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는 어렵고도 어렵다

신경심리평가, SNSB-2를 실시하다

by 글쓰는 몽상가 LEE


신경심리평가의 기말과제는 내담자에게 신경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채점하여 프로파일을 해석하고 그것으로 보고서를 쓰는 과제이다. 나에겐 무섭고 어려운 교수님께서 담당하는 과목이기도 했고, 첫 발표의 트라우마로 인해 부담감이 많아서 걱정되었다. 신경심리검사는 잘 진행되었을까?






신경심리평가에 관한 내용은 이전 에피스드에서도 간단히 소개하였다.


22화 3학기, 함께할 과목을 소개합니다.


신경심리평가는 진단 상황에서 신경심리평가가 의뢰되고, 평가 결과는 진단과 감별 진단을 할 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신경학적 진단의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상학적 검사(CT, MRI, PET)+신경심리평가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검사결과는 대상자의 일상생활 속 기능적 상태에 대한 추정치를 제공해 줄 수 있고, 평가된 인지적 강점과 약점을 바탕으로 치료 및 관리 계획을 세우고 그 효과를 확인하는 데도 역할을 한다.


신경심리평가는 연구목적으로서 뇌와 행동간의 관계를 규명할 목적에 사용되며 영상학적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미세한 뇌 기능의 변화나 행동 변화를 탐지하는데 유용하여 뇌기능 연구에 많이 사용한다. 또한 법정 장면의 자문에서 교통사고, 산업재해 및 기타 상해와 같은 각종 손해배상 소송에서 뇌손상과 관련해 진단적 자문이 요구, 범죄자의 정신 상태를 감정할 목적에서도 의뢰되기도 한다.


신경심리검사의 종류에는 SNSB-2, LICA, K-MMSE, CERAD-K가 있는데, 기말과제는 이 중 SNSB-2를 실시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SNSB는 Seoul Neurosp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서울신경심리검사의 약자이다. 치매 선별 평가를 위해 개발된 종합 인지적 신경심리배터리라고 할 수 있겠다.



스크린샷 2025-12-17 111202.png 출처: 글몽이


위의 5가지 인지영역 평가 외에도 SNSB-Ⅱ에서는 ‘경계 검사(Vigilance Test), 시계 그리기(CDT)’, ‘길 만들기(K-TMT-E)’, ‘숫자-기호 부호화 (Digit Symbol Coding)’ 와 같은 소검사 추가되었으며 45세 이상 장년층을 포함하여 연령 규준이 확장되었다.


스크린샷 2025-12-17 112057.png 출처: 휴브알엔씨




위의 이미지는 SNSB-2의 검사지이다. 각 검사지에 5가지 인지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소검사들이 구성되어 있다. 시간제한이 있는 검사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검사도 있다.


우선 검사를 실시하려면 내담자를 구해야하는데, 교수님께서는 지인이나 가족에게도 실시해도 좋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실습이라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탁하면 검사의 진중함이 떨어지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나는 초짜중에 초짜이기에 가까운 지인에게 검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규준연령이 중장년층부터인 만45세부터 실시가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면 검사결과가 평범(?)하게 나와서 보고서에 쓸 내용이 많지 않을 것 같아 결국 지인의 할아버지께 부탁드리게 되었다.


검사 전에 매뉴얼을 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녹음기로 녹음하면서 내 목소리가 빠르진 않은지, 발음은 정확한지 등 체크하며 꽤나 긴장했던 것 같다.


친할아버지면 몰라도 지인의 할아버지에게 실시하려니 어렵기도 했고, 자칫 어설프게 실행했다가 할아버지의 노여움을 사게 될까봐 걱정도 되었다. 게다가 SNSB-2는 검사의 종류가 꽤나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어르신들이 검사받기가 쉽지 않은 것도 걱정중에 하나였다(*검사 소요시간때문에 요즘은 단축버전인 SNSB-C도 사용하는 곳이 꽤 있다고 한다).


드디어 검사일정을 정해서 지인과 지인의 할아버지를 뵙게 되었다. 검사지와 초시계 등 준비물을 챙기고 최대한 검사실 환경과 비슷한 방을 구해서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지의 저작권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소검사의 종류나 실시순서 정도의 간략한 정보를 공유드립니다.

스크린샷 2025-12-17 114227.png 출처: 휴브알엔씨



위의 다양한 소검사를 실시하는 것인데, 보다시피 많기도 하고 검사에 따라서는 피검자에게 체력 소모가 크며 오래 집중해야 하는 검사가 될 수있다.


지인의 할아버지는 70대 초반으로, 예전에 비해 기억력이 조금은 떨어진 것 같다고 하셨다. 검사전에 *피검자의 정보를 기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놓치는 정보가 없도록 꼼꼼히 기록해야 프로파일을 해석할 떄 종합적으로 연결해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일부 어르신들의 경우, 호적나이와 실제나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반드시 그 부분을 확인하여 실제 나이를 기입하도록 한다. 학력 또한 정규학교 과정의 정확한 교육년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검사에 대해 설명드렸을 때 궁금해하셨고 흔쾌히 협조해주셔서 순조롭게 진행이 잘 되었다. 비록 그렇게 연습하고 연습했는데도 막상 할아버지 앞에서 목소리가 떨리고 어색한것이 티가 나긴했지만.


중간에 *RCFT라고해서 Rey–Osterrieth Complex Figure Test 한 장의 복잡한 그림이 주어지는데, 이 검사가 좀 힘들어서 안하고 싶다고 하셨다(그런데 이 검사는 내가 봐도 어려운 검사라고 말씀드리며 검사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격려해드렸다).


*참고:

RCFT는 주로 시공간 능력과 시각적 기억력을 평가한다. 처음에는 그림을 보면서 그대로 베끼는 모사(copy) 단계가 있고, 그 다음엔 그림을 치운 뒤 기억에 의존해 다시 그리는 즉각 회상,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그리는 지연 회상, 재인 단계가 이어진다.


같은 그림을 그리는데, 조건만 달라질 뿐인데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이 검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결과가 단순히 잘 그렸다 or 못 그렸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전체 구조를 먼저 잡고 세부를 채워 넣고, 어떤 사람은 작은 요소부터 하나씩 그려 나간다. 또 어떤 사람은 시작은 자신만만하지만, 중간부터 길을 잃는다. RCFT는 그림 실력보다 정보를 조직하는 방식, '사고의 전략'을 보여준다.


기억 단계에서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방금 본 그림인데도 전혀 떠오르지 않는 사람이 있고, 몇 개의 선만으로도 전체 구조를 복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RCFT는 단순한 기억력 검사라기보다는, ‘어떻게 기억하는가’를 묻는 검사에 가깝다.


임상에서는 치매, 뇌손상, 발달 문제, 정신과적 질환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된다. 특히 우반구 기능이나 실행기능, 시각적 조직화 능력을 살펴볼 때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검사 시간은 비교적 짧지만, 해석에는 꽤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기나긴 검사가 마무리 되었다. 검사를 다 끝내고 할아버지께서



"아이고, 학생선생님도 고생했네,
이거 나도 힘들지만 검사하는 양반이 더 힘든거 아니야?"



라며 웃으셨다.


중간에 고비(?)는 있었지만, 젊은 사람이 해도 힘든 검사를 잘 마치신 할아버지와 지인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이제 막 시작하는 초짜 학생에게 실습의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보고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아, 어렵고도 어렵다!


alexander-grey-eMP4sYPJ9x0-unsplash.jpg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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