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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Jul 23. 2022

가을이 기다려지는 이유

밤송이 떨어지는 계절

 

우리집 뒷마당에는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 길을 통해 산을 갈 수 있다. 우연하게도 그 입구에는 밤나무가 있다.

여름 해가 짧아지며 저녁이 성큼 가까왔을 무렵,

가끔 문을 열어두고 있으면 밤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엇, 밤 떨어졌나 보다. 주우러 가야지"



장갑을 챙겨서 발로 밟아 안에 알밤을 꺼낸다. 밤송이가 떨어진 자리에 주변을 보면 굴러 떨어진 밤이 있어 줍기만 하면 된다. 산길을 쭉 따라서 가다 보면 땅에 도토리와 밤이 떨어져 있다. 큰 알밤만 줍고 나머지는 산짐승들에게 양보한다. 그렇게 양 주머니가 가득해져서 돌아온다.

 재밌는 건 이틀에 한 번씩 지나서 가보면 바닥에 밤이 왕창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뒷산은 아무래도 인적이 드물다 보니 주워가는 사람도 없었다. 밤을 푹 삶아 껍질을 직접 까먹기도 하고 반으로 뚝 잘라서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밤과 고구마는 저녁이면 제법 선선해진 날씨에 재미난 간식이 되었다.





 올해도 밤꽃이 피고 어느덧 7월의 푸른 밤송이 열매가 열렸다. 뒷산에 밤나무를 보며 문득 작년 가을이 생각났다.

 여름에 산은 벌레도 많고 뱀에 독이 찬 시기에 혹시라도 물릴 수도 있어 산에 잘 가지 않는다. 날씨도 무더워 산을 타며 운동하는 것보다 더위로 인해 흐르는 땀이 더 많아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여름 철에는 주로 저녁에 걷거나 실내 운동을 하게 된다.

나는 등산은 잘 못하지만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을이 더욱 기다려진다.

  


푹푹 찌는 무더위가 가시는 9월, 가을이 왔다는 걸 제일 먼저 밤송이를 주우면서 느낀다.  밤을 실컷 먹을 때쯤 어느샌가 잔디도 노랗게 물들고 산도 알록달록 옷을 갈아입는다. 

가을이 주는 특유의 정취가 좋다.

올 가을에는 마당에서 고기도 굽고 캠핑도 더 많이 해야지. 벌써부터 가을에 손님들을 초대할 생각에 들떴다.


 천둥이를 데리고 가을에 뒷산을 간 적이 있다. 마른 잎을 밟을 때 나는 바스락한 느낌이 좋았는지 일부로 낙엽이 쌓인 쪽으로만 지나간다.

'개나 사람이나 똑같구나.'


올해도 가을 밤송이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작년보다 더 속이 알차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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