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서 읽기도 바쁜데 소설을 왜 읽어?
0. 올해 생일 선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소설 쓰기 수업이다. 30대의 내가 생일 선물로 소설 수업을 받다니. 20대의 나는 도저히 상상조차 못 할 일이다. 내가 이리도 쓰잘데기없는 것을 원하게 될 줄이야. 9월 5일, 소설 첫 수업을 폭발 직전 설렘과 함께 기다렸다.
1. “소설이란 뭘까요?” 선생님은 더럽게 재미없겠지만, 소설을 정의해 보는 것으로 수업을 열어보겠다 했다. 그게 뭔 소린가. 재밌다. 짜릿하다.
2. 소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당했다. 내게 쿵하고 박힌 정의는 소설이란 현실을 <굴절시켜> 반영하는 <진실된> 거짓이라는 표현이다.
3. 소설은 그저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펼쳐지는 허구라 생각했던 나는 머리가 깨졌다. 소설은 작가의 의식이 <현실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을 때> 비로소 문학적이고, 창조적이라는 것이다.
4. “실용서 읽기도 바쁜데 소설을 왜 읽어?” 하고 이죽거렸던 나는 사실 소설가가 부러웠나 보다. 내게 소설가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 그 이상이다.
5. 예컨대 실용서를 포함한 논픽션은 쓰는 이가 곧 이야기를 하는 화자다. 반면 소설(픽션)은 한 단계를 더 거친다. 소설가는 여러 인물을 창조하고, 그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한다. 이게 예술이 아니면 뭔가?
6. 허나 뭐 한다고 인생을 이리 어렵게 사는 것인가? 내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도 어려운데, 가상의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은 번거롭고 성가시기까지 하다.
7. 그럼에도 내가 소설을 배우는 이유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이야기할 때 나는 무서울 정도로 솔직해지기 때문이다. 친구가 내 습작을 읽고는 <무섭다>고 했다. 소설은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가장 진실된 나를 드러내는 도구다.
8. 알버트 카뮈도 동의했다. 소설가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Fiction is the lie through which we tell the tr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