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이었다.
배가 당길 정도로 신나게 웃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별거 아니라고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이유 하나로 저녁 내내 깔깔거렸다.
어릴 적 말도 많고 웃음도 많은 나였어서, 동생과 장난을 치다가도 배꼽을 잡고 뒹굴며 웃곤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컴퓨터와) 노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내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갔다. 할 일이 쌓이고 그 일에 압박을 느끼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지고, 그나마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도 마음 편히 웃어지지가 않는다. 남들이 박장대소할 때 입꼬리만 살짝 올려 미소 짓고 말아버리는 내 스스로를 발견하고선 나 자신을 걱정하기도 했었다. 에너지가 없다는 것, 그리고 예전만큼 그 에너지가 쉽게 충전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사람들과 있을 때 유쾌한 사람이 아닌 조용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 어찌나 무섭던지 모른다.
대학생 때만 해도 친구들(함께하면 즐겁고 편한 사람들)과 매일매일 함께 하면서 정말 많이 웃었다. 밥을 먹을 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길을 걸어가면서도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로 깔깔거렸다. 옛날이 그리운 건 아마도 이런 날들이 지금보다 많기 때문이 아닐까.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나 자신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기에, 그때를 생각하기만 해도 지금의 마음이 따뜻해지기에 이런 추억이 더욱 아련아련 한건 아닌가 싶다. 자라면서, 나이를 들어가면서 미소는 많이 짓게 되지만 진심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올 웃음이 없어진다. 웃을 일이 없어지는 건지, 어른이라는 무게 때문에 예전처럼 웃지를 못하는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배가 당기는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함께 깔깔댈 수 있는 밝고 유쾌한 사람, 보기만 해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그렇게 웃는 나날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