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붐은 온다!

오늘, 수영 시작하기 가장 좋은 날

by 미지의 세계

요즘은 운동 중에서도 특히 달리기, 러닝이 대세다. 아마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클 것이다. 운동화만 있으면 당장 집 앞을 뛸 수 있다. 그리고 각종 인증샷도 많이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수영은, 내가 사랑하는 그 운동은 불행히도 진입 장벽이 높다. 일단 심리적인 장벽을 넘어야 한다. '내 몸을 다른 사람들이 봐도 되는가?' 그리고 '노력하지 않으면 가라앉아버릴 저 물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는가?' 거듭 되물어야 한다.


마음을 겨우 먹고 나면 이제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 몸에 딱 붙을 뿐만 아니라 면적도 적은 특수한 옷, 보통 수영복이라고 하는 그것, 을 사고 물안경과 수모를 구비해야 한다. 샤워 가방을 꾸리는 것도 일이다. 겨우 준비물을 갖추고 나면 강습 신청을 해야 한다. 어느 지역은 강습을 신청하는 것도 경쟁이 치열해 어렵다. 새벽부터 줄 서가며 강습을 신청한다. 결정적으로 계절이 늘 애매하다. 뭔가, 여름에나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선선한 환절기와 겨울에 물을 묻히는 운동을 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



나 역시 위의 모든 장벽을 맞닥뜨렸다.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도 수 년을 망설였다. 그러나 결국 눈을 딱 감고 물에 뛰어들 듯 확! 모든 걸 하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어떻게 물을 가르느냐에 따라 배가 되기도, 해파리나 개구리가 되기도 했다. 얼마 전 오리발을 끼고 물속에서 나아가는 잠영을 했는데 그날 나는 어릴 적 꿈을 다시 생각했다. 하늘을 나는 꿈,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는 그 시원함! 그래서 본격적으로 수영을 영업하는 글을 쓰게 됐다. 좋은 건 같이 하면 더 좋으니까.


... 주변에 자주 하는 말이지만, 수영 붐은 온다.



어릴 적부터 물장구는 꽤나 좋아했는데도 수영 배울 생각은 없었다. 못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러다 해외에 나가고 나서야 간절한 계기가 생겼다. 남편과 보라카이에 놀러 갔을 때 일이다. 이 나라는 바다가 무척 아름답기 때문에, 수영을 잘 하든 못하든 모든 관광 프로그램에 입수 시간이 있다. 처음엔 '씨워크'라는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머리에 잠수정 같은 헬멧을 쓰고 바다 밑으로 가서 걷는 거였다. 헬멧 안에는 공기가 계속 주입되기 때문에 편하게 숨을 쉬면서 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다. 직원은 옆에 있는 사다리를 통해 바다로 내려가라고 시켰다.


그런데 사다리를 타고 웃으며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뚝 발길이 멈춰버렸다. 이제 머리만 바다로 들어가면 되는 거였는데, 갑자기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겠는 것이다. 그리고 숨이 막혀왔다. 호흡이 가빠져서 잠시 헥헥대고 있자니 직원이 좀 쉬었다가 내려가라고 했다. 다시 육지로 올라왔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처음 겪는 당황스러움과 공포였다. 물 공포증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다음 날 있었던 '호핑 투어'는 물이 주는 공포를 극한으로 맛본 시간이었다. 배로 섬의 이곳저곳을 다니는 관광 프로그램이었는데, 중간에 바다 사이에서 열대어들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바다에 뛰어들고 난 뒤에도 나는, 텅 빈 배 안에서 여러 번 망설였다. 도무지 물에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거듭되는 동행자의 요구에 겨우 배 끝에 달린 나무바를 잡고 몇 번 첨벙거렸다. 그마저도 오래 못하고 다시 배 위로 올라와 바닷 속 사람들을 물끄러미 봤다. 바닷바람이 유독 찼다.그때만큼은 일명 '개헤엄'만 할 줄 아는 남편도 부러웠다.


그날 저녁 호텔 수영장에서 남편을 강사로 초빙해 개헤엄을 맹연습했다. 하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안 되겠다. 그냥 너는 구명조끼를 항상 입고 다녀야겠다."


자존심을 긁으며 웃는 남편에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전문가에게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수업 첫날, 강사님의 말씀이 지금도 기억난다.


"자, 나는 오늘 수영 처음 해 본다는 분 손 들어보세요. 그럼, 물이 무섭다는 분도 손 들어보세요. 좋아요... 다들 숨을 잠깐 참고, 코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내려가볼까요? 한번 내려가 보세요."


꼬르륵, 물속에 들어가서 얼굴을 바닥 쪽으로 내리는데, 아무리 해도 어느 수심 이후로는 내려갈 수가 없었다. 잠시 바둥대다 보니 힘이 빠져서 몸이 자연스럽게 위로 떠올랐다. 다수의 수강생들이 물 위로 올라오자 강사님이 다시 물었다.


"바닥에 코 닿기 성공한 분? 없죠?"


우리를 둘러보며, 강사님이 마지막 한마디를 했다.


"우리 몸은 가라앉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바닥으로 내려가려고 해도 안 돼요. 직접 보셨죠? '내가 아무리 가라앉으려고 해도 몸은 떠오른다.' 그걸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힘을 빼면 더 잘 뜰 겁니다. 자, 그럼 킥판 잡고 발차기부터 출발!"



'아무리 바둥거려도 가라앉지 않는다.' 이 말은 이후 킥판을 떼고 천천히 물살을 가를 때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두려운 일을 맞닥뜨렸을 때는 그 일을 통해 겪게 될 가장 최악의 상황을 먼저 확인하는 게 도움이 된다. 가장 최악일지라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뭐 어떻냐는 심정으로, 일단 도전하는 마음이 되었다. 자유형으로 처음 25m 풀장을 쉴 틈 없이 갔을 때 데크를 치고 일어나서 두 손을 불끈 쥐었다. 그동안 느낀 성취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경험이었다.


뒤로 누워 발차기만 해서 나아가기, 거기에 팔을 더하기, 물속에서 출발하기, 평영 다리 배우기... 등 어느 영법을 배우면 다음 영법을 배우기 위한 새 도전 과제가 생기는 것도 좋았다. 지루할 틈 없이 없었다. 그렇게 신나게 운동을 하고 나서는 샤워로 마무리를 하니, 운동의 끝맛도 깔끔하다. 수영은 유독 나이 많은 어른들도 취미로 많이들 즐기신다. 뼈에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란다. 계절에 맞는 색감의 수영복을 사 입고, 물속을 실컷 누비다가 상쾌하게 마무리하는 경험을 노인 때까지 할 수 있다니! 신체 활동도 하고, 오래 즐길 취미로 운동을 찾는다면 단연 수영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수영은 어느 때 배워도 적기다. 겨울이나 봄에 수영을 시작하면 여름철 휴가 때 멋들어지게 수영장을 누빌 수 있다. 또 여름에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땀을 흘리지 않고 시원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최고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금의 노력으로 체험할 수 있는 세계가 너무나 넓어진다. 마음먹은 그날부터 조금씩만 노력하면 된다. 내가 아는 모두가 이 기쁨을 누리면 좋겠다.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 잘 보이게 써 붙여두고 싶다.


다들 수영을 합시다! 모두 함께 수영을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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