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고 싶다
사과 얼마에요?
만원이요.
몇 개에요?
이 건 8개, 이 바구니는 10개.
많은 거, 주세요.
그럼, 10개.
감사합니다아.
찬바람이 불고부터는 사과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지지난주 주말에 산책 갔다가 오는 길에 트럭에서 13개에 만원을 주고 샀다. 오늘 아침에 보니 사과가 달랑 1개만 남았길래 오는 퇴근 길에 또 만원어치를 사왔다.
지지난주 주말에는 조르바가 사과 봉지를 들어서 몰랐는데, 사과 열 알이 든 까만 봉지가 꽤 무거워서 봉지를 들은 왼쪽으로 어깨가 갸우뚱 한다.
엄마는 나와 지섭이를 키우는 30년간, 얼마나 많은 사과봉지를 들었을까. 내가 사과를 좋아해서, 엄마도 사과를 좋아해서 냉장고 과일칸에는 늘 꾸준히 사과가 들어있었다.
요 앞에서 오천원에 팔지 뭐야. 두봉지를 사고 싶었는데 무거워서 못들고 와서 아까워. 이따가 한 번 더 나가서 사올까봐.
엄마가 가끔, 또 자주 이렇게 말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난 그때 아무 대답도 없거나, 아무 의미 없이 ‘아, 그래?’정도의 대답을 했었겠지.
사과 봉지가 무겁다는 것을 올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내가 사과를 사서 채워 넣지 않으면, 사과를 먹고 싶은 순간에 냉장고 안에는 사과가 없다는 것도 깨닫는다.
늘 사과를 사두었던 엄마의 꾸준함. 하이힐을 신고도 돌아오는 길에 사과 봉지를 들고 어깨를 갸우뚱 하며 걸었을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회사생활을 시작하고는 아빠가 자주 떠올랐는데, 결혼생활을 시작하고는 엄마가 자주 떠오른다.
내가 빨지 않으면 당장 쓸 수건이 없다는 것, 내가 씻지 않으면 당장 쓸 물컵이 없다는 것, 내가 사지 않아 나흘째 없는 화장실의 바디샤워.
엄마가 생각나는 퇴근 길 저녁이다. 오늘 같은 날은 현관문을 열었을 때 거실 형광등도 환히 켜있고, 엄마의 김치찌개도 끓고 있고, 엄마가 좋아하는 일일 막장드라마의 복닥거리는 대화 소리가 들리면 좋을텐데.
집 안은 깜깜하고, 아침에 서둘러 나간 흔적 그대로 수건이 널려있고, 싱크대엔 물컵이 쌓여있다.
엄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