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복귀
저는 서울에 취업했습니다.
한 참 업무를 하고 있는데, ‘지이이잉’하며 휴대폰이 울립니다. S정신건강의학과로부터 초진 예약이 되었고 병원은 언제 오면 된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저는 현재 서울 소재의 병원 홍보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현병과 우울증 약은 계속 먹어야 하기에 울산에서 서울로 취업하면서 새로운 병원이 필요해졌습니다. 병원의 근무는 어떠냐고요? 병원에서 저의 직급은 과장입니다. 하지만 챙겨야 하거나 성장시켜야 할 팀원은 없습니다. 디자인 업무를 담당해 주는 직원이 한 명 있긴 하지만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됩니다. 이전 직장에 비해 조직이 간소해졌습니다. 조직이 작아지니… 인간적으로 꼬이는 상황도 많이 줄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실무자에서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업무 강도는 이전 조직에 비해서 많이 줄었습니다. 대행사의 역할이 아닌, 대행사에게 업무 협조를 구하고 일이 잘되고 있는지?! 체크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일명 "대행사 관리"가 저의 주요한 업무입니다. 돌아가지 않았던 부분을 돌아가게 하고, 병원 경영진의 의견을 수렴하여 일을 넘기고, 일이 진행되게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관리하는 대행업체가 많지만 괜찮습니다. 꽤 시간의 텀을 두고 업무 요청이 오기 때문이지요. 업무 강도가 낮기 때문에 당연히 야근은 없습니다.
업무 강도가 낮아졌습니다.
첫째 주와 둘째 주에는 이렇게 업무 강도가 낮은 곳에서 커리어를 쌓아도 괜찮은 걸까? 무척 고민했습니다. 뒤처지는 것 같았거든요. 이대로 내 커리어는 망한 것 같았습니다. 너무 설익은 판단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심한 우울증과 경미한 조현병 진단을 받은 저는 객관적으로 보면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까요. 물론, 현재 직장이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곳 또한 직장이기에 업무적 장단점과 고충이 있습니다. 모르는 업무는 혼자 터득하고 헤쳐나가야 합니다. 혼자 일하기 때문에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입니다. 요즘은 AI라는 존재 덕분에 혼자라도 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서 참 다행입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청년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지이이잉’ 휴대폰이 또 울립니다. 이번에는 전화입니다. 전화번호가 낯섭니다. 55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휴대폰 액정에 뜹니다. 전화를 받았습니다. “부산 소재의 한방병원인데, 면접에 올 수 있는지?”에 관한 전화였습니다. “이미 취업된 몸이라 면접에 참여하지 못한다.”라는 간결한 답을 하고 전화를 끓었습니다. 어디에든 일자리는 있나 봅니다. 전 요즘 2030 세대의 ‘그냥 쉬었음’ 현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2030 세대가 그냥 쉬는 이유는 개인의 사연에 따라 무척 다양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셀 수 없는 다양한 이유에 단지 “그냥 쉬었음”이라는 이름표만 성의 없이 붙이는 사회가 부끄럽습니다.
어찌 되었든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은 강남 소재에 위치하고 있고, 지하 2층부터 지상 9층의 본건물과 별관 2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청소부부터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사 등 140명의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일합니다. 병원 마케팅은 처음이라 아직 까막눈이지만 어쨌든 다시 취업을 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