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명복을 빌며.
가족 카톡 단체방에 아빠의 장문 메시지가 올라왔다.
지난 주말에 붕어가 죽었다고 한다.
붕어가 죽은 날, 붕어를 한강에 보내고 쓴 아빠의 짧은 일기였다. 아빠는 내가 고삼때인 15년전에도 키우던 거북이가 죽은 날, <거북이 장례식>이란 이름으로 일기를 썼다.
붕어는 7-8년 전, 아빠가 철거 현장에서 주워왔다. 전기공사를 갔던 날, 철거 인부 아저씨들이 집주인이 키우던 어항을 그대로 깨버려 먼지 바닥에 튀어오르던 물고기들을 모른척하고 죽도록 가만둘 수 없어 아빠는 비닐봉지에 물과 함께 담아왔다.
첫날에는 우리집 화장실 세숫대야에 담겨 있다가, 다음날인가 아빠가 어항을 사왔다. 모래가 깔리고, 수초가 생기고, 작은 돌덩이가 놓이고, 산소 공급기까지 생기면서 어항이 그럴듯 해졌다.
물을 갈아주는 것도 아빠, 아침마다 물고기밥을 주는 것도 아빠. 새벽 출근을 하는 빠듯한 아침에도 아빠는 잊지 않고 어항에 밥을 뿌려놓고 나갔다.
처음에는 대여섯 마리 정도였는데,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잡혀 먹힌건지 마지막 남은 제일큰 한마리, 한쪽눈이 까맣게 다친 외눈박이 한마리만 오랫동안 어항을 지켰다.
물고기가 들어온 7-8년 전부터 아빠의 사업이 점점 좋아졌다고, 엄마는 복덩이 물고기라고 불렀다.
제비다리를 고쳐준 흥부처럼 니 아빠가 죽어가던 물고기를 살려줘서 복이 오는거라고. 예쁜 금붕어도 아닌 시커먼 물고기를 가족 모두 고마워했다.
그런 물고기가 지난 주말에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다음 세상에선
더 큰 물고기로 태어나 한강을 누비고 다니라고
한강으로 떠나 보냈다."
두 손가락만한 죽은 물고기를 가지고
중년의 부부가 차를 끌고 한강에 찾아가 물고기를 한강에 놓고 온 저녁.
그 모습을 상상하니,
물고기가 죽은 날 아빠의 감상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약간 시큰해지고 새삼 아빠에게, 아빠의 감성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빠의 바람처럼 다음 세상에서는 큰 물고기로 태어나 한강을 누비기를,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그동안 복을 나눠줘서 고맙다고 나도 같이 명복을 빌어본다.
201802
#mooninsun
#그리고요가하는일상 #꾸준한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