만, 글로벌 사회에서 의아할 정도로 외국 생활에 대해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한국 나이 33세에 만 나이 31세인 여자, 다 큰 성인인 나의 "태국에서 한 달 살아보겠다."는 창대한 계획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이유도 없었다.


치앙마이 어딘가 나의 집을 찾기 위한 끝없는 웹서핑

 스카이스캐너를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며, 항공표의 변화 시세를 관찰했다. 태국은 한국과 비교적 가까운 나라여서, 경유보다는 직항 항공이 내게는 더 유리했다. 제주항공과 대한항공이 제공하는 직항 항공권의 가격 변화 추이를 십여 일 정도 살펴보았지만, 두 항공사의 항공운임은 특별한 차이가 없어 보여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한항공의 치앙마이 왕복 항공권을 결제 했다. 항공권 결제가 마무리되니, 나의 치앙마이 한달살기가 성큼 다가왔음이 느껴졌다. 보통 여행이나 타국 살이는 '항공권'과 '숙소'만 해결되면 준비과정의 대부분을 완료한 것이다. 항공권을 구했으니, 나는 이제 '숙소'라는 것을 해결해야 했다.


'숙소'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 방문한 곳은 '에어비엔비' , '호텔스컴바인' , '아고다' 등의 글로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었다. '에어비엔비'에서 괜찮아 보이는 컨디션을 갖춘 집들은 하루 숙박비가 아무리 못해도 2만 원에서 3만 원 정도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고, '호텔스컴바인'이나 '아고다'에서 찾은 호텔들은 한국인 정서에서 호텔로 보기엔 조금 아쉬운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꽤 많은 뜻 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었다. 그나마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몇몇의 호텔들의 하루 숙박비용은 5만 원에서 8만 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입 떡 벌어지는 인테리어와 부대시설을 갖춘 호텔들의 1박 숙박비는 15만 원, 20만 원, 40만 원 부르는 게 값인 뜻 했다.

보통의 직장인 해외여행처럼 3박 4일 머무는 것이 아닌, 30일을 살아내야 하는 내게 숙박비는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아, 물론,... 1만 원으로 하루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화장실을 공용으로 써야 하고, 한 방에서 4명 또는 6명이 머무는 도미토리 형식의 게스트하우스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내 인생에서 없을 것 같은 30일간의 길고 긴 휴식 시간을 나이 30이나 먹어서 20대 대학생처럼 지내고 싶지는 않았다. '에어비엔비'에서 호스트의 손길이 닿은 안락한 집을 예약한다고 해도, 최소 60만 원이 필요했다. 게다가 '에어비엔비'에서 부과하는 수수료와 호스트의 청소비를 합치면 70만 원이 필요한 상항이었다.

세련되거나 신식이 아니어도, 잘 관리된, '작은 수영장'과 러닝 머신을 포함해 몇 개의 운동기구를 보유한 '작은 헬스장'까지 있는 숙소를 원했던 내게, '에어비엔비'에서 제공하는 선택지들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작은 수영장'과 '작은 헬스장'이 있는 숙소도 찾았지만, 하필 '취사'가 안 되는 곳들이었다. 일주일 또는 10일 단위로 호텔을 예약해서, 치앙마이 여러 지역에서 살아 보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짐을 싸고, 짐을 풀고, 20kg짜리 캐리어를 택시나 여러 교통수단으로 옮기며 이동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상상하면 아찔해졌다.  


 다른 사람의 태국 '한달살기' 경험담이 담긴 글을 '블로그'나 'SNS' 통해 읽으면서 정말 많이 기대되고 설레었다. 오랜만의 설렘이었다. 주말이면 하루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러 가지 정보를 찾고, 읽기를 반복했다. '숙소'와 관련된 글을 읽고 또 읽었다. 밤 새 잠도 자지 않고, '호텔스컴바인', '아고다'에 접속하여 현지 호텔 정보를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하지만, (남향), (작은 헬스장), (작은 수영장), (50만 원 ~ 60만 원의 비용), (올드타운과 가까운 곳), (요가원과 가까운 곳), (녹지가 많은 곳), (치안이 좋은 곳) 등 숙박에 대한 나의 희망 사항들을 해결해 주는 '딱 이거다 하는 집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내의 희망사항에 딱 맞는 숙소를 찾을 때까지, 하루 반나절 정도 각종 플랫폼에 머물렀다. 머물고, 나가고, 들어가고, 클릭하고, 읽고, 비교하고, 분석하고,... 끝없는 웹서핑, 서핑...


그러다, 수개월 전 친구가 추천해 준 '리브애니웨어'라는 앱의 존재가 생각났다. '리브애니웨어'는 국내 주요 휴양지와 해외 여행지의 한달살기가 가능한 숙소를 중계하는 플랫폼이다. '에어비엔비' , '호텔스컴바인' , '아고다'에서 해답을 찾지 못한 나는 친구의 추천에 의지해 '리브애니웨어'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수시로 '들락날락 거렸다. 다행히, '리브애니웨어'는 태국 치앙마이 소재의 컨디션 좋은 숙소들을 중계해 주고 있었다. 한국인의 선호를 반영하여 현대식 대형마트와 무척 가깝고, 24시간 상주하는 보안 요원이 있고,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수영장 거기에 운동 안 할 테지만, 남들의 부러움을 자아낼 수 있는 최신식 헬스장을 갖춘 곳들이 즐비했다. 태국에서 한국 생활권의 환경 그 이상을 누릴 수 있는 상징적 특성을 갖춘 고급 레지던스들이 많았다. 숙박 요금은 대부분, 한 달 기준 수수료를 제하고 50~70만 원이었다. 한 달 30만 원대에 가성비가 매력적인 숙소들도 있었지만, 도무지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10개 보면 1개 꼴로 발견할 수 있는 30만 원 ~40만원 선의 깔끔한 숙소들은 '헬스장'이나 '수영장'같은 부대시설이 없었다.


'리브애니웨어'에서 중계하는 숙박의 종류, 상태, 위치, 심지어 가격대별 특징까지 분류될 때 즈음 내 눈에 사진 한 장이 스쳤다. 초록색 정원이 있는 레지던스였다. 초록색 정원 사진을 보는 순간 "딱, 여기다!" 싶었다. 올드타운과 가까운 거리, 옥상에 있는 작은 수영장, 러닝 머신이 있는 소박한 헬스장, 있을 것은 다 보유한 뜻한 방의 풍경, 세탁기는 없지만, 취사가 가능한,  아담한 정원이 품고 있는 녹지, 수수료 제외 50만 원의 비용 등 나의 꽤 까다로운 요건들을 충족하는 최적의 숙소를 발견했다.

내가 살았던 태국 집의 정원으로 가는 길목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의 마음이 딱 내 마음과 같았을까? 딱 여기다 싶은 장소를 발견한 기쁨에 지인에게 잽싸게 카톡 메시지와 정원이 있는 레지던스의 사진을 캡쳐하여 보냈다.


나 : 여기 어떤 것 같아요! 정원이 너무 이뻐서, 전 딱 여기인 것 같아요!


지인 : 악어!! ... 완전 악어스러운 감성이에요. 어머나!! ... 이 정원 뭔가요? ....


나 : 그쵸. 미친거 같죠!!


지인 : 완전 부럽네요. ... 저도 악어의 캐리어에 들어가서, ... 한달살기에 동참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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