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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에이트 (2023)

한 소년의 꿈

by 원일
코나타 카즈야 감독님 친필싸인.


BIFAN 시즌이 다가오면서, 내가 27회 BIFAN에서 봤던 영화 두 편을 소개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싱글 에이트’다. 이 영화는 현장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상영됐었는데, 올해는 온라인 부문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싱글 에이트’는 8mm 필름의 대표주자 격인 코닥의 ‘슈퍼8’과 유사하지만 다른 후지카의 ‘싱글8’ 필름을 사용해 자신들만의 SF 영화를 만드는 젊은이들의 성장기를 담았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아날로그 영상의 따스함과 디지털 시대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필름 특유의 질감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실제로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이 녹아있으며, 엔딩쯤에 어린 시절 직접 ‘싱글 에이트’로 만든 영화가 삽입되어 있어 작품의 진정성을 더한다.


영화의 서사는 ‘스타워즈’라는 전설적인 SF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청춘들이 자신들만의 영화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친구들과 함께 꿈을 키워가고,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젊음의 불안과 기대, 그리고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단순한 SF 소재 이상의 깊이를 제공한다.



특히 ‘싱글 에이트’는 아마추어 필름 촬영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기술적 제약 속에서 피어나는 창의성과 열정,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예술적 결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영화는 청춘 영화로서의 서정성과 동시에 영상 예술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담고 있어, 영상 제작에 관심 있는 관객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도 충분한 감동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BIFAN을 여러 해 다녀오면서 느낀 점은, 이 영화제가 장르 영화 중심의 특성이 매우 강함에도 불구하고, 가끔 이렇게 평범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작품들이 프로그램에 포함될 때가 있다는 거다. 물론 나는 고어 장르도 무척 좋아해서 “고어는 사랑입니다”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반대로 이런 힐링이 되는 영화가 영화제 스케줄 한편에 자리 잡으면 관객으로서 의외의 휴식과 위안을 받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이질적인 장르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이, 영화제를 더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총평하자면, ‘싱글 에이트’는 아날로그 필름이라는 소재를 통해 청춘의 아름다움과 우정, 그리고 꿈을 향한 도전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열정과 우정의 가치를, 필름 특유의 따뜻한 질감과 함께 섬세하게 포착해 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런 점들 덕분에 ‘싱글 에이트’는 2023년 BIFAN에서 만나본 작품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영화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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