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부_행복> 다낭 시내 투어

진정한 휴식! 쇼핑 삼매경~

by 루미썬

마사지의 맛을 알아버렸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므로 무리한 일정은 원하지 않았다.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찌뿌둥해 마사지부터 받기로 했다. 숙소 주변의 유명한 마사지숍을 검색하여 예약을 했다. 마사지의 압도 좋고 꼼꼼하다는 평이 많아 선택했다. 이제 그랩 이용은 능숙해졌다.


IMG_E2392.JPG
IMG_E2391.JPG
2018.06.14 @다낭


외관은 작아 보였는데 내부는 보는 것보다 컸다. 베트남 특유의 향이 풍기는 깔끔한 공간에 쾌적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마사지를 받겠냐고 메뉴판을 건넸는데 이게 뭐지? 전부 한자였다. 영어로 된 메뉴판이 없는지 물으니 친절하게 한국어 메뉴판을 주는데? 알고 보니 내가 중국인인 줄 알았던 것. 어제 한 시장에서 산 중국풍 원피스를 입고 가서 그런가? 불쾌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의문의 1패를 당한 채 시그니처 마사지를 선택했다.

두두둥! 지금까지 받은 마사지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압의 세기에도 민감하게 신경 썼고로 시원하게 혈 자리를 자극했다. 추울까 봐 손끝 발끝까지 타월로 감싸주는 모습에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마사지실의 분위기나 방음도 좋아 잠이 스르륵 올 정도의 편안함에 빠져들었다. 팁을 꼭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겼다.



IMG_E2393.JPG


마사지가 끝나고 나왔더니 테이블로 안내해주었다. 미역국과 가지런히 깎인 구아바가 놓여있었다. 미역국은 출산 후 몸을 따듯하게 하기 위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인데, 비슷한 이유로 주는 것 같아 마지막 서비스에도 감동받았지 뭐람. 베트남식 미역국인지 맑은 국물은 아니고 전분이 섞인 것 같은 형태였다. 어느새 손님이 많아져 대기실은 시끌벅적했다.

마사지를 받고 나니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고, 조금은 소박한 식사를 하고 싶어서 다낭 대성당 근처에 있는 쌀국수 음식점으로 향했다. 검색하다 발견했는데 꼭 가봐야 하는 로컬 식당이라고 했다. 문득 어제 한시장 앞을 여러 번 두리번거리다가 지나간 기억이 떠올랐다.



베트남은 쌀국수


IMG_E2300.JPG 신호등 뒤로 보이는 초록색 간판의 '포박하이'


자주 건넜던 길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도 가게는 작은데 일하는 직원이 꽤 많았다. 그들의 끊임없는 대화로 조금은 시끄러웠다. 한국인도 많고 먹는 손님들도 몰려왔다. 인기가 느껴져 조금은 안심했다. 돼지고기 쌀국수와 닭고기 쌀국수 그리고 맥주 한 캔을 주문했다.


IMG_E2398.JPG 네가 고수냐


주문하자마자 빛의 속도로 음식이 나왔다. 미리 준비해둔 재료에 계속 끓고 있는 육수를 부어서 가져다주기만 하면 되었다. 양껏 먹으라고 숙주와 고수는 따로 바구니에 담아주었다. B는 고수를 좋아하는 나의 쌀국수에 듬뿍 올려주었다. 그걸 본 주인 할아버지가 그러면 못 쓴다는 표정으로 고수 줄기를 들고 잎만 따서 B의 쌀국수에 넣어주었다. 하.... 진작 알려주시면 좋았을 것을...


고수는 잎만 넣는다는 것을 배운 후 맛을 봤는데 국물이 참 진했다. 땀까지 흘리며 금방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그리고 10만 동을 냈다. 쌀국수 각 40,000동, 맥주 20,000동이니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쌀국수 한 그릇에 2,000원!! 앉아 있으니 포장해 가는 현지인도 은근히 많았다. 2,000원의 행복이라면 나도 자주 사갈 것 같다.


IMG_E2396.JPG
IMG_E2397.JPG
콩카페 앞 한강


다낭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콩카페로 갔다. 방금 있던 식당에서 가까워 잠깐 걸으면 되는 거리이다. 점심 식사 시간이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앉을자리가 없어 자리가 나는지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너무 더워 계속 걷기엔 지치는 날씨라 잠시 쉬고 싶었지만, 3층까지 사람들로 빽빽했다. 때마침 자리가 나서 나는 잽싸게 앉았고, 영어를 잘하는 B에게 주문을 부탁했다. 생각해보니 절뚝이며 걷는 B인데 원활한 소통을 위해 부탁할 것이 너무 많아 미안했다.

B는 영어로 주문했는데 직원은 중국어로 답을 했다고 한다. 다시 영어로 주문하니 이번에는 일본어로 답을 했다는 것이다. 답답한 짝꿍이 다시 주문하니 직원은

"아~ 한국인이세요?"

라고 했다는 것! 베트남 사람들은 영어를 못해도 한국어는 익히고 있다는 사실! 의사소통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됨을 느꼈네.


IMG_2406.JPG
IMG_0068.JPG


사이공 커피와 드디어!!! 쓰어다 커피를 마셨다. 엄청 기대했는데! 와~ 내가 좋아하는 딱 달달한 그 맛이었다. 스타벅스 돌체라떼 정도는 아니지만, 베트남에 와서 마셔본 커피 중 가장 맛있었다. 다른 카페보다 콩카페의 커피가 조금 비쌌지만 비싼 값을 하는 맛이라 만족했다. 기분 좋게 쉬다가 이제 좀 더위에서 벗어났다 싶어 다낭에 와서 꼭 사고 싶었던 라탄백 쇼핑을 나섰다. 콩카페에서 나와 코너만 돌면 라탄백 상점이 몰려 있다. 이곳에 예쁜 가방이 많다고 해서 이 가게 저 가게 둘러보았다.



쇼핑할 땐 에너자이저가 되어


IMG_E2532.JPG 반미로 유명한 해피브래드 바로 옆 상점


라탄백을 사려고 호이안에서부터 가격 비교하며 벼르던 것이라 사진을 전혀 못 남겼다. 상점마다 들렀는데 유독 예쁜 가방이 많은 곳이 있어 계속 머물렀다. 부부 혹은 남매로 보이는 사장님들은 이건 '온니 원!' 여기에만 있는 것이라며, 이건 오늘 들어온 신상이라며, 이건 손잡이가 특이하다며 계속 꺼내 주었다. 추천해준 것만 봐도 특이하긴 했다. 흔한 탬버린 가방이 아니라서 이것저것 선물할 것과 내가 살 것을 마구 챙겼다. 바나힐에 가서 쓸 에너지를 전부 쏟은 느낌으로 쇼핑에 빠졌다.


사진에 없는 뜨개 가방까지 포함하여 총 5개를 102만 동에 구입했다. 흔한 모양도 아니고 특이한 모양이 마음에 들어 그냥 좋았다. 선물로 받은 B도 좋아하고 실제로 나도 잘 사용하고 있어서 더욱 만족! 라탄백에서는 벌레가 나오므로 사기 꺼린다는 글도 많이 봤는데 내 가방에는 다행히 벌레가 없었다. 수화물을 줄이려고 백 안에 넣어준 종이를 빼고 과자를 넣어왔더니 가방이 찌그러진 것이 조금 아쉽지만 말이다.


IMG_2399.JPG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제 코끼리 바지를 샀던 136번 이모네 가게로 갔다. 입어보니 시원하고 좋아 선물용으로 몇 장 더 구입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어제 산 옷 입고 왔다고 하니 136번 가게 이모는 고맙다고 웃으며 반겨주었다. 이제 흥정하는 법을 완벽히 익힌 B와 나는 원피스와 코끼리 바지 11개의 가격을 흥정했다. 워낙 다른 가게에 비해 정찰제라 많이 깎아줄 수 없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하여 이모가 처음에 제안한 가격을 지불하였다. 그리고 맛있는 망고 가게가 어디인지 물으니 76번을 알려주었다. 76번 이모에게 망고 800g을 25,000동에 사서 한시장을 나왔다.



마지막으로 어제 들렀던 약국에 다시 방문했다. B가 어제 발에 붙인 파스의 효과가 뛰어나 부모님께 드릴 파스를 더 사기로 했다. 부모님의 영양제까지 모두 구입하니 해야 할 일을 다 끝낸 기분이었다. 원래는 롯데마트도 구경하고 앱으로 배달시킬 예정이었지만 우리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가지 않기로 했다. 그땐 좀 아쉬웠는데 지금 생각하니 왜 그렇게 쇼핑에 목숨 건 사람 같았는지 내 모습이 조금 이해되지 않는다.


KakaoTalk_20180708_135258533.jpg


무더운 날씨에 꽤 많은 활동을 한 우리는 호텔로 복귀하여 조금 쉬기로 했다. 그랩을 타고 이동했는데 신호등이 없는 곳이 많아 눈치껏 운전하는 모습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러던 중 다른 쪽에서 회전하던 차와 충돌할뻔한 것이다. 그리하여 또 급브레이크를 밟은 상황이었고 결국 잠시 멈춰 기사들끼리 창문을 내리고 기싸움을 벌였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나는 너무나 놀라 무의식적으로 "우~~~~씨!!!!!"라고 소리칠 정도였으나 다행히 그랩 기사는 곧 평정을 찾고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무사히 호텔로 도착하니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