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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Aug 18. 2016

나눔에 관하여

아름다운 마음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영국에서 문화충격이라면 충격인 게 하나 있었다.
노숙자에게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상치 못한 어려운 일로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사업을 하다 실패한 사람들이 잠시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길거리에서 지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노숙자들에게 참 호의적이다. 멀끔하게 차려입고 가던 신사가 통 크게 지폐 몇 장을 주고 간다. 노숙자들은 돈을 주머니에 챙겨 넣기 급급하기보다는 감사의 인사를 먼저 진심으로 전한다. 
뭐, 내가 살았던 동네는 매일이 파티의 날이었지만, 특히나 많은 주말 다음날 아침 일찍 거리에 나온 적이 있었다. 다리 밑을 지나면 추위를 피해 누더기 이불 아래서 몸을 돌돌 말고 자는 그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파티에서 나눠먹고 남은 음식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여럿이 나눠 먹는 샌드위치 한 판, 음료수 등 깨끗하게 남은 음식을 옆에 두고 간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달라 보였다.
하루는 저녁에 공사하는 건물 아래를 지나는데 으슥하기도 하고 무서워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앞에서 젊은 여자 둘이 큰 봉지를 들고 이쪽으로 오더니 근처에 있던 노숙자에게 샌드위치를 건넨다. 자신들이 일하는 카페에서 남은 음식을 동네 노숙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그 카페가 어디였는지 확인하지 못한 게 참 아쉽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차갑고 시크한 이미지와는 달리 따뜻한 면이 있었다. 어려운 이웃의 일을 남일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마음 아파해주며 돕는다. 

맨체스터에서 느낀 유일한(?) 따뜻함이다.

오늘, 강남역 지하상가 한편에서 (뭔지는 기억 안 나는) 물건을 팔고 계신 할머니를 보았다. 그 옆을 지나는데 할머니 옆에 생과일주스가 한 잔 놓여있다. 직접 사신 것 같진 않은데, 누군가가 드리고 간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영국 생각이 잠시 났다.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이가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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