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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_행복> 아름다운 밤이에요

여기가 다낭!

by 루미썬

휴식이 필요해


벨보이에게 한참을 시달린 후 피곤이 더욱 몰려와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다낭 여행 시 세웠던 첫 번째 목표는 1일 1 마사지! 마사지가 낯설어도 오늘은 세 차례나 멘붕이 와 정신적으로도 너무 피곤했다. 주변 마사지숍을 검색하다가 그것 조차 피곤하여 호텔 안 마사지숍을 이용하기로 했다.


신축 호텔답게 시설은 매우 깔끔했고, 일회용 속옷도 챙겨줄 정도로 위생상태가 양호했다. 120분 코스를 받았는데 우리나라 뷰티숍에서 받는 마사지의 느낌이었다. 얼굴 팩도 포함되어 있었고, 전신 석고 케어도 있었다. 마사지의 만족도가 마사지사의 실력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호텔식인지 로컬식 인지도 다르게 선호될 것 같다.


누가 내 몸을 터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마사지를 거의 받지 않았다. 그런데 호이안에서 마사지를 받은 후 피로가 풀리는 듯하고 오히려 활력이 생겨 '아, 마사지가 이런 것이구나'를 깨달았다. 그런 마사지를 기대했는데 호텔에서 받은 것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시설만 좋을 뿐 소꿉장난하는 느낌이었다. 마사지실 옆에 문화공간인지 헬스장인지 함께 있어 시끄러워 편안하지도 않았고, 타월 등으로 덮어주거나 냉방을 줄이는 등 온도 관리도 제대로 해주지 못해 덜덜 떨 정도로 너무 추웠다.


뭔가 개운하지 못한 느낌으로 마사지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남은 돈을 마사지 비용으로 소비했더니 여윳돈이 더 필요했다. ATM을 찾으러 미케 비치 주변을 산책하다가 큰길을 건너야 하는데 횡단보도뿐이었다. 다낭은 호이안보다 교통량이 매우 많았다. 그 어떤 차도 양보를 해주고 멈추는 일은 없었다. 그 사이를 뚫고 현지인들은 잘만 건너더라. 나는 이러다 차에 치여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무서웠다. 눈치를 보며 한발 한발 내디뎌 길을 건너고 나니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멀리 가서 찾은 ATM에서도 돈을 한 번에 찾을 수 없어 다시 멘붕을 겪다가 어렵게 인출했다.


Grand Tourane Hotel 정문 쪽 큰길가에 ATM이 있다. 호텔 위 작은 네모는 망고를 판매하는 작은 마켓이다


미케 비치의 밤



미케 비치 앞엔 해산물 레스토랑이 많았다.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전부 도매시장 같은 느낌이거나, 손님이 너무 없어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검색하다 발견한 유명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입구에는 해산물을 고르는 곳인지 해산물마다 가격이 붙어있었고, 그곳을 지나 쭉 들어가면 식사하는 테이블이 있다. 누구 하나 안내해 주지 않아 메뉴판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기다 메뉴가 몇십 가지는 되었는데 대체 뭘 어떻게 먹는 것인지, 해산물을 고른 후에 요리해달라고 하는 것인지, 메뉴판의 요리를 주문하는 것인지, 가격은 얼마인지 뭐 하나 친절하지도 않고 익숙하지도 않아 그냥 나왔다. 오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으므로 밥 먹는 것까지 피곤하게 먹고 싶진 않았다.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


어디를 갈지 검색하고 그랩으로 이동했다. 늦은 저녁시간이었는데도 차량이 많아 불안했다. 사람과 오토바이, 승용차, 대형버스 등이 혼재되어 신호등 없이 눈치껏 운전하는 분위기는 여전히 낯설었다. 그랩을 이용할 때마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상황이 꼭 생겼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그랩 기사님은 서행하며 부드러운 운전으로 우리를 감탄하게 했다. 자꾸 아래에 있는 휴대폰을 봐서 다음 콜을 잡는 것은 아닌가 오해했는데 내비게이션을 보며 열심히 운전하던 것이다. 너무나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온 우리는 안전운전을 해주어 고맙다며 일부러 팁을 주고 내렸다. 엄청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기뻤다.


그제야 지금 온 곳을 살폈는데 식당의 건축물이 참 특이하고 예뻤다. 앞에 작은 정원이 있었고 문으로 막힌 곳 없이 식사하는 쪽은 모두 오픈되어 있었다. 가운데에는 음료를 만들어 주는 Bar가 있었고 그 테두리에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식당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너무나 멋있었다. 한강과 함께 반짝이는 다낭 시내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은 고된 하루의 끝을 맑게 정화시켜주는 느낌이었다. 먹고 싶은 메뉴도 다 있었고, 종류도 다양했다. 그중 홋보트(Hot boat)와 호이안에서 먹지 못한 모닝글로리 샐러드,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고기 메뉴, 맥주를 주문했다. 홋보트는 우리가 먹고 싶어 하던 샤부샤부일 것 같았다. 맥주는 매우 매우 매우 시원하게 얼음과 함께 달라고 했다. 직원들이 모두 밝고 영어도 잘하며 친절했다. 구석구석 꼼꼼히 구경하고 살피다가 식당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Nom Bistro – Essential Vietnamese Cuisine



Nom Bistro.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베트남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이름과 건축물이었다. 전체 사진을 못 찍어 아름다움을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곳을 들렀다 간다는 것이 참 기뻤다. 그렇게 감탄할 때쯤 맥주가 나왔다. 미스 사이공 맥주가 원래 이렇게 맛있는 건지, 지금의 이 순간이 너무 좋은 건지 태어나서 마신 맥주 중 가장 맛있었다.



Nom Bistro – Essential Vietnamese Cuisine


곧이어 음식이 나왔다. 와..... 그런데 이건 정말 예술이다. 이렇게 어떻게 장식을 했는지, 플레이팅마저 고급스럽고 메뉴판의 가격을 굳이 보지 않더라도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그 맛이 어떨지 참 궁금했다.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배도 많이 고팠고 음식도 맛있어서 빠른 속도로 먹어치웠다. 기다리던 메인 메뉴 홋보트가 나왔다. 예상대로 샤부샤부였다.


Nom Bistro – Essential Vietnamese Cuisine


직원이 친절하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는데 알고 있는 것과 같았다. 육수가 끓기만을 기다렸는데 가열 방식이 가스가 아니라 캔들 종류였다. 물이 바글바글 끓기보다는 데워지고 있어서 야채를 30분을 담가 둬도 끓지 않고 익지 않았다. 결국 기다리다 배고픔에 화가 난 나는 주방에서 끓여다 달라고 말했고, 직원들은 바로 알아듣고 끓여다 주었다. 화력의 소중함을 느끼며 한 번 달궈졌던 것이라 다음 재료를 넣어도 금방 익었다. 고기 외에 생선과 오징어 등 해산물도 많이 들어가고 레몬그라스나 고수 등 향채도 들어가 맛이 참 좋았다. 진작 끓여달라고 말할 걸 후회했다니까~


솔직히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처음에 들어갔을 때 맛없는 곳인가 우려했는데 홋보트의 가열 방식 빼고는 전체적으로 너무나 만족한 음식점이었다. 한국인이 한 명도 없어서 더욱 좋았고, 답답하지 않고 널찍한 공간에서 자연 바람을 맞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3층까지 오픈된 식당이었다. 주변인에게 강추하면서도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 장소 같은 곳으로 이 글을 쓰면서도 알릴지 말지 고민했다.


우리의 NOM 영수증


호이안 BALE WELL에서 2명이 240,000동을 내고 반세오를 먹었던 것을 생각하면 저렴하지는 않은, 조금은 비싼 음식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만족도가 높다면 또 찾을 의향이 있다. 위치는 영수증에 상세히 나와있어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이 하나둘씩 늘었다. 이곳 바로 옆에 있는 카페의 손님이었다. 우리도 예쁜 야경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쓰어다와 사이공 커피를 주문했다. 호이안에서는 코코넛 쓰어다를 먹어봐서 순수 쓰어다 커피의 맛이 궁금했다. 그런데 이게 뭔지, 나는 또 쓰어다만 보고 잘못 주문하여 쓰어다 밀크가 나왔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와서 결국 남겼지만, 달달하고 요구르트 같은 새콤한 맛이 나니 맛은 좋더라. 야경이 멋져 이 분위기를 최대한 느끼고 싶었으나 모기와의 사투가 힘들어 적당히 머물다 호텔로 돌아간 게 조금 아쉽다.


CA PHE LE


커피 가격은 두 잔에 52,000동으로 우리나라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보다도 저렴했다. 카페의 인테리어는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영수증을 보니 믿기지 않는 가격이었다. 횡재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호텔로 이동하던 중 어떤 골목을 지나는데 외국인 커플이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영화에서나 볼듯한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 장면이 왜 이리 멋있던지 우리나라에서 봤다면 눈살을 찌푸렸을 텐데 그랩 기사님과 우리 모두 "WoW~~~~"라며 하나 되어 열광했고 클락션을 울리며 열기를 더했다. 잊히지 않는 장면 중 하나이다.



정말 길고 고단한 하루였다. 오전에 있던 일들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밤이었다. 체력적으로는 피곤했지만 정신은 맑아졌다. 새로운 것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여행을 갈구하나 보다. 내일은 여행의 마지막인데 또 어떤 날을 만들 수 있을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기대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때마침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이 있는 날이라 열심히 티브이 채널을 돌렸다. 영어로 뉴스를 듣고 베트남어로 축구 해설을 듣는 기분도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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