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퇴근길 저녁

주황 가로등 아래서 비틀비틀

by 문인선
퇴근 길, 저녁 201907 @moon.in.sun


** 주공아파트 수영장
2017년 11월, 내 인생의 첫 수영강습이었다.
아파트 단지는 꽤 규모가 컸다. 아파트의 베란다가 대부분 깜깜했다. 빛은 단지 복도의 주황 가로등이 전부였다.


3개월 등록할게요, 하고 말하자 카운터의 중년 아주머니는 이제 재개발로 수영장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니 한 달만 등록하라고 했다.
학원은 등록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폐강, 폐점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어떤 날, 수영 수업이 끝날 때쯤에는 중년의 선생님이 수영장 대표가 선생들에게조차 폐업을 오늘 알렸다고, 내가 여기 십여 년을 근무했는데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다고 했다.


우리 회사가 내게 한 달 전 폐업을 결정했다고 통보하면, 나는 어떤 기분이 될까을 생각하다가 곧 주먹을 꽉 쥐었다.
사람이 들고 나는 일에서 예의를 발휘하지 않는 것, 그 피해의 대상을 나는 꾸준히 보았고, 곧 잊었다. 그건 나쁜 일이다.


회사 사람들과 술을 한 잔 하고, 오랜만에 건너편의 수영장을 바라보며,
여전히 깜깜한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지하철을 기다렸다.


네 성격대로 살다 간 적이 많이 생길 거야, 그럼 너도 힘이 들지, 고집하지 않는 게 좋지.
하는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굳이 듣고 싶지 않았다. 회사생활에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기분을 감추지 못하여 겪는 피해를 나는 십 년째 감수하는 중이다. 매해 늘어나는 적과 함께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대적하고 있는 중이다.
포커페이스가 안 되는 나를 원망하고, 기를 쓰고 참았다가 위염에 걸리기를 반복하는 시기를 지나고
참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는 기준점을 정한 채, 되는대로 행동하고, 내게 오는 피해를 감수하며 지내기로 결정한 나에게
잔소리보다는
응원을 위로를 격려를 해주기를 바랐을 뿐이다.

나보다 더 뾰족한 민화의 얼굴이 떠올랐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나이키 미소를 날리는.
나보다 더 감정의 곡선이 큰 은희를 마주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래~ 너 스트레스 안 받는 게 제일이야~ 참지 마~ 하면서 양 손을 춤 동작처럼 휘젓고 너털웃음을 지을 은희를.
그리고 식크하게 야, 됐어, 그냥 성격대로 사는 거야, 술이나 마셔, 하고 무표정으로 말할 민정이까지.

나는 오늘 저녁, 3차로 너희가 필요하다.
뾰족한 나에게, 괴팍한 나에게, 매해 적군을 늘려가는 나에게는
너희만이 필요하다.
내 생을 이해하고 독설도 내뱉고 보듬어줄 너희가.
나는 이렇게 안전한 월급쟁이, 부품으로 살아놓고는.
야전에서 멋지게 싸우는 에이스 전투사 같은 너희들이.
그래서 어떤 날에는
에라이 씨 모르겠다, 하고 야전의 전사가 되어버릴란다, 하고 객기를 부리게 만드는
너희들이.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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