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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Aug 02. 2022

개를 돌보는 일

아직은 키울 자신이 없어서


타운하우스에 산다고 하면 똑같이 하는 말이 있다.

개 키우기 좋겠다는 말. 나 역시 이 점에 동의한다.

요즘 일부로 잔디가 있는 애견카페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애견 동반 식당과 카페도 늘고 있는 만큼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다.

마당이 이렇게 넓은 데 강아지 한 마리 안 키우냐고 물어본다.


 "키우고 싶은데 남편이 개를 싫어해."

이건 사실 핑계고, 마음먹으면 남편을 충분히 설득할 순 있긴 하다. 하지만 집안일과 더불어 개를 케어하는 일도 온전히 내 몫이 될게 뻔한데 아직 자신이 없다.



친정집에 9살 된 천둥이라는 개가 있다. 흔히 보는 진도 믹스, 황구라서 갈색 털을 가졌다.

마당에 잔디가 있어서 종종 아빠 차를 타고 놀러 오는데, 아빠가 항상 "언니집 가자-"라고 부르는 바람에 (천둥이는 사실 수놈이다.) 우리집에 간다는 것을 이제는 철석같이 알아듣고 신나게 현관으로 달려가고, 밖에 나가서도 차에 타려고 기다린단다. 우리집까지 차로 40분을 달려서 오는데, 아빠 말에 의하면 좋아서 헤벌쭉하고 온단다. 개가 드라이브를 즐긴다는 말이 있던데 드라이브도 즐기고, 마당이 있는 우리집에 오는 것도 좋아하는 것 아닐까 싶다. 


천둥이는 진도견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애견카페에서 출입 금지 대상이었다.

두세달된 작은 강아지여도 다른 개를 공격한단다. 사회성보다는 주인을 우선시하는 성향 때문이라고.

그래서 몇 번 거절당했었다.

"아직 어린 강아지인데도요?" 하고 반박을 해보기도 했지만, 애견카페에서도 사고가 나면 큰 일이기 때문에 존중할 수밖에, 어쩔 수 없이 그 뒤로 애견카페는 가지 않았다.

막상 키워보니 어느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단 한 번도 다른 개를 문 적은 없지만, 중성화를 했음에도 사냥 본능이 있고 주인에게 충성심이 워낙 강하다. 여차 저차 하면 물 수도 있는 거니까 항상 조심하며 인적이 드문 시간에 주로 외진  곳에서 산책을 시킨다.


아무튼 우리집에 오면 천둥이도 행복한 표정이다. 신나게 몇 바퀴를 달린 후 물을 촵촵 마신다. 그럼 이렇게 큰 대형견이 항상 실내에서만 지내면 오죽 답답할까. 그렇다고 다른 견종들처럼 애견카페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개나 사람을 만나면 먼저 피하기 일쑤였으니까.

우리집 마당이 애견카페이자 놀이터가 된 셈이다.

그리고 올 때마다 뒷산에 자주 데려가서인지 이제는 오면 알아서 뜀박질을 실컷 하고는 뒷마당에 가서는 산책 가자고 낑낑거리며 쳐다보곤 한다.

또 좋아하는 건 옆집 고양이들, 담이 있어 우러러보기밖에 할 수 없지만, 쫓아가려 늘 안 달나 있다. 뭐 쫓아가서 어떡할 건데.



아빠는 천둥이를 넓은 마당이 있는 우리집에서 키우게 할까도 고민하셨다. 그런데, 택배기사나 낯선 이들이 지나가면 짖는 점과 (유독 목청이 커서 소리가 우렁차다.) 잔디에 벌레가 많아 혹여 진드기에 물릴까 봐 걱정하기도 하고, 실내에서만 생활해서 야외에 견사를 두고 키우는 것이 천둥이가 적응하기 힘든 점을 이유로 마음을 접으셨다.


실제로 며칠 우리집에서 천둥이 집을 가져다 놓고 재워봤는데 하루 종일 외부 소리 등 자극에 신경 쓰느라 밤에 잠을 잘 못 자더라. 그리고 낮엔 뜨겁기도 워낙 뜨겁고, 겨울에는 춥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만큼 개를 자식처럼 아끼시는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

오죽하면 휴가 갈 때만큼이라도 우리 집에 맡기고 가시라고 해도, 불안해서 안된다며 우리에게 직접 친정집에 가서 돌보고 산책시키도록 부탁하시곤 했다.



 이번에 이사 온 맞은편 집도 개를 데려왔다. 마당에 묶어놓고 주로 실외에서 키우는 것 같다. 가끔 실내에도 왔다 갔다 하게 하는 것 같은데 주인이 없을 때 주로 낮에는 마당에서 잠을 자는 거 같았다. 그리고 밤에는 경계 어린 눈으로 뜨는 밤을 지새우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서 고라니나 어떤 소리가 났을 때 짖는 듯했다. 주로 멍! 하고 정말 놀랐을 때 한번 짖고 끝나긴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주로 야외에서만 키우는 것 같은데, 이 더운 여름날 야외에서 혀를 내밀어 헐떡이며 개가 적응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런 걸 보면 실내에서 주로 키우면서 마당에서는 종종 놀아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개를 돌보는 모습인 거 같다.


하물며 나 또한 원래 같이 지냈던 천둥이를 실내에서는 도저히 못 들이겠더라. 워낙 크기도 하고 털 빠짐도 그렇고 무엇보다 남편이 개를 키워본 경험이 전무하여 실내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깔끔한 성격도 한몫하고 말이다.

아무래도 새 집인 데다가 둘이 사는 데도 청소하고 요리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천둥이처럼 대형견을 실내에 들이면 청소를 두 배로 해야 하니 말이다.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워낙 좋아하지만 개를 돌보는데 아이 키우는 것처럼 손이 많이 간다는데 정성껏 키울 자신이 없다. 단순히 이뻐하는 것 이상으로 돌봐야 하니까. 꼭 완벽하게 키우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최소한 같이 사는 반려견이 축 늘어진 모습으로 매일 같은 모습이라면 늘 죄책감에 휩싸일 것 같다. 반려견의 한 생명의 행복을 책임지는 건 꽤나 어렵다. 천둥이를 보면서 맘 편히 여행한 번 제대로 못 가는 부모님을 보면 더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한 번씩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어떤 충동에 휩싸인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뜬 말티푸 강아지 영상을 본 후로 말이다. 너무 귀여워서 하루 종일 같이 놀 수만 있다면 밤낮으로 놀아줄 텐데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입양 공고도 종종 보곤 한다.

가끔 이런 오만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경우에는 아예 동물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간다. 얼마 전에 보호소에 청소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는데, 원래는 청소 3시간 후, 산책 1시간을 하는 코스인데, 코로나 여파로 산책은 안 시킨다고 한다. 봉사 인력이 부족해서 청소만으로도 벅차다는 이유에서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케이지에서 벗어나 10분씩 산책을 시켰는데, 그마저도 못한다니 나도 슬프고 개들도 슬픈 현실이다.


결국 4시간 동안 청소만 하다 왔는데, 더운 날 환기도 잘 안 되는 실내에서 유리 케이지 안이 똥으로 범벅되어 똥 찌꺼기를 닦으며 땀을 흘리며 악취와 싸우고는

 '아 나는 도저히 안되겠구나' 하고 돌아왔다.

거기에는 새끼 강아지들도 있었는데, 서로 자기를 이뻐해 달라고 울며 불며 껑충거리며 꼬리를 흔드는데,

귀엽긴 하지만, 나는 똥을 치우면서 악취에 힘겨워 여러 번 헛구역질을 했다.


한 마리씩 꺼내서 청소해주고 밥과 물그릇을 채워준다.


직원 분이 "한 마리 입양하세요"라고 하시지만, 그럴 때도 역시 남편을 핑계 삼아 얘기한다.

그리고 케이지를 청소하다 보면 단순히 귀엽게만 보였던 강아지들이, 애정을 갈구하는 눈빛에서 막중한 무게감과 책임감이 들기도 한다.


한 마리면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도 들지만, 강아지에 대한 나의 관심은 일 년이 채 안 되어 금방 사그라들 것 같다. 쉬는 동안 주로 밖에 나가거나 집에서는 라마나 영화감상, 그리고 책 읽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강아지를 봐도 잠깐 반겨주는 일 빼고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겠지.


입양 생각이 있거나 한 번도 강아지를 키워본 적 없는 경우에는 무작정 강아지를 분양받기 보다는 나처럼 애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추천한다.

애견 보호소에 들어오는 개가 너무 많아서 넘치는 지경이다. 다 어디서 왔을까 생각하면 주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았거나 파양하는 경우도 흔하다. 예상외로 푸들과 포메라니안, 프렌치 불독과 같은 인기종도 있어서 안타까웠다.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오늘도 마음을 접는다.

언젠가 아이를 키우고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집에 혼자서 심심한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나도 육아나 양육에 조금은 벗어났을 때 한 번 고려해봐도 되겠지. 그때는 나도 청소든 육아든 베테랑이 되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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