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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_행복> 나와 함께 가자

다낭 사람들에게 바나힐이란?

by 루미썬

한창 방을 구경하던 중 벨이 울렸다. 우리의 짐을 가져온 벨보이였다. 짐을 문 앞에서 건네주고 갈 줄 알았는데 웬일인지 방 깊숙이까지 들어왔다(방의 입구에서 문까지가 요즘 아파트 입구처럼 길었다). 팁을 주면 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팁을 손에 들고 그가 말했다.


"너희 바나힐 안 가니?"


왜 이렇게 웃음이 나는지 호이안에서 가장 먼저 탔던 그랩 기사가 물었던 말이다. 그랩 이용 중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이것을 호텔 벨보이가 물으니 '당신까지....?'라는 마음에 조금 뜨악했다.


원래 우리의 마지막 일정은 바나힐이었다. 내가 다낭에 가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나힐이었기에 가장 기대했던 날이다. 하지만, B의 발을 보니 바나힐에 가는 건 무리였다. 정원을 둘러보고 놀이기구를 타고 포토 스폿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이 일정을 소화한다면 상태가 더 악화될 것이 뻔했다. 억지로 간다고 해도 무의미한 방문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내게 미안했던 B는 하루 지나면 괜찮을 거니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던 터였다.


아직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벨보이는 바나힐에 간다면 왕복 70만 동으로 해주겠다며 어떠냐고 물었다. 우리의 반응이 미지근할수록 그는 더 열심히 설득했다. 돌아갈 기색이 없어 보여 나는 가만히 있다가 빨리 이야기를 끝내고 싶어서 "Free time!"이라고 외쳤다. 보통 바나힐 가는 비용을 그랩 기사와 흥정할 때 몇 시간 후에 보자는 조건으로 결정한다는 글을 많이 봤는데 그게 싫어서 편도로만 이용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벨보이가 OK를 외치길래 이제 끝났다 싶었는데 언제 확정되냐고 묻길래, 이따 나가면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카카오톡 아이디를 달라는 것이다. 정말 정말 끈질겼다. 결국 카톡 친구가 된 후 그는 웃으며 떠났다.


우리 말고도 많은 관광객에게 이렇게 다 물어본다면 본인이 직접 다녀오지도 못할 텐데 누구에게 얼마나 많이 연결해주는 건지 궁금했다. 그러면서 다낭 사람들에게 바나힐은 어떤 존재일까 생각하게 됐다. 호이안에서 소원배를 타라고, 마사지를 받으라고, 여기에서 식사를 하라고, 내 차를 타라는 등 수많은 호객행위를 겪으면서 관광객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쉽게 버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간절함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국내 관광지에서의 호객행위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나라보다 부유한 환경의 나라로 간다면 또 다른 감정을 느낄까 궁금해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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