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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Dec 29. 2022

국제임상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보급하다, 이명수 박사님

#GIN #국제임상가이드라인네트워크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근거중심의학

맑은 햇살이 내리쬐던 9월의 어느 날, 펭귄과 참새, 갈매기는 대전의 한국한의학연구원을 방문하였습니다. 바로 한국한의학연구원에 계시는 이명수 박사님을 만나 뵙기 위해서였는데요. 연구 활동 외에도 국제임상가이드라인네트워크(GIN)의 아시아지역 의장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이명수 박사님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이명수 박사님 약력>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학사 
부산대학교 자연과학대학원 물리학과 석사 
원광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한약자원개발학과 박사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과학연구부 책임연구원
[교육활동]
現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 교수
現 자생아카데미 자문교수 
現 중국 란저우대학 교수 
現 중국 텐진중의약대학 교수
前 중국 베이징중의약대학 교수 
前 영국 London Southbank University 교수 
[학술활동]
現 Guideline International Network Asia Chapter Chair
現 Complementary Medicine in Medicine, Journal of Evidence Based Medicine 등 다수 국외 학술저널 편집위원
現 RIGHT (Reporting Items for Practice Guidelines in Healthcare) group member
前 International Board of BMJ Fellows
前 BMJ Evidence Based Medicine 편집위원
前 International Society for Complementary Medicine Research 이사
[연구활동]
前 영국 Peninsula College of Medicine & Dentistry, Universities of Exeter & Plymouth 방문연구원前 원광대학교 의과학연구원 통합의학센터 연구원
前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 및 면역학교실 연구원前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연구원

Q. 안녕하세요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2008 5월에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근무하고 책임연구원 이명수라고 합니다.

 

Q. 요즘 하루 일과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어서 매주 일정이 다릅니다제가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는 프로젝트의 일정과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다른 연구 기관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구에 대한 코멘트와 협의를 위해 출장을 가기도 합니다또 저는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발행하고 있는 SCI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IMR)'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습니다그래서 투고된 논문이 저희 저널의 Aims & Scope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고세계 각국 관련 연구자들을 파악해 peer review 전문가를 선정하고 논문 리뷰를 요청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 처음에 물리학을 전공하셨는데많은 학문 중에 한의학 연구에 몸담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처음부터 한의학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석사 때까지는 물리학 전공으로 고온 초전도체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였습니다그러다 ()의 작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전북대 수의대 생리학 교실에서 2년 정도 기 운동이 호르몬 등 내분비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습니다후에는 원광대 의과대학 면역학 교실에서 10년 정도 정신신경 면역학적인 연구를 했습니다()는 한의학에서 연구하는 영역이라서, 2002년에 원광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이때 온담탕의 정신신경 면역학적 효과를 연구하였는데임상실험을 통해 온담탕이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였습니다. 2004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8개월 정도 전북대 수의대 생리학 교실에서 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신진연구자 연수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 활동을 하다가 학술진흥재단 박사후연구원 연수 프로그램 지원을 받게 되어 영국 엑시터·플리머스 의과대학(Universities of Exeter & Plymouth)의 보완의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Q. 엑시터·플리머스 의과대학 보완의학연구소에서는 무엇을 공부하셨나요?

영국에서 2 8개월 정도 체류하면서 근거중심의학을 연구하고체계적 문헌 고찰(Systematic Review) 방법론을 익히고 돌아왔습니다그 당시에는 양·한방 통틀어서 체계적 문헌 고찰 전문가가 별로 없어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습니다그래서 근거중심 의료서비스 체계 구축에 기여하기 위해 임상 연구 근거 수준과 관련된 정보를 업그레이드하고 대학 및 연구소에서 근거중심의학 방법론에 대하여 강의도 많이 했습니다


 

Q. 박사님께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원으로서 어떤 일들을 해오셨나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침구경락센터에서 침 치료의 임상 근거에 관한 연구도 했었고한방 난임 치료 기술에 관한 연구어혈과 중풍의 변증에 대한 연구어혈의 진단 기준 개발 등 다양한 임상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2013년부터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linical practice guidelines, CPG) 개발 과제를 수행하였습니다임상진료지침에 최초로 근거중심의학 방법론을 도입하여 진료 지침을 7건 정도 개발하였습니다

요즘은 실제 임상 자료(Real world data)를 활용해서 보다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임상근거를 창출하는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세계 각국의 연구자분들이 서로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에 대한 개인들의 치료법 효과 등을 연구하는 국제공동연구 ‘RTO COVID-19’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RTO COVID-19는 전 세계 15개 대학 및 18개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모여 각국의 코로나 예방 및 치료법에 대한 일반인들의 경험을 조사하는 설문조사 연구로롱코비드(Long COVID-19)의 예방 및 치료 방안도 살펴보고 있습니다내년에는 WHO,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 BMJ 등과 함께 전통 보안 통합의학의 COVID-19 대한 WHO rapid recommendation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해당 결과는 WHO 홈페이지는 물론, BMJ에 발간되어 전 세계 사람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될 예정입니다.

 

Q.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에 초창기부터 참여하셨는데개발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물리학을 공부할 때는 '1+1 2'라는 수학적으로 정확한 결과가 나왔는데 한의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1+1이 어떨 때는 1 이 되기도 하고어떨 때는 - 1도 된다는 점이 힘들었습니다(웃음). 저는 물리학과 한의학 임상연구의 방법론을 주로 공부해왔다 보니임상적인 자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한의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방법론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정보를 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또 다른 힘든 점은한의학의 용어를 표준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진료지침 개발 초창기에는 용어 표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어서 외국 전문가들의 도움을 구하여 3~4회 정도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나서 용어를 표준화할 수 있었습니다한 번도 안 해봤던 일들이라 처음에는 다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Q. 임상진료지침이 일반 환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임상진료지침을 책자로 발간할 때질병별로 근거와 부작용치료 방법 등에 대해 환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설명을 실어야 합니다환자 스스로 자기가 어떤 상태인지치료법과 그 부작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읽어보고 선택하여 의사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입니다요즈음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 주도적 건강관리가 강조되고 있습니다외국에서는 질환별로 환자단체와 대표자가 있어서 의료정책을 결정하고 보험 제도에서 수가를 책정할 때 이 환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합니다의료의 질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의사가 기록하는 수치 외에 환자 중심의 결과치가 강조되고 있습니다아무리 검사 결과 수치가 좋아져도 환자 본인은 불만족스러울 수 있으니임상연구에 환자 중심의 결과실제 임상 자료 (Real World Data)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의 개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고한방도 양방도 지금 이를 위한 셋업을 만들고 있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제임상가이드라인네트워크, GIN

Q. GIN 아시아 지역 의장으로 선임되셨는데, GIN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GIN Guideline International Network(국제임상가이드라인네트워크)의 약자입니다임상진료 가이드라인의 개발보급 및 확산 방안을 학술적으로정책적으로 논의하는 단체입니다나라별로 개발된 가이드라인과 그 근거 수준의 높낮이를 한데 모아서 제공하고가이드라인의 효율적인 개발 및 제공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합니다쉽게 말하면가이드라인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학회라고 보시면 됩니다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나라마다 실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임상 질문에 대해서도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정치적 요소가 개입되기도 하고문화적인 제한성 때문에 한 나라에서 채택된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가령영국에서는 경제성 평가를 통해 신약과 기존의 약 중에 더 경제적인 것을 택하지만독일에서는 아무리 비싸도 효과가 좋은 약을 국민에게 제공합니다임상 진료 수칙을 만드는 연구 방법론은 나라마다 비슷하지만마지막 recommendation 단계에서 여러 분야에서 고려사항들이 있기 때문에이에 대해 GIN GRADE(Grading of Recommendations, Assessment, Development and Evaluations) 그룹 등이 자문 역할을 하게 됩니다.

 

Q. 박사님께서는 GIN 아시아 지역 의장으로서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운영위원회를 꾸려서 아시아 지역에 학회를 확산시킬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최근에는 Standard method를 통해 가이드라인 개발을 지원하고 교육을 제공하는 방법 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기존 가이드라인을 차용해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것을 수용·개작(adaptation)이라고 해요기존의 가이드라인을 모두 반영하기보다는 내부적인 논의를 거치며 조금씩 참조하는 방식입니다한정된 리소스를 가지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에 의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을 제도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Evidence-Practice Gap을 메우기 위한 근거 창출 연구 과제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의료 영역별 근거 수준과 연구현황을 확인하고한의학 연구가 부족한 영역을 찾아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임상시험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의연에서 일한다는 것 


Q. 한국 한의학 연구원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축약적으로 말씀드린다면연구기관의 장점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거예요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결실을 맺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연구의장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한국한의학연구원이 세워진 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가니까 여러 가지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찾아보면 안 된 연구가 없으니 그걸 바탕으로 여러 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가령기초 임상하시는 분들이 임상 연구 과정을 배울 수도 있고외국에 연수를 갈 수도 있습니다해외에 나가 연구성과를 발표할 기회도 제공되니 연구자 맞춤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Q. 한의학연구원에서 일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이나 역량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기본적으로 ‘한의학을 어떻게 하면 과학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아이디어나 꿈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연구기관에서 일하려면 한의사의 임상적 자질도 중요하지만기본적으로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학부 때 연구방법론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원래 남의 것을 잘 읽어봐야 내 것이 될 수 있으니동아리를 만들어서 최신 논문을 정기적으로 읽고 논의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체계적 문헌 고찰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공부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논문을 많이 읽고 직접 써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박사님처럼 한의학 전공자가 아닌데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한의학은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고저는 기()의 작용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사람의 기()를 연구할 수 있는 한의학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요어떤 분야라도 처음에는 차이를 극복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도 하겠지만한의학을 연구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쉽지는 않지만아이디어를 내면 자기의 전공을 녹여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Q. 앞으로의 목표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의학의 과학화 및 세계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한의대생과 한의학을 공부하시는 분들께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우리나라는 우수한 해외 기관에서 공부할 기회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학생들이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반면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중의학 전공자들의 유학을 많이 지원하고 있으며 유명한 기관에서 공동연구에 참여하게 하는 등 우수한 연구 인력을 양성하고 있습니다세계적인 연구를 잘하려면 본인의 연구 실적도 뛰어나야 하지만 국내외적인 인적 네트워크도 중요하므로한국에서도 이런 것들이 잘 이루어지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또한앞서 말씀드린 한국한의학연구원의 IMR(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저널이 한의학계에서 처음으로 SCI 저널이 되어 올해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 IF) 4.473 정도로 많이 올라갔는데제가 정년퇴직할 때까지 더 수준을 높이고 싶습니다

 

Q. 박사님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박사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제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당시에는 한국에 체계적 문헌 고찰을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전국의 의대치대간호대 등에서 강의를 많이 했습니다현재에는 보건의료를 하시는 많은 분이 근거중심의학이나 체계적 문헌 고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계시지요저는 저의 연구 결과들을 국외 저널에 논문으로 많이 발표하였습니다제가 맡은 지 1년 만에 IMR 저널이 SCI에 등재되었고보완대체의학 관련 저널에 편집위원으로 다수 참여하고 있습니다. CPG 개발도 처음에는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결국엔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게 되어서 보건복지부에서 사업을 확장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이러한 결과에 보람을 느낍니다세상을 바꾼다기보다는앞으로도 한의학의 과학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연구방법론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Q. 대만드에서 다음에 만나 뵐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어떤 분이 계실까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이향숙채윤병 교수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연구 주제가 창의적이고 독특한 분들입니다이향숙 교수님은 생각이 남다르셔서 제가 존경하는 분인데찾아가면 흥미로운 것을 가르쳐 주실 것 같습니다요즘 임상 연구에 사용되는 플라세보(placebo)에 관심이 많아서 경희대학교의 채윤병이인선 교수님의 연구도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또 가천대학교의 김송이 교수님경희대학교의 김태훈 교수님자생 척추관절연구소의 하인혁 소장님을 만나 뵈어도 좋은 조언들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감사합니다.


연구에 대한 박사님의 열정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반갑게 맞아주시고, 저희의 모든 질문에 정성 어린 답변을 주신 이명수 박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Interviewer. 펭귄, 참새, 갈매기

Writer&Editor.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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