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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박 Aug 10. 2016

6. 갑작스러운 위기들

최근 일어난 문제들

#1. 손가락 골절


 멍청하게 손가락을 다쳐버렸다. 


급하게 차 문을 닫느라고 내 새끼손가락이 차 문 사이의 작은 공간에 끼었다. 너무 놀라서 바둥바둥 거리며 반대 손으로 차문을 급하게 열었는데, 이미 내 새끼손가락의 손톱은 까맣게 피가 차 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뼈에 금이 갔다고 하면서 깁스를 추천했다. 다행히 수술은 필요 없는 정도라 간단히 알루미늄 부목을 대는 것으로 끝이 났다. 손톱은 곧 빠질 거라고 하신다. 좀 기다려야겠다. 


생각보다 새끼손가락을 다치니깐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가장 불편한 것은 키보드를 제대로 칠 수가 없다. 쉬프트를 누를 때나 엔터를 칠 때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썼기 때문에 타이핑 속도가 정말 느려진다. 또한 운동도 할 수가 없다. 오른손으로 뭔가를 쥐는 행위를 할 수가 없어서 턱걸이나, 팔 굽혀 펴기 와같이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활동을 할 수가 없다. 디펜스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트레이너에게 PT를 받으면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손가락이 다치면서 한동안 휴식 기간을 가져야 했다.


갑작스럽게 몸이 다치면서 연구 활동의 생산성이 굉장히 저하되었다. 제일 처음 걱정이 되었던 것은 내 손 때문에 힘든 생활보다는, 논문 쓸 때 너무 느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 때문에 사용자 조사할 때 제대로 못하면 어떡하지?, 논문 타이핑 속도가 느려지면 어떡하지?” 내 몸이 다쳤을 때도 가장 먼저 걱정이 된 것은 내가 아프고, 어떻게 나을지보다는 내가 진행하던 연구가 더뎌지면 안 된다는 걱정이었다.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게 너무 당연했었는데, 한번 더 생각해 보니 내 몸보다 연구를 먼저 생각하는 나 자신이 조금 불쌍해졌다.



#2. 실험용으로 사용하던 DIY스마트홈 서비스 종료


아... 망했다... 회사가 파산하다니..

실험을 위해 사용하고 있던 제품이 더 이상 작동이 되지 않는다. 특정 스타트업에서 제공하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회사가 파산하고 클라우드 서버가 종료되면서 제품이 작동하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들에게 연락해서  "제가 박사과정 연구를 하고 있는데 6개월 아니 3개월만 서버를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ㅠㅠ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일을 수십 통 보내봐도 아무도 읽지 않는다. 막다른 길이다. 연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함께 개발하는 친구가 매우 유능한 친구라서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해킹해서 새롭게 서버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보니 새로 고안한 방법으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가망성이 보여서 1~2달간 함께 붙어서 열심히 작업해보기로 했다. 이 방법으로 간다면 몇 달간은 개발에 집중해야 될 것 같았다. 9월이 중요한 학회가 있어서 논문을 제출하기로 했었는데, 실험이 딜레이 되어서 논문 듀를 맞출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교수님도 이 사태를 이해해 주셔서 약속했던 논문은 디펜스가 끝난 뒤에 다른 저널에 쓰도록 허락해주셨다.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아찔한 경험이다. 함께 했던 유능한 개발자가 없었다면, 나는 처음부터 실험을 새로 고안해 냈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교수님도 이 상황을 잘 이해해 주셔서 일정을 조율할 수 있었다.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시스템이 다운되었는지.. 왜 하필 망할 것 같은 회사 제품을 사용했는지 원망도 생기고, 후회도 된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일은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내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해서 기운이 빠지고, 걱정도 되지만, 이런 걱정을 할 여유가 남아 있지 않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새로 고안한 방법대로 끝까지 밀고 가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3. 위기들을 견뎌내며 디펜스 준비 시작

디펜스까지 3개월


11월에 디펜스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긴장하면서 준비를 해야 한다. 아직 디펜스는 3개월 남았지만 벌써부터 늦은 느낌도 든다. 비유를 하자면, 금요일 저녁 7시 서울에서 저녁 약속이 있는데, 5시에 대전에서 출발하는 상황 같다. 서울로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출발하면 분명 교통체증 때문에 제시간에 도착을 하지 못할 것 같은데, 일단은 늦더라도 지금 당장 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운이 좋게 고속도로가 안 막힐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좀 더 멀리 돌아가더라도 버스 말고 KTX와 같은 다른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지금 당장 출발하지 않으면 늦고, 지금 출발하더라도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운이 많이 따라줘야 된다는 것이다. 


디펜스 준비를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줄이기가 굉장히 힘들다. 나를 불살라서 전력투구 하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을 것 같은 목표이지만, 페이스 조절도 해야 한다.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급하게 에너지를 소진하면 금방 번아웃 해릴 수 있어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고 준비를 해야 한다. 6년 동안 배웠던 대로 준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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