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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즐기기, 콜라는 쉽고 커피는 어려운 이유

커피 취향 찾기가 어려운 건 내 잘못이 아니다.

by 커피디

입맛에 맞는 커피를 골라 마시는 즐거움의 첫 단계는,

커피의 맛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커피의 신맛은 식초의 신맛과 다르다.

커피의 단맛도 꿀, 설탕이 주는 단맛과는 또 다르다.


다양한 콜라 중에 내가 좋아하는 콜라를 고르고 즐기는 일은 쉽다.

그런데 커피는 맛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어렵기에, 고르고 즐기기 어렵다.


왜일까?

익숙함을 방해하는 요소는 크게 3가지다.


1. 커피가 되는 과정에서 맛이 쉽게 변한다. - 생두와 원두는 민감한 재료

예를 들어 제로콜라는 어디에서 마시나 같은 맛이다.


하지만 커피는 되는 과정에서 작은 변화로 맛이 달라진다.

에스프레소는 추출 시간 1초 차이로도, 핸드드립은 물 붓기 한 번으로도 맛이 달라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 생두 농장, 생산연도, 가공 방식, 로스팅 수준

· 원두 양, 원두 분쇄 정도, 원두에 남은 성분

· 기계 성능, 그날의 습도, 추출 시간, 물 온도

· 드리퍼, 물줄기의 굵기, 물 붓는 방법, 물 붓는 시점...

다양한 요소가 커피 맛을 바꾼다.



2. 맛을 기억하기 어렵다. - 같은 이름, 다른 맛

제로 콜라와 펩시제로콜라는 이름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하지만 핸드드립 커피는 이름은 같아도 맛은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라는 이름을 가졌어도 카페마다 맛은 다를 수 있다.

생두, 원두가 민감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처음 A카페에서 마시고 '신맛 나는 커피'로 기억했는데,

B카페에서는 '신맛은 줄고 단맛'이 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예가체프를 어떤 맛으로 기억해야 할까?

이런 경험으로 인해 기억하기 어렵고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맛이 다른 이름에 각기 다른 이름을 매번 붙일 수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

와인은 같은 농장이라도 '2025년도 산'이라도 있어 구분이 가능하나,

생두, 원두는 그보다 더 맛이 잘 변하는 재료다.


3.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

똑같은 커피를 마셔도 '나는 단맛이 약하다'라고 느끼지만

다른 사람은 '단맛이 강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표현은 내게 신뢰성 있는 정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또, 맛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내 취향이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직접 경험해야 익숙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에서 나만의 커피를 골라 마시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이후의 글을 통해 복잡하고 어려운 커피의 세계를

조금 더 쉽고 가볍게 즐기는 방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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