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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남 Aug 18. 2021

2. 아담 스미스가 부럽지 않아!

버드나무를 심은 뜻_홍양호

    



우리는 여진과 강 하나를 끼고 살아가고 있어 말을 타고 사냥하는 저들이 아침저녁 강 언덕 아래까지 이르고 있소. 대개 우리가 기거하면서 먹고 마시는 모습이 저들의 눈에 보이지요. 그러니 하루라도 어찌 평안할 수 있겠소.  

내가 지금 버드나무를 심는 것은 다섯 가지 이로움이 있기 때문이외다. 첫째는 우리의 강역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요, 둘째는 말을 타고 돌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요, 셋째는 강둑이 물살에 파먹히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요, 넷째는 땔감용 나무를 대기 위한 것이요, 다섯째는 바람을 막기 위한 것이외다. 하나의 이로움이 생기면 하나의 해로움이 제거되는 것이니 이는 백성들에게 노역을 시키는 것일 뿐 백성을 골병들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도승지와 대사성을 역임한 홍양호는 1776년 10월, 정조의 등극을 방해한 정후겸의 앞잡이로 몰려 함경도 경흥의 부사로 좌천된다. 자신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임에도 홍양호는 황량한 두만강 강둑에 버드나무를 심는다. 7천5백 명에게 다섯 그루씩 강둑에 심게 해서 도합 3만7천5백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은 것이다. 그때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버드나무를 심은 다섯 가지 이로움'이라는 글을 썼다. 


 홍양호는 일찍부터 제방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 그가 강동현감으로 부임하였을 때 해마다 시냇물이 범람하여 백성을 괴롭히는 걸 목격한다. 그래서 1759년에 강동현(江東縣) 남쪽에 제방을 쌓고 버드나무를 심었다. 이를 기념하여 ‘만류제(萬柳堤)’라는 비를 세우기도 했다. 그 탁본은 현재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도서관에서 ‘고전 인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시간에 조선 중후기 선비들의 글 53편을 다룰 때였다. 어느 날 한 회원이 '버드나무를 심은 다섯 가지 이로움'을 읽고 난 뒤 해준 말이 기억난다. 그 회원은 영국에서 몇 년 동안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영국에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 같은 학자가 있다는 게 몹시 부러웠단다. 우리 조상들은 그저 공자왈 맹자왈 하면서 당파싸움이나 하지 않았던가 생각하면서... 헌데 홍양호의 글을 읽고서 동시대에 우리나라에도 아담 스미스 못지 않게 멀리 미래를 내다보며 군사적 효과뿐 아니라 백성의 경제적 이익까지 생각한  분이 계셨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자부심마저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찾아보니 홍양호 (1724~1802)와 아담 스미스 (1723~1790)의 출생년도가 거의 일치했다. 그것을 알게 된 것도 꽤 흥미로운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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