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점에서 우연히 펼친 책에 이런 말이 나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보다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는 게 더 많이 보일 때도 있다.
내려다보면 다 똑같은 네모로 보이는 빌딩들이
아래서 올려다보면 다 다르게 생겼다는 걸 볼 수 있다."
항상 높이 올라가야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그러니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믿고 살아왔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동시에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항상 최고를 외치고 더 나은걸 향해 나아간다. 뭐든지 많은 게 좋고 높은 게 좋고 새것이 좋다고 믿는다. 언젠가부터 직책이 사람을 정의하고 연봉이 회사를 정의하며 직업이 사람의 가치를 정의했다. 관점의 다각화를 주장하면서도 늘 정답은 내려다보는 사람의 관점이었다. 리더는 늘 내려다봤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전체 그림이 아닌 숨은 디테일이라는 것. 다행히도 이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는 듯하다.
사실 나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걸 좋아한다. 왠지 모를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 키가 작은 탓에 항상 올려다봐야 했기 때문에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좋아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소파나 의자 위로 올라가는 걸 좋아했고 지금도 그런 걸 보면 높은 곳 자체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여자임에도 SUV를 몰 때 더 편하다. 내려다보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더 많은 것 같은 기분 때문일까. 면허도 1종을 딴 이유는 연수를 트럭(높은 차)으로 했기 때문이다. 집도 높은 곳이 좋다. 공중에 떠있는 듯한 이 기분이 좋다. 기숙사 생활을 할 때 창문을 열면 길가에 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다 보인다는 사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노출되어있는 기분, 누구든 쉬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까다로운 성격 탓일지도. 하지만 언젠가부터 무언가를 성취함에 있어서 계속해서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에 약간은 지쳐있었다. 왜 꼭 높이 올라가야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거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굳이 애쓰지 않고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현명할지도 모른다. 세상에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어쨌든, 무조건 위로 위로 올라가는 게 답은 아니라는 사실. 왜 올라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게 길이니까, 그 방향이 다수가 믿는 진행 방향이니까 따라갔던 이들이 꼭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믿어와서 이젠 공감을 넘어 관념이 되어버린 것들이 우리에게도 당연한 것들인지. 그 당연함에 눌려 더 많은 걸 보지 못한 채 지나치고 있던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