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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Dec 14. 2019

[진로인터뷰] 경희대학교 조기호 교수님

동서의학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지난 7월 동양의학회로 일본의 한의학을 엿보고, 김성준 교수님과 인터뷰한 일이 엊그제 같던 화창한 어느 날, 대만드의 세 친구들은 조기호 교수님을 뵙기 위해 경희의료원에 방문했습니다. 공부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 즈음은 들어보셨을 법한 분이시죠? 동서의학 이야기에서 나아가 현 한의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요, 동양의학회 3부작 그 마지막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약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전문수련의 과정(내과)수료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대학원 한의학과(내과학전공) 한의학석사, 박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1987~)

現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심계내과학교실(순환, 신경내과) 교수

現 동서의학연구소 소장

前 한국학술진흥재단 교수해외파견 일본 富山의과약과대학 화한진료부 객원연구원

前 대한한의학회지 편집위원장

前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

前 대한한의학회 부회장


[저서]                                                  

동의심계내과학(상,하), 서원당, 1995 

서양의학자의 한방진료학(번역), 집문당, 1998 

동서의학 진료 가이드북 , 고려의학, 2001 

한방진료의 Lesson(번역), 고려의학, 2001 

한방처방의 EBM, 고려의학, 2004 

과학적인 침구임상(번역), 군자, 2005 

입문한방의학, 고려의학(번역), 2005 

한방처방집(실용), 신흥메드사이언스, 2010

피부질환의 한방치료(사진과 증례로 배우는), 군자, 2011

뇌신경질환의 한방치료, 군자, 2011

질환별 한방치료의 실제, 군자, 2011

냉증의 한의치료(환자중심의 NBM으로 전하는), 군자, 2013

뇌중풍 치료와 재발 억제 전략, 부광, 2015

파킨슨병 한의진료(진단의 핵심과 표준약물의 이해, 한의치료의 최신지견), 물고기숲, 2018 외 다수


Korean Medicine인가, Medicine인가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십니까,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심계내과학 교수 조기호입니다. 임상가이자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의학적 지식을 정리하여 실제 한의사의 임상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본의 의학서적을 동양의학 관련만 약 24권 이상 작업했고, 파킨슨병 등과 관련해서도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 책장의 우측 윗줄의 책들은 모두 교수님이 집필 또는 번역하신 책이라는 거ㄷㄷ 정말 많죠?


Q. 왜 번역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의료이원화 체계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봅시다

 우리나라처럼 엄격하게 양방, 한방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유니크한 상황은 세계에서 전무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방은 전통을 고수한다고 하며 동아시아 전통의학을 이야기할 때 중국, 일본, 한국 등 나라 이름이 들어가는 문제에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하지만 양방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미국의학이다, 영국의학이다, 일본의학이다 이런 얘기는 하지 않지요. ‘Medicine’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속해 미국, 영국, 일본, 한국의 양방 모두 그냥 Medicine인 것이죠. 전통의학도 ‘Korean’, ‘Traditional’ 등의 접두사가 하나 붙던지 간에 궁극적인 것은 일단 Medicine이라는 것을 알고, 그 범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Korean Medicine을 별도로 분류한다면, 과연 그 정의는 무엇입니까? 어디에서부터 와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입니까? 우리가 Korean Medical Doctor라고 했을 때 Korean에 방점을 둘 것입니까, 아니면 Medical Doctor에 방점을 둘 것입니까? 오늘날 우리나라의 의료 형편을 보면, Medical보다는 Korean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는 행태가 된 것은 아닐지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폴 고갱,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Google Art&Culture

 제가 비록 교수지만, 저는 이 문제에 일차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은 대학의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이라고 굉장히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Korean을 쭉 강조해서 이야기하다 다행히 2011년도, 대한한의사협회에서 KCD, 한국 질병코드에 맞춘 진료를 하자고 방향을 잡았죠. 그게 불과 8년 전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전에는 한의학이 Medicine으로서 가지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지요. 


왜 일본이었는가 

Q. 1996년부터 1997년 1년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교수해외파견 프로그램으로 일본에 다녀오셨는데, 지원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왜 중국이 아닌 일본이었나요?

A. 저는 한의학이 Medicine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학창 시절부터 고민을 계속했습니다. 지원할 당시 한약분쟁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있었던 만큼, 동아시아 삼국의 전통의학의 흐름과 각국의 장단점을 Review 하고, 과연 어떻게 통합해야 할지가 제 안의 가장 큰 주제였어요

 먼저 한중 수교가 이루어지기 이전 관심을 가지고 89년도 즈음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각 나라의 경제 수준과 의료는 비례한다는 것을 바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60년대 한국의 의료 수준과 비슷했기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그다음은 이제 일본이었죠. 일본에는 도야마의학약학대학, 국립이면서 한방과가 개설된 일본 유일의 대학이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오로지 서양과학 및 의학만 배우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한방을 가르친다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제 고민을 풀 단서가 될 것 같았고, 젊었고,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서 가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한 후라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을 방법을 찾아보니, 한국학술진흥재단이라는 곳에서 교수해외파견으로 100% 전액 지원을 해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위해 그때 처음으로 일본어를 공부했어요. 또 사실 인문계 쪽 교수만 지원이 가능했다고 하니 정말 우여곡절 끝에 운 좋게 통과하게 되었지요.

서울의 경희대학교에서 도야마현의 도야마대학으로 @Google Maps
도아먀의과약과대학에서는 동양의학 교육이 일본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실제로 위와 같이 이뤄지고 있더군요! @ 富山医学薬学大学 和漢診療学講座 

Q. 1년의 일본 연수를 포함한 교수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일본 한방의학을 말하다>을 집필하셨는데요, 집필 이유와 10년이 지난 지금 바꾸고 싶으신 책의 내용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일본 연수 때 한국 정부의 돈을 가져갔기 때문에 '내 개인의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일본에서 보고 들은 것을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한의계가 변화하기 위해 공공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 압박감이 들더군요. 누군가 제 작업을 이어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본을 이해하기 위한 제 노력을 모두 모아 책을 집필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그 후로도 대한한의학회와 함께 국제교류이사로서 일하고, 한일 MOU를 주선하는 등 일본과의 가교 역할을 하며 일본의 현실을 알리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한국 한의사로서는 쓰기 어려우나, 꼭 봐야만 하는 당위성을 가진 책들을 번역하여 한의사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본 한방의학을 말하다>, 군자출판사, 2008 @교보문고

   <일본 한방의학을 말하다>는  ‘Medicine 속에 Korean이던, Traditional이던 어떻게 그 안에서 자리를 확보할 것이냐?’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일본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래로 250년 간 중국의학을 단지 일본화한 것에서 탈피하여 독자적인 일본한방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1613년, 허준 선생이 편집인으로서 중국의 의서를 동의보감으로 편찬한 성과가 있었죠. 하지만 ‘한의학’이라는 학문에서, 실제적인 ‘학문’의 발전이 있었을까요? 물론 의학이라는 것은 ‘編’에 기반하기에, 저도 ‘동서의학’, 즉, ‘Medicine과 Korean Medicine의 결합’을 고민하며 제가 배운 것들을 의사들과 함께 체계화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한방과 양방을 계속 나누어 생각하며, ‘한의’라는 이데올로기에 배타적인 권위를 부여하며, 단지 이론을 ‘이해’하면 무엇에든지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하지 않았나요? 저는 같은 의학의 범주 아래,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주는 ‘증례’ 위주로 작업해오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의’를 고집하는 현재의 한의계에게, 하고 싶은 말은 10년 전과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Medicine 속에서 어떻게 자리를 확보할 것입니까?


우리는 Medical Doctor가 되어야 한다

Q <한방처방의 EBM>, <근거중심의 한방처방> 등으로 한국에 EBM을 도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의 저서에서는 연구 디자인의 업그레이드 목적으로 이를 소개하나, 우리나라 의료계에 잘못 적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말씀도 있었습니다. EBM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근거중심의 한방처방>(번역), 군자출판사, 2011 @교보문고

A. EBM, Evidence-Based Medicine은 90년대 초반, 캐나다와 미국에서 보험회사가 재정적자를 보완하기 위해 시작되어, 의학계에서 자체적으로 진료의 질서를 잡고 치료방법에 Grading을 한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러다 일본동양의학회(JSOM)에서 2002년 1차 ‘한방치료 Evidence Report’가 간행되었고, 그 full paper를 CD에 담아 가져와 전부 완역을 했습니다. 우리의 한방 처방도 양약에 못지않는 상위 처방이 있다는 것을 알려 ‘스스로 기죽을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고, 이를 기반으로 민족의학신문에 연재를 하기도 했죠. 그 이후 EBM 열풍이 불어 우리나라도 EBM의 연구방법론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줄곧 EBM에만 머물고 있더군요. 그래서 요즘의 저는 새롭게 환자 중심의 NBM, Narrative-Based Medicine을 만들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해서 ‘환자에게 이런 처방이 잘 들어’ 설명하는 것으로, ‘증례’ 중심의 의학을 말합니다. 증례 그 자체도 충분히 가치가 있어요. 저는 17세기의 의학에 안주하여 어려운 이론의 해석을 고집하기보다는, EBM에 이어 NBM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어떻게 되실까요?

A. 일본과 저도 이제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파킨슨병 한방치료처럼 앞으로 알츠하이머병 한방치료에 관해 더 연구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뇌의 퇴행성 질환 연구를 마무리지을 수 있거든요. 요즘 퇴행성 질환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인구 구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인구 분포가 비슷하여 작년 즈음부터 고령사회에 진입했지요. 고령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중 저는 ‘고령화에 의한 뇌의 노화’에 집중하여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NBM으로 정리를 해서 책으로 출판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양방의 정신과 병동에서 환자를 보는데 도움이 된다며 전화도 왔더라고요. 이렇게 양한방을 떠나 Medicine으로 환자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고령사회' 진입한 한국... 일본보다 7년 빨라 @한겨레신문
일본에 비해 더욱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될 우리나라, 한의사로서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요?@한국경제연구원

Q. 저희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볼 분을 추천해주신다면?

A. 권승원 교수한테 '젊은 한의사가 일본 한방에 갖는 견해'와 같은 식으로 주제를 잡아 얘기를 들어도 좋을 것 같네요. 요즘 제가 한숨 놓을 수 있는 것도 저만큼 열심히 하고, <뇌신경질환의 한방치료>  번역을 도와주는 등 머리가 좋고 발이 빠른 권승원 교수가 있기 때문이죠.


Q.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볼 다른 분들에게 해 주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A. 100%에서 2% 부족하면 98%가 아닌, 제로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세요. 디테일이 부족하면 제로가 됩니다. 환자를 볼 때 러프해지면 안 된다는 말이에요. 이 생각을 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의대생으로서 궁극적으로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신 조기호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Interviewer. 알파카, 올빼미, 랫서팬더

Recorder. 알파카, 올빼미, 랫서팬더

Writer. 랫서팬더

Editor. 랫서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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